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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y Soon May 16. 2023

#20. 농구에 진심인 아들 키우기 1

: 열정의 씨앗

 ❚농구 선수 시키실 거죠?

나와 남편은 아이의 농구 대회에 매번 동행한다. 대중교통이 불편했던 우리가 살던 미국 남부의 경우는 그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대중교통이 좋은 우리나라로 귀국한 이후에도 우리는 아이의 농구 경기를 한 번도 거르지 않고 매번 함께했다.      


작년 봄 이른 아침 아이를 데리고 인근 도시로 3X3 농구 원정 경기를 간 적이 있었고 올해는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에서 3X3 농구 경기가 있었다. 이번에도 우리는 이른 아침 집을 나섰다. 이번 대회에는 아들을 포함해서 모두 다섯 명이 한 팀이다. 다섯 명 중 네 명은 우리가 태워가기로 했다. 따로 그 네 명의 부모님들로부터 부탁받은 것은 없었지만 우리가 팀 보호자로 자처한 셈이다. 나는 같은 팀 아이들과 나눠 먹을 에너지바, 바나나, 우유, 생수를 아이스 박스에 챙겨갔다. 그리고 대회 장소 근처 햄버거 가게도 미리 물색해놓았다. 남편는 아이들의 임시 코치로 역할을 해줬다. 우리 부부는 이런 일에는 아주 극성인 엄마, 아빠이다.   

   

가끔 우리의 이야기를 아는 사람들은 “아들을 농구 선수 시키실 거죠?” 하고 물어온다. 하지만 우린 전혀 그럴 생각이 없다. 아들의 체격 조건이나 기량이 선수를 할 만큼 되지도 않을뿐더러 우리는 대부분 아이들처럼 그저 취미로 농구를 시키고 있다. 취미로 하는 농구에 엄마, 아빠의 적극적인 후원을 받는 아이는 우리 아들 뿐인 것 같긴 했다. 비록 사춘기가 한창인 아들이라 ‘고맙다’는 말을 직접하진 않았지만 오늘 만큼은 우리가 함께 해준 것에 대한 든든함을 느끼는 것 같았다.  

    

❚쥐들의 경주?

우리 아이들이 미국에서 다니던 교회 소속 사립학교는 해마다 가을부터 겨울까지 시즌 스포츠로 여학생은 테니스, 남학생은 농구 교실을 운영한다. 물론 희망자에 한하고 신청자가 많으면 선발하여 종목별 학교 스포츠팀을 만들어 매주 연습과 한 달에 한두 번 인근 학교와 친선 경기를 한다. 딸은 테니스 팀에 아들은 농구 팀에 각각 참여하였다.      


딸이 참가한 테니스팀은 학교에서 차로 10분 가량 떨어져 있는 골프장과 같이 운영하는 테니스장에서 일주일에 세 번 정도 훈련이 진행되었다. 아들의 농구팀은 그 학교에 농구 코트가 없어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인근 교회 소속 실내 코트에서 연습이나 경기를 했다. 학교가 대부분 1시 30에 마치고 이런 방과후 스포츠들은 대부분 2시부터 진행된다. 16살 이상인 고등학생들은 대부분 운전 면허증이 있고 스스로 운전을 해서 학교든 방과후 프로그램이든 알아서 간다.      


15세 이하 아이들은 어른 누군가가 꼭 데려 줘야 한다. 우리나라처럼 편리한 버스나 지하철 서비스는 우리가 살던 시골에는 절대 기대할 수 없는 것들이다. 버스가 있기는 하지만 버스를 이용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버스 정류장에 아주 가끔씩 사람들이 서 있는 걸 봤다. 그마저 언제 올지 알 수 없기에 빠듯한 일상을 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별 소용이 없는 교통 수단이다. 그리고 그 도시의 주요 도로로 주행을 하기 때문에 아이들이 가야 하는 그러한 훈련 장소로 갈 방법은 그저 자가용 뿐이었다. 미국 엄마들은 아침부터 해질 때까지 아이들 실어 나르며 하루를 보내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런 엄마들은 자신의 처지를 ‘rat race 쥐들의 경주 (the unpleasant situation experienced by people working in big cities, when they continuously compete for success and have a lot of stress in their lives: 성공을 위해 끝없이 경쟁하고 많은 스트레스를 받으며 살아가는 도시 사람들의 불편한 상황)라 표현하기도 했다. 나 역시 그런 일상을 보냈다.     

