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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영어 스터디 마흔 다섯 번째 모임 후기

by Hey Soon


❚새학기 준비에 분주함에도

이번 학년도에 새로이 발령받은 새학교에서 새학기 준비를 위한 워크숍을 이틀에 걸쳐 했다. 중학교 교사로만 있다가 고등학교로 옮겨가는 상황이라 마음의 긴장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특히 이틀에 걸친 워크숍을 갔다온 이후로는 더욱 현실적인 낯설움과 2022 교육과정의 첫 학년인 고1을 맡게 되니 더욱 어깨가 무거워지는 느낌이 든다.


과연 입시 현실에서도 나의 교육철학과 삶의 가치가 살아남을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감도 든다. 한편 이제 고2가 되는 아들은 내심 엄마인 내가 어떤 방식으로 영어를 가르칠 지에 대한 관심도 은근히 보이고 있다. 이런 저런 이유로 현재 내 마음은 상당히 분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주 스터디 모임은 계획대로 진행했다. 다행히 틈틈이 스터디 준비를 해둬었기 벼락치기 준비는 하지 않았다. 과연 새학기가 시작되고도 이렇게 스터디 준비를 미리 미리 해둘 수 있을까? 겪어보지 않은 일상이라 뭐라 장담할 수 없는 입장이다. 봄이 오고 있으나 그 봄을 준비하기 위한 밑 작업은 쉽지는 않은 듯하다.


❚결이 비슷한 사람들의 모임

그나마 안심이 되는 건 모임의 절대 다수가 나와 같은 직업군이라는 사실이다. 그들도 나도 모두 새학년 준비에 마음이 분주하다. 하지만 이렇게 모임에 와서 영어로 스몰 토크를 하고 영어 원서도 함께 읽는 것이 일상에서의 쉼이다. 공부가 쉼이라니? 고2가 되는 아들로서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을 등식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스터디 사람들은 그 의미를 안다. 서서히 결이 비슷한 사람들의 모임이 되어간다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분주한 2월 말에도 스터디로 발길을 옮겨 온 것이다.


이번 모임부터는 대학 동기도 함께 하기로 했다. 역시 오랜 세월 함께한 친구가 내가 스터디를 운영하는 모습이 인상깊다며 가까이서 ‘직관(직접 관찰?)’을 하고 싶다며 멤버로 등록을 했다. 역시 나의 예상이 맞아가고 있다. 3년의 스터디를 해오며 다양한 사람들이 오고 가고 했다. 결국 이렇게 나와 결이 비슷한 사람들로 정착이 될 것 같은 느낌이 있었다.


❚곁에 없지만 멀리서 응원해주는 사람들

이번 모임은 불참한 사람들이 몇 분 계셨다. 동남아로 인도로 국내로 각기 다른 곳을 여행중이시지만 멀리서 카톡 응원 문자를 주신다. 불참하게 되어 죄송하다며 다음 모임을 기약하는 내용들이다. 여행 중이지만 잊지 않고 모임의 불참을 알려오시고 다음 모임을 기약하는 정성이 고맙다.


❚느슨한 연대감이 주는 소속감

늘 바쁜 일상이 불쑥 찾아들면 쉽게 후순위로 밀려나가는 스터디이다. 하지만 그런 느슨한 연대감이지만 그 나름의 소속감을 느끼게는 하는 가 보다. 나 역시 대학 시절 동아리에서 맛본 그 나름의 소속감, 그리고 같은 취향을 가진 사람들과의 수다가 큰 위로가 되었듯, 이제 삶의 중간이나 중간을 지난 사람들에게 그런 소속감이나 서로 통하는 게 많은 수다가 주는 힐링의 효과는 분명히 있다.


❚퇴직 후 삶의 루틴

새학기 시작과 동시에 퇴직을 선언한 사람들, 한 학기만 하고 명예퇴직을 하겠다는 사람들이 제법 있다. 나와 나이 차이가 그렇게 많지도 않은 그 분들에게 남은 엄청난 그 세월은 어떻게 채워나가실지 내가 절로 막연함이 느껴진다. 이제 누구를 만나도 명예퇴직이 건강 만큼이나 빈번한 키워드가 되어 버렸다. 그러면서 퇴직 후 삶에 대한 이야기가 자주 등장한다. 특히 퇴직을 하더라도 삶의 루틴은 꼭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새로운 것을 배우는 일은 그 루틴 중에 꼭 넣어야 할 항목이다. 그게 영어가 되면 나로서는 더할나위 없이 기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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