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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y Soon May 29. 2023

#21. 엄마표 영어 티타임 2기 네 번째 모임 후기

: 초심을 잃다.

❚초심을 잃다

새로운 멤버를 영입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기로 했다. 그런 연유로 엄마표 영어 티타임 2기 모임 멤버는 참여하시는 분의 수가 다섯 명을 넘지 않는다. 아주 소수로 진행되는 모임이라 지난 번 1기와는 사뭇 다르다. 1기에는 강연이라는 말이 어울릴 만큼 매 차시 내가 준비한 이야기를 다 부어내려 애를 썼었다. 하지만 이번 2기는 차시별 목표한 분량 자체를 정하지 않는다. 준비한 내용을 전하기도 하지만 참여하시는 분들의 이야기를 듣는 노력을 좀 더 기울이고 있다.   

   

❚각자가 스터디지기

한 분은 도서관에서 영어 그림책 강연을 하신다고 하셨다. 벌써 네 번째 모임인데 그 사실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이미 영어 관련 일을 하심에도 불구하고 매 번 모임에 오셔서 모임에 아주 적극적이시다. 나의 이야기가 무슨 도움이 되기는 할까? 스스로 의아스럽긴 하지만 늘 그분은 맛집의 빵을 사오신다. 그리고 커피를 마실 컵과 빵을 놓을 접시를 헹구신다. 그리고 접시에 빵을 가지런히 놓고 컵에 커피를 부어 오신 분들을 대접한다. 스터디 지기인 내가 마땅히 해야 할 일임에도 늘 그분이 먼저 해주신다.      


또 한 분은 매번 내가 커피를 내려가니 미안하다면서 커피를 준비해오신다고 하신다. 그날 다른 모임으로 새벽에나 잠을 주무셨다하셨다. 그래도 우리 모임에 결석하지 않고 맛난 커피를 들고 오셨다.       


지난 번 1기에도 이번 2기에도 매번 오시는 한 분이 있다. 그 분은 나의 모임에서 자문위원같은 일을 해주신다. 스터디멤버들에게 필요하다 싶은 내용이나 강연 정보, 지역 도서관 행사 정보같은 걸 공유해주신다.   

   

다들 나눔이 몸에 베이신 분들이다. 엄마표 영어 1기 때는 혼자 짐을 짊어진 느낌이었다. 처음 가는 길이니 심적 부담이 컸다. 무엇보다 그때는 매번 새로운 분들이 대거 오시고 두어번 오시고 안오는 분이 많았다. 그래서 매번 내가 손님을 치르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이번 2기는 손님이 없다. 다들 주인이시다. 덕분에 내가 살짝 손님인 체 앉아 커피 대접도 받는다.      


❚꾸준함이 힘든 이유

새로운 멤버로 시작된 2기 모임도 두 달이 다 끝나가고 있다. 1기때는 매 주 모임을 하고 난 후 다음 모임의 내용을 구상하고 준비하느라 일주일이 꼬박 걸렸다.  매번 새로운 내용을 준비 해야하는 상황이라 매주가 나에게 도전이었다. 매주 그 하나의 강연에 몰입했다. 그래서 꾸준히 무언가를 하는 게 힘들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이제 2기 모임을 하다보니 내 안에 새로운 무언가를 탐구하고 궁리하는 에너지가 덜 소요된다. 새로운 것을 궁리하기 보다 하던 것을 꾸준히 이어 나갈 수 있는 나의 마음 추스르기가 중요해졌다.      


기왕 준비해서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더 빨리 나의 입지를 세우고 싶은 성급함도 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가늘고 길게 유지되는 모임이고 싶은 바람도 있다. 그 둘 사이에서 매번 갈등이 있다. 몇 안 되는 사람들을 위해 주말 오전을 온전히 다 바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내 이야기가 도움이 되기는 되는 걸까? 모임에 대한 회의감은 밀물과 썰물처럼 매번 내 마음을 가득 채웠다가 또 스르르 사라진다. 어쩌면 너무 당연한 일이다.


❚그래도 또 한 번의 모임을 해냈다

금요일만 되면 모임에 대한 회의감이 슬그머니 고개를 든다. 토요일 오전 모임 장소로 가는 길까지 그 마음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래도 미리 참석을 묻는 카톡 칼렌더에 오시는 분들의 명단을 보며 애써 힘을 내어 본다.      


일단 모임을 시작하면 나의 에너지는 다시 충전된다. 이번 모임에서도 또 많은 에너지를 얻는다. 내가 좋자고 한 모임이지만 모임을 끝내고 돌아가시며 다들 한 마디 하신다. 너무 감사하다고. 아이의 영어 공부 때문에 늘 마음이 불편하고 불안한데 나의 모임에 오면 마음에 힘을 얻어 간다고 하신다. 이제라도 차분히 시작하면 할 수 있겠다는 의욕이 생긴다고 하신다.      


그분들 덕분에 또 한번의 모임을 신나게 진행했다. 그리고 다음 모임을 또 기다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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