 

❚육아와 학업을 오가며

그 당시 나의 스케줄은 그래도 두 아이를 각각 라이드 해주기에는 괜찮았다. 월, 수, 금에는 대학교에 가서 한국어 강의를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 해주었다. 거의 매일 저녁 수업이 진행되기는 하지만 박사 과정의 경우는 특별한 일이 아니면 줌으로 수업을 참여할 수 있었다. 코로나가 있기 3년 전부터 시작한 박사 과정이었지만 이미 줌 미팅으로 원거리 학생들을 위한 서비스가 제공되었다. 특히 교육 대학원 박사 과정의 경우는 수강생들 대부분이 직장인인 경우가 많았다. 먼 거리에 사는 학생들에게 줌 미팅 수업을 허가 해주었다. 나도 1시간 거리에 살고 있었기에 발표 수업이나 게스트가 하는 특별 강연을 제외하고는 많은 수업을 줌으로 수강했다. 덕분에 일, 공부, 아이들의 육아를 모두 병행할 수 있는 스케줄이었다.   

   

미국 학교는 대부분 아침 7시 20분부터 일과를 시작한다. 오전에 한국어 수업을 해줘야 하는 월, 수, 금이라도 스케줄 별 무리가 없었다. 7시 20분 까지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 주고 그길로 한 시간 운전을 해서 대학교로 이동했다. 9시부터 10시까지 오피스 아워 (Office Hour: 대학 교수, 강사들이 수강생들의 문의나 상담을 위해 자기 연구실에 꼭 있기로 정한 시간, 주로 일주일에 3시간정도를 각자의 스케줄에 맞게 정한 후 학기 초 수강생들에게 이 시간대를 공지해서 상담이나 면담이 필요한 학생들이 언제든 방문할 수 있도록 안내해야 함)에 맞춰 가야 하지만 나의 경우 별 문제 없이 여유롭게 20분씩이나 일찍 캠퍼스에 도착할 수 있었다.     

 

낮 12시에 티칭이 끝나면 다시 한 시간 운전을 해서 우리 집이 있는 도시로 이동해 오곤 했다. 그 사이 둘째는 12시 30부터 1시간 가량 방과후 운동장 놀이 시간을 갖고 그곳에서 밥 먹고 친구들과 논다. 가끔은 그 운동장 놀이 시간이 끝날 때 까지 내가 도착 할 수 없으면 담당 선생님께 문자로 알려주면 언제고 추가로 몇 분은 아이를 봐주셨다. 그게 불가능할 때는 아이 친구 엄마 이름을 그 돌봄 교실 선생님에게 문자로 보내고 그 엄마가 우리 아이를 봐주고 있으니 염려하지 말라고 하면 된다. 그건 철칙이다. 미성년자가 어떤 이의 보호에 있는지 학교에 말 하지 않고는 아이가 야외에 있을 수 없다. 그런 아이는 교실에 앉아 있어야 한다. 참 신기한 규칙이었다. 가끔 내가 문자 넣는 걸 잊은 날엔 아들이 아무리 햇살이 좋아도 교실에 앉아 있어야 했다. 한 두번 실수를 하고 아들에게 원성을 듣고부터는 조금이라도 늦으면 바로 친구 엄마에게 부탁해서 아이의 가디언으로 학교에게 말해도 되냐고 물어본다. 그리고 학교 돌봄 교실 선생님에게 그 엄마의 이름을 알리는 문자를 잊지 않고 전송하곤 했다.

     

늦어도 오후 1시 30분이면 아이 학교에 도착하고 첫째는 2시경에 학교가 끝나기 때문에 직장 맘이지만 아이들의 라이드는 늘 문제가 없었다. 그 학교 선생님이자 아들 친구 엄마는 아이가 4명이나 있었다. 같은 교회를 다녀 친분이 있었기에  그 엄마는 아들 둘을 나의 밴에 실어 농구 코트로 라이드를 부탁해오곤 했다. 그리고 혼자 유학 온 한국인 여고생도 딸과 같이 테니스 팀이어서 함께 다녔다. 내 밴은 실어 날라야 하는 아이들로 가득했다.


❚열정의 씨앗

스포츠가 거의 일상이 되어 있는 미국 학교에서 아들의 농구 사랑은 시작되었다. 늘 또래 아이들과 어울리기 위해서라도 그 방과 후 스포츠 프로그램에 참여하곤 했다. 한창 또래 문화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는 초4부터 2년간 미국 학교 농구팀에 들어가 있었다. 그 때 부터 아들의 농구 열정은 시작되었다. 연중 햇볕이 뜨거운 미국 남부에서 선크림을 거부하며 매일 집 앞 농구 골대에 붙어 작은 키를 만회하기 위한 골 연습은 아들의 일상이었다. 거의 세달 가량 이어지는 길고 긴 여름 방학 동안 아들의 하루는 농구로 시작되어 농구로 끝날 만큼 농구에 진심이었다. 심지어 자기 전 읽는 책은 코비 브라이언트의 자서전인 <The Mamba Mentality: How I Play>을 수십 번 읽기까지 했다. 학원을 다닐 일도 없고 딱히 학업이 힘든 학년이 아닌 덕분에 그 긴 여름 동안 아들은 농구 하나에 몰입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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