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이거 답이 뭐야?” 기말 고사를 준비하던 중3 아들이 풀기 싫은 영어 문제에 낙서를 잔뜩 하고서는 나에게 들고 와 물었습니다.
중3 영어 내신 대비 문제집에 수록된 문항
낙서 때문에 가독성이 낮아 아래에 다시 쓰면 아들이 들고 온 문제는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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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밑줄 친 (B)와 쓰임이 같은 것을 모두 고르면?
(본문 속 지문의 일부)
Can you see the girl (B)waiting at the bus stop?
➀ Can you see that moving object?
➁ I’m thinking of buying a new car.
➂ I’ll meet my friend running a cafe.
➃ Kate hates saying the same thing.
➄ The secret of his health is eating balanced mea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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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학창 시절을 보낸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영어 문제집에서 풀어 봤을 문제입니다. 아마도 10에 10명은 위 문제를 보는 순간 동명사와 현재분사의 구별을 떠올릴 것입니다. ➀과 ➂은 현재분사로 나머지 선택지의 밑줄 친 단어는 동명사이기 때문에 정답은 ➀과 ➂이라고 생각할 것 같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여러분의 생각대로 정답은 ➀과 ➂입니다.
하지만 이런 문제를 아이가 물어오면 어떻게 설명해주세요?
무엇보다 동명사와 현재분사라는 문법적 용어를 어떻게 설명해주세요?
혹시 아래처럼 설명하시나요?
❚한국식 영문법이 절대 진리라 생각하는 엄마의 설명
혹시 여러분도 아래 엄마처럼 이렇게 설명을 하시고 계신가요?
엄마:
➀ Can you see that moving object?
여기서 ‘moving’은 명사(object)를 수식하는 현재분사야.
➁ I’m thinking of buying a new car.
‘buying’은 전치사(of)의 목적어로 쓰이는 동명사야.
➂ I’ll meet my friend running a cafe.
‘running’은 명사(friend)를 수식하는 현재분사야.
➃ Kate hates saying the same thing.
‘saying’은 동사(hate)의 목적어로 쓰이는 동명사야.
➄ The secret of his health is eating balanced meals.
‘eating’은 동사(is)의 보어로 쓰이는 동명사야.
아이:
엄마, 근데, 명사가 뭐야? 그리고 현재분사는 뭐고. 그런데, 동명사는 또 뭐야?
전치사의 목적어? 동사의 보어? 그런 게 다 뭐냐고??
엄마: (이 많은 걸 다 어떻게 설명을 해?) 아휴~
❚원어민식 그림 영문법 설명: 단순하고 직관적임
영어 문제 하나 풀자고 자녀와 이런 해프닝이 벌어지는 분이라면 아래 설명을 잘 정독하길 추천드립니다. 비록 저는 위의 설명을 다 이해하는 영어 전문가이지만. 그 지식이 너무 산으로 가버리는 말도 안되는 방식임을 미국 유학을 가서 깨달았습니다.
우리에겐 너무도 익숙한 한국식 영문법이라도 그게 영어 문법을 학습하는 유일한 그리고 최고의 방법이 아님을 아셔야 합니다. 한국식 영문법은 그저 규칙 설명과 단순 암기에 치중하는 편이기에 왠만한 인내심을 가지고는 마스터 할 수 없습니다. 또, 마스터 한다고 한들 영어 글쓰기와 말하기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도 않는 그저 우리끼리의 영어문법일 뿐이죠. 영어 교육 전문가인 저는 우리 자녀 세대에게까지 그런 말도 안되는 영어문법을 강요하는 일은 막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당장, 저는 제 아이들에게 위의 문제를 그렇게 복잡하고 형이상학적인 방식으로 설명을 절대 하지 않습니다. 혹시 제가 하는 방식에 약간의 호기심이라도 가지고 계신다면 아래 내용을 찬찬히 정독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왕초보도 이해하는 영어 문장의 핵심 원리
아들과 나눈 대화를 기록해볼게요.
엄마: 일단, 영어 단어 중에 특히 행동을 나타내는 말 뒤에 ‘~ing’ 붙는 게 많아. 왜 그런지 생각 해봤니?
아들: ~하는 중일 때 대부분 ~ing를 붙이던데.
엄마: 그 말도 맞아. 그런데, 기본적으로 모든 문장에는 동사가 하나만 와야 해. 우리말도 마찬가지야.
