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ey Soon Nov 12. 2023

#28. 막무가내 이메일

: 역시 전문가는 달랐다

❚처음 들어본 유료 현장 강연

날씨 좋은 일요일 오후, 그것도 장장 4시간 동안 이어지는 강연, 게다가 4만원 가량의 내 돈을 내고 신청한 유료 강연, 그 강연장 두 번째 줄, 강연자가 바라보기 딱 좋은 각도로 나는 시종일관 집중하며 강연을 들었다. 의도한 세팅은 아니었다. 하지만 자리 덕분에 결과적으로 보자면 많은 청중들 중 강연자와 아이컨택을 가장 많이 한 사람임은 틀림없다. 강연이 끝나고 강연자에게 싸인을 받는 중에 그 분이 말하신다. “눈에 레이저가 뿜어져 나오던데요?” 덕분에 나는 그 강연을 들으면서 그 분에게 좋은 인상을 남길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오늘 그 분으로부터 이메일도 그것도 나의 부탁을 들어주신다는 고마운 이메일이었다.      


❚작은 날개 짓도 기록의 가치는 있다

어떻게 보면 정말 별거 아닌 그저 인사치레 이메일 답장일 수 있다. 하지만 난 그분의 프로정신, 그리고 매사에 진정성을 담아 활동하신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그래서 어쩌면 나의 작은 날개짓이 큰 비상으로 이어질지 알 수 없기에 나는 이 작은 날개 짓도 기록으로 남기려 한다.      


❚대단한 열정의 소유자를 팔로잉 

이 분을 알게 된 건 2020년 미국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다음 해 였다. 5년간의 미국 유학을 통해 값비싸게 얻은 나의 배움과 경험치들을 어떻게 써야 할지 알 수 없어 이런 저런 마음의 방황을 했다. 새로운 삶의 목표를 정하지 못 한 채, 그저 이제 남은 나의 40대 50대의 시간이 내 인생의 정말 많은 것을 좌지우지할 결정적 시기임을 뼈져리게 인식하며 조급함으로 보내던 시기였다.     

 

40대 중반, 미국 유학을 마치고 다시 현직 영어 교사로 돌아왔다. 5년간 살았던 미국에서 난 이방인이었다. 고국으로 돌아온 안도감도 잠시 나는 또다시 이방인이었다. 이미 젊은 세대들이 주류가 된 그 온라인 세상에서 나는 또 다시 이방인이었다. 그렇지만 그 세상을 떠나 예전의 시대로 돌아갈 수 없기에 그곳에 첫발을 내딛어 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영어 교육을 키워드로 해서 나에게 아주 많은 영상과 게시물이 피드로 떴다. 그 중에 눈에 띈 분이 바로 혼공쌤이었다. 나와 같은 현직 영어 교사 출신, 그것도 내가 사는 곳과 멀지 않는 지방 도시 출신. 하지만 지금은 거의 영어 교육계에서 이름만 대면 누구나 다 아는 그런 대단한 사람으로 된 분이다. 비록 나보다 대여섯 살은 어리지만 그분의 내공과 경력은 정말 나에게는 믿기지 않을 만큼 엄청났다. 세상에 같은 세월을 살았지만 그분의 경력은 정말 24시간 365 일만 하면 할 수 있겠다 싶을 만큼 다양하고 깊이가 있었다. 나는 압도당했다. 가상 공간에 그것도 영어라는 키워드를 들고 엄청난 영향력을 미치는 그 분의 범접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난 수의 게시물과 영상물에 나는 그만 입이 떡 벌어졌다.      


❚실물로 만난 혼공쌤

지난 2년간 그분을 팔로잉하며 나 스스로의 삶을 어떠한 방향으로 걸어가야 할지 조금씩 감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런 분이 내가 사는 곳에 지방 강연을 온다는 소식을 접하고 나는 바로 강연비를 결제하고 등록했다. 화면에서 볼 수 있던 분을 실제로 본다니 너무 기대가 되었다.     

  

드디어 그 강연이 지난 일요일에 진행되었다. 강연 내용도 내용이지만 나는 강연자로서 그분의 말투, 자세, 청중과 공감하는 방식, 프리젠팅 방식 등 모든 것을 내 머릿 속에 저장하려는 듯 정말 초집중을 하고 강연을 들었다. 역시 영어 교육에 오랜 세월 많은 시도를 한 분답게 영어 교육의 방향성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셨다.    

  

실제 영어사용 능력이 이제 백세 시대에 필수다. 아이의 영어 교육 목표를 입시 영어에 절대 두지 마세요. 그게 핵심이다. 내가 혼공쌤을 좋아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대부분 우리나라 영어 관계자들은 어떻게 하면 수능 1등급을 받게 할 수 있는 지 그 부분에 초점을 두고 강연을 한다. 하지만 그날 강연자로 온 혼공쌤과 효린파파님의 교육관은 대부분 입시 교육을 하는 강연자들과는 다랐다. 그분들의 목표는 바로 실제 영어 사용능력 키우기이다. 이 부분이 나의 영어 교육관과 일치하는 부분이다.       


