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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y Soon May 16. 2023

#21. 농구에 진심인 아들 키우기 2

: 열정 더하기 평온함

❚농구로 달라진 아들: 그릿과 리더쉽

귀국 후 커다란 생활의 변화와 아직 서툰 모국어로 아들은 교우관계에서 별 자신감을 보이지 못했다. 지금도 자기와 같은 나이 아이에게 높임말을 쓰는 등 우리말이 입에 성글다. 그래도 초등학교 6학년 이후부터 함께 농구를 해오던 단짝 친구 말로는 아들이 요샌 부쩍 말도 많이 하고 농구 자신감이 큰 게 보인다고 한다. 농구에 별 재미를 갖지 않았던 친구들에게 틈틈이 농구를 가르쳐 주면서 점점 농구 친구들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한다. 그 친구들이 모여 이번 3x3대회 농구팀이 되어 출전까지 하게 되었다. 운동에 시큰둥한 보통의 우리나라 사춘기 아이들에게 아들은 농구 전도사나 다름없다.     

 

아들은 가는 차에서 멤버들에게 보통 농구 경기와 다른 3대3 농구 경기 규칙을 설명하고 작전을 서로 확인하는 것 같았다. 아들은 여전히 시끌하게 규칙을 설명하지 않는다. 그저 친구에게 링크를 걸어주면서 찬찬히 지금 읽어보라 권할 뿐이다. 준결승, 결승전을 앞두고도 큰 소리 내지 않고 조근조근 친구들에게 작전 지시를 한다. 코치가 없이 자기네들끼리 참가한 상황이다. 비록 남편이 이름상 코치로 기입되어 있지만, 혹여나 작전 실수로 인한 원망을 들을까봐 남편도 그저 관망하는 자세를 취했다. 다른 팀처럼 전문 코치가 없는 상황 이다 보니 급한대로 아들이 그 역할을 하고 있었다.      


아들은 농구를 통해 많이 달라졌다. 요즘의 말로 그릿(Grit)이 가장 눈에 띄게 키워진 것 같다. 그릿은 미국의 심리학자인 앤젤라 더크워스(Angela Duckworth, 2016)가 개념화한 용어로, 목표한 바를 열망하고 해내는 열정과 난관이 닥쳐도 포기하지 않고 목표 달성을 위해 노력하는 끈기를 뜻한다(Grit is passion and perseverance for long term and meaningful goals). 그릿은 의도된 연습, 높은 목적의식, 긍정적인 사고, 허용적인 양육방식, 성취 경험 등을 통해 학창 시절 주로 형성된다고 알려져 있다. 공부를 통해 그릿이 생기기에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한 아들이다. 하지만 아들은 적어도 농구를 통해 그 그릿이라는 것이 확실히 발달 되고 있는 것 같다.


❚기필코

부전승 없이 다섯 경기를 하루 만에 다 치러야 했다. 초반 경기들은 거의 15대 1정도의 큰 점수 차이로 가뿐하게 우승을 했다. 하지만 준결승전에서 상대팀은 누가 봐도 고등학생이라 할 만큼 키와 체격이 컸다. 아들 팀은 중3이 3명 중2가 2명인데다가 대체로 마른 체격이라 누가 봐도 체격이 밀렸다. 게다가 상대는 아주 경기를 터프하게 했다. 경기 시작하자마자 센터를 맡는 친구는 상대가 친 손에 맞아 코피가 나는 그야말로 혈전을 벌였다.      


경기 중반 무렵 슛하려고 점프하는 아들을 상대 선수가 미는 바람에 그대로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그 순간 고관절 부상을 입었다. 이건 이틀 후 병원 엑스레이 결과로 알게 되었다.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아들은 부상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준결승전에 이어 결승전에서도 10분 전체(3대 3 농구 경기 한 게임당 시간)를 다 뛰었다. 이기겠다는 마음 하나로 통증도 모르고 경기를 한 것이다.      