아들: 왜?
엄마: 예를 들어 내가 무작정 “서울 갔어.”라고 하면 너는 아마 나한테 “누가 서울 갔어?”라 물을 거지?
아들: 그렇겠지. 엄마가 누가 갔는지 말 안했으니까.
엄마: 거봐. 진작에 엄마가 “내 친구가 서울 갔어.” 했었으면 니가 질문하는 수고를 덜어줬을 텐데. 그지?
아들: 그렇지.
엄마: 그래서 우리가 문장을 말할 때는 특히 영어 문장은 반드시 주어(누가에 해당하는 말) 하나와 동사(시간의 정보, 시제)를 하나 나타내야 해.
<예문1> The girl waiting at the bus stop is my sister.
위 예문에서는 어떤 말이 동사 일까?
아들: ‘waiting’ 하고 ‘is’.
엄마: 둘 중에 하나만 문장의 동사일 수 있어.
아들: 그럼 둘 중 아무거나 내가 고르면 되는 거야?
엄마: 아니. 위 문장을 우리말로 자연스럽게 바꾸어볼래?
아들: 버스 정류장에서 기다리고 있는 그 소녀가 내 여동생이다.
엄마: 그 문장에서 맨 마지막 말이 ‘이다’이지? 그게 바로 그 문장의 동사다. 동사를 쉽게 왕이라 표현할게.
아들: 그럼 ‘waiting’은 뭐야?
엄마: ‘waiting’은 원래 ‘wait’였어.
이 문장에서는 이미 ‘is’가 동사 즉, 왕이야.
‘wait’은 왕이 아니라서 동사로서 품었던 시간의 정보(시제, 왕관이라 표현 할게)를 벗어야 해.
원래 본 모습(동사원형)에다가 다른 장식을 골라서 써야 한다고 보면 돼.
영어에는 딱 3가지 장식이 있어 : (1)–ing (2) to- (3) 동사원형
문장에서 왕에 해당하는 동사의 의미에 따라 나머지 동사들은 알맞은 장식을 써야 해.
아들: 위의 <예문 1>에서 ‘wait’은 그 3가지 장식 중에 왜 ‘–ing’를 골라 써야 하는 거야?
엄마: 왕 즉 동사를 기준으로 이미 하고있는 행동이면 –ing를 써. 이제 할 행동이면 to-를 쓰면 돼. 한편, 문장의 동사 즉 왕이 ‘시키다 동사(사역동사: let, make, have)’ 거나 ‘감각동사(see, look at, watch, hear, listen to, feel..)’이면 동사원형을 그대로 써. 동사원형을 쓰는 이유는 어떤 행위 자체를 나타내는 것이라서 그래. 아무런 장식 없이 그저 원형 그대로 쓴다고 보면 되는 거야. 마치 명령할 때, “Be quiet.”이라 하지 “Are quiet.”이라 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야.
He stopped eating meat. ----> stop 할 당시 고기 먹는 행동(eat meat)은 이미 함.--> -ing 씌우기
He decided to become a vegetarian(채식주의자). ----> decide할 당시 채식주의자가 이제 되려고 함. ----> to 씌우기
His love for animals made him stop eating meat. ----> made(시키다 동사)이므로 명령문을 동사원형으로 만들 듯이 뒤에 올 동사도 동사원형으로 형태를 갖는다.
아들: 근데 엄마 동사에 따라 뒤에 오는 동사원형이 어떤 장식을 써야할지 아직 확 이해가 안되긴 해.
엄마: 그럼 아래 설명을 한 번 읽어봐.
여러분들도 아직 정확히 감이 안 잡히시죠?
그럼 아래 설명을 찬찬히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동사원형ing' VS. 'to 동사원형'
동사원형ing : 이미 한 일 이나 일어나고 있는 일 / 일반적인 행동/ 전치사 뒤에 씀
to 동사원형: 이제 일어날 일 / 구체적인 행동
그럼 아래 예문에서 설명드릴게요.
동사원형 ing
먼저, 동사원형ing를 알아볼게요.
아래 예문들은 모두 동사원형ing가 붙어요.
아래 <예시 1>과 <예시 2>에서 ‘-ing’ 붙은 말들은 ‘이미 하고 있는 행동’이란 공통점이 있어요.