❚막무가내 이메일

나와 같은 영어 교육관을 가진 분들을 팔로우하며 배우고 소통하고 지내고 싶은 것은 너무 당연한 일이다. 물론 그 분들의 인스타 글에 댓글을 다는 것도 소통이지만 나는 역시나 올드 세대이기도 하고 직접적인 컨택을 하는 건 이메일이 더 나은 수단이라 생각이 들어 용기를 내어 또 한번 어메리칸 스타일의 “막무가내 이메일”을 써보기로 했다.      

좀 부끄러운 일이지만 나중을 위해 이렇게 브런치에 나의 시행착오일지 모를 오늘의 시도를 기록해보려 한다. 


다음은 그 분께 보낸 나의 이메일이다.      

    


영어 교육계의 이승환? ㅋ혼공쌤     

안녕하세요, 선생님, 지난 대구 강연에서 두 번째 줄에서 “눈에 레이져 뿜으며 열심히 강연 듣던” 사람입니다. 기억나시죠? 그 네 시간 강연 내내 시간 가는 줄 몰랐네요.   

   

❚선생님을 SNS로 알게 되면서 

5년간 떠난 미국 유학 시절과 준비 시절을 통틀어 거의 최근 10년은 SNS 세계와는 거리를 둔 탓에 제작년에서야 혼공쌤의 멋진 활동을 알게 되었네요. 인스타와 유튜브, 카페 등 종횡무진으로 그야말로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멋진 인플루언서로서의 선생님 모습에 늘 감탄하고 있습니다. 어느 날은 캐나다 호텔에서 라이브 방송을 하시고 또 어느 날은 일본 길거리를 걷고 계시고, 또 어느 날은 유튜브에서 솔직한 인터뷰를 나누고 또 어떤 날은 온라인 강연 플랫폼에서 선생님의 강연을 소개하고, 그리고 또 늘 새 책을 출간하시고..... 정말 선생님의 횡보를 팔로우 하는 저는 팔로우하면서도 숨이 차는데 그럼에도 선생님의 영어 교육에 대한 열정은 식지 않는 것 같아요.      


❚어제 강연 잘 들었습니다.

정말 제 인생에서 돈을 내고 어딜 가서 강연 듣는 건 미국 유학 간 것 말고는 어제 대구 강연이 처음이었습니다. 강제로 매년 채워야 하는 연수 시간에 짓눌려 돈 내고 강연을 듣는 현직 교사는 일반적이지 않은 건 선생님도 아시지요? 하지만 인스타에서 쌤의 강연 소식, 그것도 제가 살고 있는 대구에까지 그 바쁜 분이 오신다고 하니 보자 마다 바로 강연 신청했습니다. 드디어 쌤을 만날 절호의 기회다 싶었습니다.     

 

지난 일요일 대구에서 선생님의 강연 앞부분 글로벌 시대에 우리 아이에게 키워주어야 할 영어 역량, 그리고 내신 영어의 한계 등에 대해 누구보다 절감을 하는 1인입니다. 북미 현지에서 살고 계시는 한국인 교포들의 삶도, 아이들의 삶도 저는 직접 체험을 했기 때문입니다. 저도 마흔이 되던 해 인생의 큰 결단을 내려 국비가 아닌 자비로 미국 유학을 남편과 아이 둘과 함께 떠났었습니다.      


잠시 제 소개를 하자면, 저는 대구에서 근무하는 현직 교사 안해순입니다. 2015년 마흔되던 해 미국 유학길에 나서 5년간 미국에 거주하면 영어 교육 석사와 교육학 박사를 취득한 무모할 만큼 남과 다른 횡보를 걸은 40대 중반의 영어 교육에 열정을 가진 교사입니다. 2020 코로나 원년에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바로 귀국 후 현재 리터니로 역동적인 대한민국에 적응중입니다. 무엇보다 쉽게 얻은 저의 배움이 아니었기에, 저의 5년간 미국 유학 생활 간 얻은 지식과 삶의 경험 그리고 마음 공부 등을 여러 형태로 나누고 싶어 이런 저런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던 중 선생님의 어제 강연은 저에게 많은 인싸이트를 주었습니다. 영어 교사 출신이지만 수동적으로 삶을 바라보지 않고 세상을 향해 적극적으로 액션을 취하는 선생님,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 대한민국 아이들의 영어 능력을 제대로 키워보고 싶어하시는 선생님의 마음이 절로 느껴졌습니다.      