결승전 역시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초반부터 상대팀에게 리드 당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중반 무렵 동점을 이끌어 냈고 급기야 1점차로 경기를 역전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경기 종료 12초 전 아들이 시도한 슛이 성공하지 못하고 공격권은 상대팀이 가지게 되었다.  결승전은 결승전이다 싶었다. 몇 초도 방심할 수 없는 순간순간들이었디. 결국 경기 종료 6초전 동점이 되어 버렸다. 경기는 연장전으로 이어졌다.


연장전은 2점을 먼저 넣는 팀이 우승을 하게 된다. 아들팀은 골밑 슛을 성공시켰다. 게다기 그 즘 상대팀 선수의 파울로 자유투 기회를 얻었다. 아들은 자유투 하나를 성공시켜 1점 차로 아들 팀은 마침내 우승의 기쁨을 즐겼다. 그런데 상대팀 코치가 심판에게 항의를 했다. 아들의 마지막 자유투는 인정될 수 없다는 것이다. 파울을 당한 선수가 자유투를 던져야 하는 데 아들이 대신 던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심판은 그 클레임을 받아들이고 1점을 무효화 시키고 파울을 당한 아이가 다시 자유 슛을 던지게 했다.  안타깝게도 그 아이는 자유슛을 성공 시키지 못 했다.


다시 경기는 또다른 연장전으로 들어갔다. 이번에도 2점을 먼저 득점하면 우승이 되는 연장전이었다.  아이들의 몸싸움은 격렬했다. 잠시도 눈을 띌 수 없는 박빙의 순간이었다. 부상으로 불편한 다릴 하고도 아들은 골 밑 1점을 먼저 성공시켰다. 그 과정에서 아들을 막던 상대 선수가 파울을 해 또 한번의 자유투의 기회가 주어졌다. 아들이 그 마지막 자유투를 던지는 순간은 너무 긴장이 되어 나는 도저히 눈 뜨고 볼 수 없었다.


나는 두 손을 꼭 잡고 눈을 질끈 감고 기도했다. 너무 감사하게도 눈을 뜨니 골 성공이었다. 두 번의 자유투 중에 첫 자유투가 성공하며 추가 1점을 얻은 아들팀은 우승에 쐐기를 박았다. 월드컵 우승 같은 기쁨과 대견함에 거의 눈물을 흘릴 뻔 했다. 정말 ’극성인 농구 엄마‘라 불려도 어쩔 수 없다.      


❚제법 어른스러움

다섯 경기를 모두 이긴 아들 팀은 우승팀이 되었고 아들은 MVP로 선정되는 쾌거를 얻었다. 그 날 우승팀에게는 트로피, 상금 피켓, 농구공, 상금(문화상품권 20만원)가, MVP 선수에게 상금 피켓과 상금 (문화 상품권 5만원)이 수여되었다. 상금은 다섯명이 똑같이 4만원씩 나눠 가졌다. 그런데 팀 멤버가 다섯 명이다 보니 그 상품을 공평하게 나누는 게 좀 어렵게 되었다. 어른이 끼어들어 왈가왈부 할 일은 아니였기에 어떻게 나누는 지 우리는 지켜 봤다.      


아이들은 돌아오는 차 안에서 서로 의논 하더니 결국 ’가위 바위 보’를 해서 한 번 이길 때 마다 한 아이템씩 가지기로 한 모양이다. 농구공은 이미 한 친구에게 모두 양보한 이후라 남은 아이템은 트로피, 상금 피켓이였다. 두 번의 ’가위 바위 보’를 이긴 아들은 결국 트로피와 상품 피켓을 가지게 되었다. 하지만 아들은 그 절친인 친구에게 트로피와 피켓을 양보해주며 오늘의 우승을 축하해주었다. 오늘 센터를 맡은 그 절친인 친구는 아들한테 농구 열정을 옮겨 받은 친구이다. 그 친구는 3대 3 농구 대회가 처음이고 우승도 처음이었다. 어느덧 제법 어른스러워진 아들의 모습에 감사함이 절로 생겼다.


경기 내내 아들의 마음이 차분할 수 있었던 게 혹시나 한 아들의 기도 덕분인지 나의 기도 덕분인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여러 차례 위기의 순간에도 아들의 마음도 나의 마음도 평온함도 가질 수 있었다. 경기로 부상을 입었지만 그 역시 더 크게 다칠 수 있었지만 그 정도이길 천만 다행이라는 감사함을 가진다.   