비록 <예시1>은 한국식 문법으로 하자면 동명사이고 <예시2>는 현재분사이지만 우리가 영어 문장을 쓸 때, 구지 그게 동명사인지 현재분사인지 구별할 필요가 조금도 없어요.
그저 각 문장에 이미 동사가 있으니 추가로 쓸 동사는 형태를 ‘이미 하고 있는 행동’이면 ‘ing’를 붙이면 된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예시1>
They practice speaking English every day. (말하기 하던 걸 계속 연습하다)
Mary keeps postponing cleaning her room. (미루기 하던 걸 계속 하다)
He regretsnot studying harder for the exam. (기다리지 않은 걸 후회하다)
We can't stand waiting in long queues. (기다리던 걸 이젠 더 못 참다)
Michael admits having made a mistake. (실수 한 걸 인정하다)
<예시2>
The man reading a book in the park is my neighbor.
The baby crying in the crib needs to be fed.
The dog chasing its tail is playful.
The people jogging in the park are fitness enthusiasts.
The students studying in the library are preparing for exams.
아래 <예시 3>에서 ‘-ing’ 붙은 말들은 ‘이미 해본 행동’이란 공통점이 있어요. 이미 해본 그 행동을 ‘좋아한다거나 싫어한다 또는 계속 한다’ 라는 식의 문장들입니다.
<예시3>
She enjoys singing in the shower.
They appreciate receiving thoughtful gifts.
Sarah prefers shopping at local markets.
The students don't mind staying after school for extra help.
I miss going to the beach during the summer.
아래 <예시4>에서 ‘-ing’ 붙은 말들은 당장 바로 할 구체적인 행동이라기 보다 ‘다소 일반적인 행동’이란 공통점이 있어요. 당장 할 행동이라기 보다 다소 일반적인 그 행동을 ‘해볼까 생각하다, 하지 않으려 피하다, 해보라 제안하다’ 라는 식의 문장들입니다.
<예시4>
Mark avoids eating junk food.
She considers going for a run every morning.
The chef suggests trying the special dessert.
The company encourages volunteering in the local community.
They can't imagine living without their smartphones.
끝으로 아래 <예시5>에서 ‘-ing’ 붙은 말들은 바로 앞에 이미 전치사가 있어요. 그래서 to 동사원형을 쓰면 또 to라는 전치사를 연거푸 와서 충돌이 발생하지요. 그래서 to동사원형이 아닌 ‘동사원형ing’를 쓴답니다.
<예시5>
We're excited about travelingto new destinations.
The team is committed to winning the championship.
Lisa is interested in learning how to play the guitar.
to 동사원형
다음으로 ‘to 동사원형’을 알아볼게요.
아래 예문들은 모두 ‘to 동사원형’이 붙어요.
아래 <예시 1>과 <예시 2>에서 ‘to 동사원형’ 붙은 말들은 ‘이제 할 행동’이란 공통점이 있어요.
비록 <예시1>은 한국식 문법으로 하자면 to 부정사의 명사적 용법이고 <예시2>는 to 부정사의 부사적 용법이고 <예시3>은 형용사적 용법이지만 우리가 영어 문장을 쓸 때, 구지 그게 명사적 용법인지 형용사적 용법인지 부사적 용법인지 구별할 필요가 조금도 없어요.
그저 각 문장에 이미 동사가 있으니 추가로 쓸 동사는 ‘이제 할 행동’이면 ‘to’를 붙이면 된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예시1>
She hopes to travel the world someday. (‘희망하다’ 라는 행동을 기준으로 ‘여행하는 행동’은 이제 할 행동)
We aim to achieve our goals by year-end. (‘목표하다’라는 행동을 기준으로 ‘성취하는 행동’은 이제 할 행동)
Mary aspires to becomea successful writer.
They intend to study abroad next year.
The students are determined to pass the exam.
<예시2>
She practices yoga regularly to improve her flexibility. (‘연습하다’라는 행동을 기준으로 ‘향상시키는 행동’은 이제 할 행동)
We wake up early every day to catch the sunrise. (‘일어나다’라는 행동을 기준으로 ‘성취하는 행동’은 이제 할 것)
He reads books to gain knowledge about different cultures.
The team practices diligently to win the upcoming match.
They save money to buy a new car.
<예시3>
She has a book to read. (‘가지다’라는 행동을 기준으로 ‘책 읽는 행동’은 이제 할 것)
He wants a toy to play with. (‘원하다’라는 행동을 기준으로 ‘가지고 노는 행동’은 이제 할 것)
She bought a dress to wear to the party.