“영어를 원어민처럼 하려 목표하지 말자. 영어는 자신의 생각을 영어로 표현하는 게 목표이어야 한다.” 그 말이 다른 무엇보다 제 마음에 꽃혔습니다. 정말이지 제가 생각하던 바로 그걸 선생님께서 그 강연에서 말씀해주셨어요. 그 맥락에서 저는 영어로 말 한 마디 못하게 만드는 대한민국 영어 교육의 문제를 조금이라도 해소해보려 나름 현직에서 애를 쓰고 있긴 합니다. 


유학씩이나 다녀온 후 저의 배움들을 하나씩 글로 풀어보고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문법서 하나를 발간하기도 했습니다만, 이제 시작하는 온라인 세계 탐험이라 쉽지는 않네요.    

  

❚저의 롤모델

선생님의 횡보를 뒤따라 저도 열심히 영어 교육에 제 배움을 녹여 보려합니다. 혹여 앞으로 선생님의 활동에 어느 지점에 저의 활동과 접점이 있을 지 기대가 됩니다. 그리고 어줍짢고 초보단계의 글들이지만, 저의 브런치 글에서 영어 교육에 대한 저의 이런 저런 배움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혹시 선생님, 영어 교육 이야기에 관한 제 글을 읽어주실 잠시의 시간이 되신다면 아래 링크 (브런치: 작가명- Hey Soon)을 클릭하면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brunch.co.kr/@e2e84cb0ecaa4d2          

혼공 TV의 어느 인터뷰에서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처럼 실패와 실수가 가능한 교육이면 좋겠다 하셨지요? 저도 아이들에게 저의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 자체도 의미가 있겠다싶어, 미국 유학 후 다시 삶의 방향을 전환하여 다시 SNS 세상에서 왕초보자로 걸음마를 배우고 있습니다. 부끄럽지만 먼 훗날 오늘의 이 편지도 현재 저의 유튜브 채널, 인스타도 그 성정의 큰 밑걸음이 될 거라 믿고 있습니다.      


선생님께 민폐가 되지 않는다면, 저의 첫 영어 문법서 <한국식 영문법말고 원어민식 그림영문법>을 한 부 보내드리고 싶습니다. 영어 문법에 많은 공을 들이이고 계신 혼공쌤께 감히 저의 졸작을 보내드리는 이유는 그 책에서 이미 담고 있지만 우리나라 아이들도 이젠 영어 문법의 기본 패러다임을 바꾸고 원어민들처럼 익히고 배우게 해야 한다는 저의 소망을 함께 나누고 싶어서입니다.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제가 선생님의 우편 주소를 하나 받을 수 있을까요?     


그리고 정말 솔직한 심정은 제가 써둔 많은 글들을 출간하고도 싶은데 선생님의 조언이나 도움도 조금 받을 수 있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소망도 있습니다. 물론 세상 바쁘신 선생님이시라 힘들다는 거 이해하니 크게 신경쓰시지 않으셔도 됩니다. ^ ^     


아무쪼록 선생님의 새로운 도전에 늘 응원을 드립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전문가답게 그분은 나의 이메일에 당일 바로 답을 주셨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혼공 허준석입니다. 이제 퇴근 후 컴 앞에 앉아서 찬찬히 내용을 읽어보았습니다.     

글 속에 숨가쁘게 살아오셨을 지난 날이 읽혀지고 느껴져서, 찬찬히 읽으면서도 누군가의 세월을     

단숨에 문장으로 이해하는 것이 참 미안하기도 하고, 또 진심을 전해주셔서 감사하기도 했습니다.     

밖에 나가보면 알게 되잖아요?     

한국은 너무나 치열하고 또 그 치열함으로 살아왔지만, 이제는 그 치열함이 많은 사람들의 목을 조르기도 한다는 것을..     

글로벌 스탠다드 관점에서 세계시민을 육성하는 교육이 조금이라도 반영되면 좋으련만..      

입시로 살아왔던 우리 지난날을 부정하기에 다들 앞을 보고 살아가게 됩니다.      

그래서, 절충안으로 투 트랙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고 이렇게 지내고 있습니다.     

책 보내주심 당연히 감사하지요.      

제 회사로 보내주시면 됩니다.      

서울특별시 마포구 양화로 113, 4층 (주)혼공유니버스 

대표이사 허준석     

앞으로 보내주시면 잘 읽어보겠습니다. 읽고 아이디어가 떠오른다면 회신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격하게 응원합니다.      

심장이 뜨거운 선생님은 오늘이 가장 젊으십니다. 화이팅!!          

(주) 혼공 유니버스     

허준석 드림



물론 바로 다음 날 졸작이지만 나의 첫 출간 책을 보내드렸다. 

당연히 그 이후 별 일은 없다.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 

하지만 나는 나의 적극적인 삶의 태도를 실제로 실행으로 옮긴 일이기에 좋은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다.      

이번의 일련의 일들이 나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해보길 잘 한 시도였다 생각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27. 첫 강연의 피드백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