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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y Soon Jun 08. 2023

#24. 브런치 하길 잘 한 듯

: 브런치 덕에 출판도, 강연 원고 제출도 스윽.

❚브런치 작가 경력: 1년 6개월  

2021년 12월 말 이런 저런 복잡한 생각을 정리하고 싶었다. 갈팡질팡 내 마음을 잡고 싶었다. 열정적으로 보낸 미국 유학시절에 대한 기억이 남아 있을 때 그 세월을 고스란히 글로 새겨놓고 싶었다. 귀국 후 다시 인생이 리셋된 듯한 그 막막함에 뭐라도 하나 꾸준히 시작할 무언가가 필요했었다. 내가 뭘 하고 싶은 지 내가 뭘 해야 하는 지 무엇부터 시작해야할지 어떻게 시작해야할지 그저 나에겐 모든 것이 막연한 시기였다. 막연한 미래를 위해 내가 지금 당장 바로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곰곰이 생각하다 일단 써야 겠다. 일단 훤히 알고 있는 나의 과거를 나의 발자취를 정리부터 해야 겠다. 내가 걸어온 발자취를 이으면 그 선을 따라 나의 미래도 그려질 수 있지 않을까?


나의 브런치 첫 출발은 미래에 대한 당찬 포부로 시작되었다기 보다는 오히려 불확실함에 대한 두려움으로 시작되었다. 이미 구독자가 엄청 난 분들에게도 첫 글은 있었을 거고 그 첫 글은 미래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한 사람은 없었을 것이기에 나 역시 매일 그저 꾸준히 나의 기록을 해나가보리라 마음을 다잡아 본다.       


어제부로 나의 브런치 구독자도 이제 200명이 되었다.  나와 비슷한 시기에 또는 더 늦게 시작한 분들 중에는 이미 나보다 훨씬 더 많은 구독자를 기록하신 분들도 엄청 많다. 그 숫자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는 않지만 감사하게 나의 브런치 글을 구독해주시는 분이 조금씩 늘고 있다. 무엇보다 그 분들과 소통을 할 수 있고 공통의 관심사를 가진 분의 글을 읽으며 공감을 할 수 있는 매일이 참 즐겁다.


❚브런치: 나의 과거, 현재, 미래의 정리함

나에게 브런치는 남에게 내 글을 읽히는 게 목표가 아니라 애초에 나의 생각 정리, 나의 경험치 정리, 내가 현재 몰두하고 있는 것들에 대한 정리가 목표였다. 그런 이유로 어쩌면 독자를 위한 글쓰기가 아닌 나를 위한 글쓰기가 대부분일지도 모른다. 그런 이유로 나의 브런치 구독자층은 아주 범위가 제한적이다. 발행한 글의 편수에 비하면 구독자수가 형편없이 작다. 그렇다고 구독자를 늘리기 위한 인위적인 노력을 하는 건 무의미한 일일 듯 하기에 나는 그저 나를 위한 글쓰기를 해나간다.    

 

그런 브런치이기에 나는 지난 1년 반동안 아주 여러 가지 갈랫길의 글을 써내려갔다. 나의 이런 저런 생각을 반영하듯 나의 브런치 매거진도 참 다양한 갈래를 이루고 있다. 최근에 시작한 영어 한스푼, 미국 유학 후 귀국 적응기, 엄마표 영어 티타임, 마흔에 떠난 미국 유학, 넓고멀리 20년 엄마표영어 보고서, 마음충전 책 일기, 미국 유학 다녀온 우리 영어 쌤, 40세 현직영어교사 미국유학기 1,2,3, 영어 교과서 한계 극복, 이지하고 이지적인 영문법 강의, 찐 경험으로 터득한 영어 공부법 그리고 최근에 책으로 발간한 한국식영문법 말고 원어민식 그림 문법에 이르기까지 참 다양하다.      


