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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y Soon Jun 02. 2023

#22. 엄마표 영어 스터디 다섯 번째 모임 후기

:어쩌다 우리 서로 알게 된 건 아름다운 일

❚연휴: 아이들 말고 오롯이 나만을 위한 시간

아이들이 한창 어릴 땐 긴 연휴는 당연히 어딘가로 여행을 가주는 게 부모의 도리라 생각했다. 여행씩이나 갈 수 없을 때는 보드 게임이나 테니스, 농구 같은 운동을 같이 해주는 노력을 아주 열심히 했던 것 같다. 한국에서 유년기를 보낸 우리 아이들은 긴 연휴는 으레이 이모네들과 여행을 가거나 인근 공원에서 함께 보내는 시간으로 여겼을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미국에서 보낸 아이들의 초등학교 시절은 함께 할 다른 가족이 없었기에 우리끼리 이것 저것 소확행을 즐긴 것 같다.


집 앞 드라이브 웨이(Driveway: 집 주차장으로 들어오는 공간)에 세워 둔 농구 골대에서 한 농구, 동네 오픈 코트에서 한 테니스, 뒤뜰(Back Yard: 잔디로 가꾸어진 집 뒷 공간)에서의 풋볼 던지기와 뒷 뜰 파이어핏 (Firepit: 화로처럼 작게 불을 지필 수 있는 구덩이나 용기)에서 한 불멍과 해먹(Hammock: 나무 두 개 사이에 걸쳐놓은 간이 흔들 침대)에 파란 하늘 바라보기, 그리고 백 포치(Back Porch: 집 뒤쪽에 난 지붕이 있는 작은 공간)에서의 보드게임 등 참 열심히 아이들과 함께 무언가를 한 기억이 난다.      


함께 있어 주고 함께 해주어야 할 날들에 정말 최선을 다해 해주었기에 더 이상 그 시절에 대한 미련도 후회도 아쉬움도 없다. 어느새 훌쩍 커버린 아이를 보며 대부분 부모들은 아쉽다는 말을 한다. 하지만 난 두 아이를 바라보며 그저 흐뭇할 뿐이다. 이제 아이들은 각자 해야 할 일들과 하고 싶은 일들로 연휴를 보낸다. 이젠 그럴 나이가 되었기에 내가 굳이 함께하지 않아도 된다. 이젠 나의 연휴는 오롯이 나만의 시간이 될 수 있다.

    

❚멋진 우리 아지트를 만들 작정

감기 기운이 살짝 있었음에도 이번 스터디 모임은 예정대로 하기로 했다. 지난번 스터디는 아들의 농구 대회 때문에 취소했었기에 이번에도 취소할 순 없었다. 멤버들에게 티칭 비용을 받으며 하는 게 아니니 스터디 모임을 취소한다고 보강을 해줘야 하는 책임은 없다. 하지만 나의 루틴을 깨는 게 싫었다. 스스로와 한 약속을 어기는 건 썩 기분 좋은 일이 아니다. 더욱이 잦은 모임 취소는 모임에 대한 멤버들의 신뢰가 조금씩 파도에 밀려가는 모래처럼 사그라게 만들 수 있다.    

  

어린 시절 바닷가에서 쌓던 제 아무리 모래집이라도 수고와 정성이 들었다. 하지만 밀려오는 파도에 흔적도 없이 싹 사라지는 그 모래집을 보고 있노라면 괜히 한 수고였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렇게 파도가 순식간에 없앨 노력이라면 애초에 안 하는 게 나았을지도 모르겠다. 나에게 이 스터디 모임이 순식간에 사라질 모래집이게 하고 싶지는 않다.     


사실 모래집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건 나에게 달린 문제이다. 모래집이라 생각하며 괜한 수고를 하지 않고 그저 파도에 떠내려보낼 수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나에게 이 모임은 그렇게 떠내려 보내려고 발을 담근 건 아니었다. 매번 모임은 모래집이 아니라 멋진 우리의 아지트를 만들기 위함이다. 매번의 모임은 정성스레 쌓아 올리는 벽돌이다. 멤버들과 정성스레 쌓아서 멋진 아지트를 만들고 싶다.       