❚평온함의 근원

그날 경기는 지켜보는 내내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상대 팀의 거친 몸싸움에 아들이 혹시나 겁을 먹진 않을까 포기를 하지는 않을까 염려가 되었다. 하지만 튕기고 또 대적하고 하길 반복하면서 아들은 상대 팀의 파울을 많이 유도했다. 결국 아들 팀은 많은 자유 슛 기회를 얻을 수 있었고 매번의 자유 슛을 다행히 거의 실수 없이 득점한 끝에 그 경기도 이기게 되었다. 그게 큰 대회도 아니고 그저 우리가 사는 도시에서 하는 농구 대회지만 그 자유투를 하는 순간만큼은 큰 대회만큼이나 내 마음이 긴장되었다. 특히 결승전에서는 더욱 그랬다.      


작년 농구 대회에서 아들은 3점 슛이나 자유슛 실수를 참 많이 했다. 긴장된 그 마음이 나에게도 전해질 만큼 아들은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팀원들에게 말을 하거나 스스로 파이팅하는 모습을 볼 수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완전 다른 모습을 보였다. 팀원들에게 박수를 쳐주며 파이팅하는 모습과 차분함을 유지하며 슛하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었다. 게임 후 아들에게 물어보니 자유슛을 하는 순간에도 별로 긴장이 되거나 위축되지 않았다고 한다.      


경기 내내 아들의 마음이 차분할 수 있었던 게 혹시나 한 아들의 기도 덕분인지 나의 기도 덕분인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여러 차례 위기의 순간에도 아들의 마음도 나의 마음도 평온함을 가질 수 있었다. 경기로 부상을 입었지만 그 역시 더 크게 다칠 수 있었지만 그 정도이길 천만 다행이라는 감사함을 가진다.   

   

❚열정의 씨앗과 평온함의 근원

아들의 농구 열정은 대단하다. 병원에서 고관절쪽 뼈가 살짝 틈이 생겼다고 진단을 받고 온 날 저녁, 아들은 다음 달에 있을 교육감 배 경기의 출전을 이미 계획하고 있었다. 연습장 한 장을 쭉 찢어서 출전할 친구 이름을 쭉 적었다. 아들은 친구들의 서명을 받아서 학교 체육 선생님께 가져다 줄 모양이다. 아들이 다니는 학교의 체육 선생님은 아이들의 농구 사랑을 크게 지원해주지 않는다. 작년 교육감배 농구 대회에도 출전을 허락하시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무관심 속에서도 아들은 다시 시도 해보겠다고 열의를 다지고 있다.      


혹여 몸이 완치되지 않는 상태에서 무리할까 봐 걱정이 앞선다. “의사 선생님께 먼저 여쭤보고 괜찮다고 하면 출전할 수 있는 거 알지?” 무심한 체하며 내가 건넸다. “응, 알고 있어. 그즘에 여쭤보고 괜찮다고 하면 출전할 거야.” 의사 선생님은 아들에게 한 달간 농구 금지령을 내렸다. 하지만 아들은 화내기 보다 차분히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 기대하던 교육감배 농구 대회도 나가지 못 하는 상황이 벌어지더라도 받아들이기로 했다.      


해내고 말겠다는 불타는 열정과 상황에 순응하며 마음의 평온함을 가지는 것은 어쩌면 극과 극의 마음 가짐이다. 자신이 해낼 수 있는 능력치를 최대한 끌어올리고 게으름과 나태를 극복하는 열정은 어디까지나 나의 통제안에 있는 것에 대한 마음가짐이다. 하지만 나의 통제 밖에 있는 것에 대해서는 순응하고 기도로 평온함을 얻는 게 지혜의 시작이다. 농구를 통해 그리고 이런저런 일련의 일들을 통해 아들의 지혜가 커나갈 수 있으면 좋겠다.


❚출처

Duckworth, Grit: The Power of Passion and Perseverance (New York: Scribner,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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