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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y Soon Dec 21. 2023

#37. 엄마표 영어 스터디 열여덟 번째 모임 후기

: “I am sorry.”는 시도 때도 없이 하는 거?

❚스터디 준비나 스터디 시간보다 제때 도착

크리스마스가 곧 다가온다고 하기에는 날씨가 너무 포근한 토요일이었다. 간만에 일찍 준비하고 온타임을 해보려 했지만, 갑작스레 사건 사고가 연발하는 바람에 이번 모임에도 온타임은 못 했다. 토요일 마다 테니스를 치러 가는 남편이 간 지 얼마 안 되어 종아리 근육 파열이 와서 인근 정형외과 진료를 받게 생겼다. 그나마 혼자 스터디에 참석하려 집을 나서는데 자동차 키가 말을 듣지 않아 다시 집에 가서 스페어 키를 가지러 왔다갔다. 정말 일은 한꺼번에 터지는 모양이긴 하다.      


다행히 근처 사시는 회원분께 부탁드렸더니 흔쾌히 문을 열어 주신다고 하셨어요. 기왕 늦은 김에 빵이나 사가자 싶어 빵도 사고 주차도 하고 들어가니 이미 여섯 분이나 와계셨어요. 다들 성실한 모습에 절로 반성이 된다. 매번 스터디 준비나 스터디 시간보다 제때 도착하는 게나에게는 제일 큰 미션이다. 

     

❚오늘은 남은 내 인생의 첫날


오늘의 명언은 “Today is the first day of your rest of your life. (오늘은 나의 남은 인생 중 첫 날이다.)”이었다. 스터디 회원 중에 초등 저학년, 유치원생을 둔 두 아이의 엄마이자 전 직장 동료이기도 하신 분이 준비해 주셨다. ‘어느 정도 육아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요즘이라 문득 자신의 존재가 그저 남편과 아이를 위해 사는 사람에 불과한가?’ 생각하셨다고 한다. 육아의 피크를 정신없이 달리다가 그 절정이 지나면 시나브로 스스로를 되돌아 보게 되는 그런 시간들이 찾아오기 마련이다. 엄마라면 다 그런 경험들이 있을 법도 하다. 적어도 나 역시 그런 시기가 있었다. 그 시기 동안 나는 영어 교사 대상 연수에 열심을 냈고 급기야 미국 유학을 결단하는 용기를 내보기도 했었다.      


그 분에게도 우연히 마주친 이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고 한다. 그분이 영어 공부를 시작하신 것도 아마 자신을 찾아가기 위한 한 과정이라 하신다. 오늘은 각자 자신의 정체성, 엄마나 아내가 아닌 온전한 자신을 만들어 가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내가 이렇게 모임을 운영하고 그걸 기록하고 나누는 일은 영어 교사, 엄마, 아내라는 "역할"이 부여하는 나의 정체성을 넘어 그저 "순전히 내가 좋아해서 하는" 나의 일이 주는 "온전한 나"라는 정체성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다. 내가 이 일을 함으로 누군가에게는 단순한 영어 공부 이상의 의미를 줄지도 모르기에 나는 내가 좋아서 하는 이 일을 하고 있다.      


"자신을 찾아 나서는 여정"의 일환으로 겨울에는 온라인 스터디 모임으로도 진행해 보고도 싶다. 멀리 사시는 분이나 육아로 집을 비울 수 없는 엄마들께도 손을 내밀어 보고도 싶다. 작년 이맘때 처음으로 완전히 맨땅에 헤딩하는 마음으로 엄마표 영어 스터디를 시작했다. 동네 소식을 나누는 온라인 앱을 통해 사람을 모집하고 나의 의도를 오해 한 사람들이 있었음에도 나의 진심을 이해 해주신 분들의 응원을 받으며 이렇게 1년간의 스터디를 이어갈 수 있게 되었다.     

 

이제 그분들이 나의 써포터스로 영어 스터디의 동행자로 함께 걸어가고 있다. 삶을 어떻게 살 것인지, 시간을 어떻게 채워갈 것인지는 각자의 가치에 따라 참 다를 수 있다. 이 스터디 모임의 좋은 점은 그 삶의 여유 공간을 ‘함께 성장’하는 가치를 품고 함께 걸어가는 사람들을 만나는 점이다. 비록 서로 처한 환경도 배경도 다르지만 우린 그렇게 각자의 발걸음으로 각자의 가치를 향해 성실히 삶을 꾸려가고 있는 그 매일을 사랑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I am sorry.”는 시도 때도 없이 하는 거?