❚너, 나 할 것 없이 바쁜 엄마들

나의 마음이 비록 그렇다 할지라도 긴 연휴의 유혹과 심한 일교차로 인한 몸의 피로는 토요 오전 모임 대신 침대를 선택하게 하기에 충분하다. 역시나 카톡 일정 공유로 참여 여부를 조사한 결과 50%정도의 참석만 예상되었다. 그마저 아침에는 조금 늦겠다는 문자가 속속 도착했다. 아이들 챙기랴, 아침 식사 챙기랴, 다들 분주한 일상을 살고 계신다. 나 역시 아침 챙기기와 점심 준비를 다 해놓고 나서야 스터디에 참여할 수 있다. 남편은 한가롭게 테니스 모임을 다녀와 내가 차려 준 아침을 먹고 유유히 스터디에 참여한다. 늘 생각한다. 다시 태어나면 남자로 태어나리라고. 그날 아침 역시 여자라는 이유로 엄마라는 이유로 나는 남편보다 두 배로 바빴다. 스터디에 참여한 엄마들도 나와 같았으리라 짐작이 간다.       


❚어? 한방 가득 모이셨네!

몇 명뿐인 모임일지라도 나의 컨디션이 최상이 아닐지라도 스터디준비는 정성들여 해두었기에 즐거운 마음으로 멤버들을 기다렸다. 참여가 아주 저조할 것 같았지만 시작 후 시나브로 한 분, 두 분 오시더니 어느덧 한 방 가득이었다. 이번 모임은 엄마표 영어 티타임 1기 멤버, 현재 진행 중인 2기 멤버, 그리고 내 블로그 글을 보고 문의 해오신 두 분까지 이제까지 한 스터디 모임 중 최다 참여자 수를 기록했다.     


한 분은 우리가 사는 도시 서쪽 끝에서, 또 한 분은 남쪽 끝에서 오셨고 또 한 분은 서울에서 오셨다. 서울에서 오신 분은 1기 멤버이 셨는데 주중에는 서울에서 일을 하시고 주말에만 이곳으로 내려오신다고 한다. 주말 오전에 늦잠을 선택할 법도 하지만 이곳이 푸근한 동네 엄마들 모임 같아서 오고 싶었다고 하신다. 사실 그분의 말씀대로 우리 스터디 모임엔 마음이 따뜻해지는 무언가가 있다. 나 좋자고 시작된 나의 재능기부 영어 공부 모임이지만 주말 오전에 스스로 공부를 선택한 우리 모두의 열정이 더해져서 우리는 이곳을 육아와 가사 일로 지친 엄마들의 힐링 아지터로 가꾸어가고 있는 중이다.      


여느 때처럼 우리는 오늘도 생활영어 표현 (It’s not my cup of tea.), 오늘의 격언 (게슈탈트 기도문), 나의 첫 출간 책 <한국식 영문법 말고 원어민식 그림 영문법>의 세상 심플한 영어 문법 코너, 영어 챕터북<A Long Walk to Water> 소리내어 읽기와 좋은 표현 정리, 끝으로 유익한 영어 영상 (How to become fluent in English) 시청으로 마무리 했다.      


스터디 (Day #5)에서 나눈 실질적인 영어 표현들은 다음 글을에서 공유해드릴게요.


❚즐겁게 영어 공부

신나게 한판 영어 공부를 했다. 우린 어설픈 영어 발음도 신나게 했다. 차분하게 영어책도 읽었다. 그리고 세상 심플한 영어 문법 공부도 했다. 무엇보다 오늘은 게슈탈트 기도문을 함께 읽고 삶의 지혜도 나누었다.  

    


I do my thing and you do your thing.

I am not in this world to live up to your expectations,

And you are not in this world to live up to mine.

You are you, and I am I,

and if by chance we find each other, it's beautiful.

If not, it can't be helped.

— Fritz Perls, "Gestalt Therapy Verbatim", 1969     


나는 나의 할 일을 하고 당신은 당신의 일을 합니다.

내가 이 세상을 살아가는 것은 당신의 기대에 맞추기 위한 것이 아니고

당신이 이 세상을 살아가는 것도 나의 기대에 맞추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나는 나이며, 당신은 당신일 뿐입니다.

어쩌다 우리가 서로를 알게 된다면 참 멋진 일이겠죠.

만약 그렇지 않다 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일 것입니다.

게슈탈트 기도문-



❚어쩌다 우리가 서로를 알게 된 건 아름다운 일

영어 공부가 뭐라고, 우린 토요일 오전 영어 공부를 하기 위해 모였다. 주섬주섬 먹을 것을 들고 와 나누고 어설픈 영어지만 신나게 읽고 말했다. 우린 그렇게 모였고 그렇게 즐겁게 모임을 가졌다. 모임을 마치고 오랜만에 오신 분이 말을 건네셨다. 너무 감사하다 하신다. 이 모임이 있어줘서. 그리고 자기를 따뜻하게 맞아주어서 고맙다고 하신다. 눈시울이 살짝 붉어지셨다. 어쩌다 우리가 서로를 알게 된 건 아름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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