She has a puzzle to solve.
The students have textbooks to study from.
소위 한국식 영문법에서는 위의 <예시1>은 to부정사의 명사적 용법, <예시2>은 to부정사의 부사적 용법, <예시3>은 to부정사의 형용사적 용법이라 구별하는 데 너무 쏠려 있어요. 사실 문맥없이 위의 문장들을 세 가지 분류로 하는 게 애매한 상황도 있음에도 불구하여 여전히 우리나라 학교 내신에는 그런 문제가 출몰한다는 게 참 안타깝습니다.
사실 중요한 것은 내가 전할 말에서 동사의 말을 두 개이상 쓸 때, 동사의 모양을 어떻게 바꾸는 게 맞는 건지 그게 중요한데, 정작 그 부분에 대한 설명은 거의 들을 수가 없는 게 대부분의 한국에서 시판되는 문법 책인 것 같아요. 특히 중학교 내신 대비 문제집이나 문법서는 더욱 그렇더라구요. 그래서 저는 그런 문법서를 아예 가르치지 않습니다.
그럼 설명을 마저 이어서 해볼게요.
엄마: 결론은 하나야. 문장에 동사(시제, 즉 시간의 정보를 품는 말)는 딱 하나. 나머지 동사 개념의 말은 시간의 정보를 벗긴 동사원형(동사 원래의 모양)에다 동사를 기준으로 봤을 때
아래 세 가지 경우 중 하나를 선택하면 돼.
➀ 이제 할 행동이면 to-
➁ 이미 한 또는 하고 있는 행동 또는 일반적인 그 행동(지금 당장 구체적으로 할 행동 말고)이면 –ing
➂명령하다(사역동사: let/make/have/(help)),감각동사(see/notice/hear/feel/listen to/smell 등)가 뒤에 오면 동사원형
그럼 원래 네가 물어본 그 문제로 돌아가 보자.
아래 그림들을 봐. 문장의 구조가 한 눈에 파악이 될 거야.
위 ➀번 예문에서 ‘moving’은 ‘which object?’에 대한 정보라 ‘object’ 밑에 넣으면 된다.
위 ➁번 예문에서 ‘buying’은 ‘think of what?’에 대한 정보라 ‘think of’의 대상이라 바로 옆에 위치시키면 된다.
위 ➂번 예문에서 ‘running’은 ‘which friend?’에 대한 정보라 ‘friend’ 밑에 위치시키면 된다.
위 ➃번 예문에서 ‘saying’은 ‘hate what?’에 대한 정보라 ‘hates’에 대한 대상으로 바로 옆에 위치시키면 된다.
위 ➄번 예문에서 ‘eating’은 ‘what is the secret?’에 대한 정보라 ‘is’에 대한 필수 보충어로 바로 옆에 위치시키면 된다.
아들: 그럼 위 본문 “Can you see the girl (B)waiting at the bus stop?”에서 ‘waiting’은 ‘girl’의 세부 정보이니 ‘girl’ 밑에 오는 거지?
➀ Can you see that moving object?
➁ I’m thinking of buying a new car.
➂ I’ll meet my friend running a cafe.
➃ Kate hates saying the same thing.
➄ The secret of his health is eating balanced meals.
위 선택지 중에 ➀에서는 'moving'이 'object'을 세부적으로 말해주고, ➂에서 'running a cafe'는 'friend'를 세부적으로 말해주는 거니까 답은 ➀, ➂이지?
엄마: 맞아.
그럼 결론을 말씀드릴게요.
아이가 위와 같은 문제를 물어오면 문법 용어를 가지고 설명하려 하지 마세요.
각 문장의 단어들의 의미 관계를 가지고도 충분히 설명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주어, 동사를 찾는 일이고 나머지는 위의 문장 구조 그림을 활용해서 단어 간의 관계를 그림으로 보여주며 해결하는 것이 훨씬 이해가 쉽고 빠릅니다.
저희 집 중3아들은 한국식 영문법을 조금도 모릅니다. 제가 안가르치니까요.
그 대신 위의 그림으로 설명하니 바로 척 알아 듣더라구요.
여기에 대한 보다 자세한 설명은 제 브런치북, [한국식 영문법 말고 원어민식 그림 영문법]을 참고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