지난번 감사하기 표현에 이어 이번에는 사과하기 표현을 소개했다. 많은 의사소통 기능 중에 사과하기는 일상에서 피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스터디에 늦은 건 물론 설정은 아니지만오늘은 공교롭게 저에게 딱 필요한 표현이었다살면서 남에게 '미안해'라는 소리를 안 하고 살면 참 좋겠지만 그런 날은 단 하루도 없다실수투성이인 존재이기에 영어로도 우리말로도 미안함을 표현하는 것은 참 필요한 것 같다.  사과하기 표현 중에 가장 흔한 말은 바로 "I am sorry."이다. 사실 이 표현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하지만 그 말을 언제, 어느 상황에서 쓰는지를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 특히 원어민들이 이 표현을 어떨 때는 쓰고 어떨 때는 쓰지 않는 지가 참 흥미롭다.      


미국 유학을 하며 보내면서 이와 관련된 일이 몇 가지가 있었다두 아이의 엄마이다 보니 미국 유학 생활 동안에도 월마트코스트코퍼블릭스(Publix) 등 주변 마트에 먹거리 장을 보러 참 많이 다녔다그런데 그런 곳을 갈 때 마다 현지 사람들에게 매일 같이 듣는 말이 있었다바로 "I am sorry." "Excuse me." 였다거짓말 조금 보태서 장 한 번 보러 가서 그 소리를 10번은 더 들었던 거 같다상대방이 나랑 몸이 부딪친 것도 아닌데그저 1미터 가량의 거리를 사이에 두고 마주 오는 사람과 동선이 부딪힐 것 같으면 미리 "Excuse me." "I am sorry."를 연발했다처음에는 너무 오바라는 생각이 들었다그런 사소한 일에는 'I am sorry."를 하기는 좀 너무 한 것 같아 나는 차라리 상대와 부딪히지 않게 동선에 좀 더 신경을 썼다 

    

그렇게 몇 달을 보내고 문득 "When in Rome, do as the Romans do.(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라.)" 라는 말이 생각났다그들의 나라이니 내가 그들같이 "I am sorry."를 하지 않으면 무례하게 보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그날부터 "Excuse me."를 입에 달고 마트를 다닌 기억이 난다언어는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쓰는 걸 아는 것 역시 필요하다     


그렇다고 미국 현지인들이 "I am sorry."를 언제나 잘하지는 않는다꼭 기억해야 할 것은 "I am sorry."는 자신의 과실을 인정하는 뜻이기에 그게 혹여 법적 책임이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하는 상황일 경우 그 말을 조심히 써야 한다미국 사람들은 어떠한 책임을 져야 할 상황에서는 정작 그 말을 상당히 아낀다가끔은 너무 뻔뻔하다는 생각마저 들 정도이다     


어느 날 내가 타고 다니던 차를 점검하러 서비스센터에 간 적이 있었다차의 밧데리를 교환해야 할 때가 되어 교환을 하고 집으로 운전 해오는 데 차가 조금 이상했다차가 급브레이크를 밟았을 때처럼 차가 펄쩍 뛰는 듯한 현상이 발생했다불안한 마음에 그 길로 다시 그 서비스 센터에 갔다알고 봤더니 수리공이 밧데리 교체 과정 중에 나사 하나를 덜 조여서 그랬다고 설명한다하마터면 사고가 날 뻔 한 그 상황에서도 그 직원은 절대 미안하다를 말하지 않았다     


또 한번은 회원제 마트에 가서 회원증을 만들려고 운전면허증을 제출한 적이 있다장을 다 보고 회원증과 운전면허증을 찾으러 갔다그런데 불과 한 시간 만에 내 운전 면허증이 사라졌다고 말한다회원증을 만드는 쪽의 직원이 내 신분증을 다른 사람에게 잘못 준 사고가 발생했다그 사람은 엉뚱한 신분증을 들고 집을 가버린 거다참고로 운전 면허증을 발급 받는데 한두달이 걸리는 데 그 운전면허증이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그 마트 직원에게 항의 했으나 결국 "I am sorry."를 듣지 못했고 자기는 잘못이 없다는 식이었다너무 화가 나서 항의했으나 사라진 운전면허증을 찾을 길은 요원하고 정말 난감했다다행히 한 시간가량 지나 그곳에 내 운전면허증을 들고 간 사람이 되돌아왔다결국 무사히 찾기는 했지만 미국 현지인의 뻔뻔함에 기함이 된 잊지 못할 사건이었다.       


미국 사람은 다 친절하다고 저는 은연중에 그런 착각을 했는데웃기게 들리지만 미국 사람들이 어쩌면 우리보다 더 불친절할 수 있다는 생각까지 했다한국에서는 우리가 만나는 외국인들은 대부분 돈을 받고 일하는 강사들이다늘 친절한 미국 사람을 만나지만 실제 현지 생활을 하면서 그들의 진짜 모습을 알게 된 씁쓸한 경험이었다


이런 배경을 설명하고 이번 모임에도 회원들과의 즉석 상황극을 연습하며 나름 영어 뻔치를 늘리는 시간을 가졌다. 역시나 다들 열심히 무언가를 말하고 웃고 하시며 조금씩 영어 울렁증을 벗어나고 계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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