나의 생각 창고에는 그런 복잡한 생각들로 엉켜있기에 그걸 실오라기 하나 하나 풀어나가듯 글로 풀어가면서 나의 생각도 마음도 한결 차분해짐을 경험했다. 애초에 돈이 되는 글쓰기가 아니었다. 애초에 괜한 에너지를 낭비하는 노작일 수 있다. 하지만 돈도 안 되는 무모한 나의 에너지 소모전일지라도 적어도 나에게는 이만한 쾌감을 준 취미활동은 있어본 적이 없다.


난 일상에서 만나는 누구에게라도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하는 수다장일 수도 있다. 그리고 이런 일을 했고 이런 일을 하고 있고 이런 일을 할 거라고 아무에게나 떠벌이는 푼수일 수도 있다. 하지만 브런치 덕분에 내 주위 사람들은 나의 그런 수다나 떠벌이는 말에 시간을 낭비할 일이 없어졌다. 브런치를 시작하면서 나는 내 주위 사람들에게 내 이야기를 하는 시간을 줄이고 그들의 이야기를 좀 더 들어 주려 노력하게 되었다. 그리고 정녕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곳 브런치에 실컷 쏟아 붓고 있다. 1년 반 만에 나의 글은 218편이라는 어마어마한 숫자에 달하게 되었다. 읽을 만한 글도 간혹 있겠지만 대부분은 나를 위한 정리함으로 오롯이 존재하는 글도 많다.      


❚브런치: 나한테 만큼은 소중한 보물 창고

1년 6개월간 내 머릿 속을 헤매다 사라지고 날 괴롭히다 사라질 여러 생각들을 브런치에 글로 적으며 정리라면, 정리를 힐링이면 힐링을 할 수 있었다. 혼자 읽는 비밀 노트와는 달리 브런치에 발행하는 글들은 독자들과의 소통도 가능한 덕분에 지속적으로 글쓰기를 해나갈 수 있었다. 먼 타지에 살고 있는 독자와의 즉각적인 소통은 브런치의 매력이다.     

 

브런치의 또 다른 장점을 나의 생각을 체계적으로 정리할 수 있다는 데 있다. 나의 몇몇 브런치 북은 아예 책으로 엮을 목적으로 목차와 개요등을 먼저 잡고 주기적으로 글을 하나씩 채워감으로써 완성되기도 했다. 나의 첫 출간 도서인 <한국식 영문법 말고 원어민식 그림문법>도 브런치북으로 먼저 완성해놓은 덕분에 책으로 출판할 엄두를 낼 수 있었다.      


브런치의 가장 큰 장점은 큰 기대 없이 발행한 수많은 글이었지만 그 작은 점들이 한데 모여 내 삶의 의미를 하나씩 만들어가고 있다는 데 있다. 애초에 브런치에 발행한 글 덕분에 책도 출간하게 되었고 그 책 덕분에 고등학교에 강연 제의도 받을 수 있었다. 강연 신청자가 꽤 많다고 하니 내심 기대가 많이 된다. 최근에는 그 책이 어느 도서관에 비치되어 있는 걸 읽고 책에 관심을 보이신 분도 계셨다. 나의 책이 도서관 바코드를 입게 되다니. 참 신기한 일이다.       


무엇보다 브런치의 덕을 가장 톡톡히 본 건 제의 받은 강연의 원고를 쓸 때였다. 내가 강연을 갈 고등학교 담당 선생님께서 강연 원고를 최대한 빨리 받기를 희망하셨다. 처음 나가는 강연이지만 강연 원고 쓰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평소 틈틈이 발행한 나의 브런치 글 덕분이다. 강연 원고 제의를 받고 브런치에 발행한 나의 글들을 쭈욱 훑어보고 강연 주제에 맞는 글을 선택해서 하나로 엮기면 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미리 써놓은 글들이 없었다면 출발부터 막연했을 것 같다. 브런치는 나의 버킷 리스트를 달성하는 디딤돌이다. 일상에서의 생각들, 나의 관심사들을 글로 남기는 작업은 내가 가지게 된 취미 중에 제일 멋진 취미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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