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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영어 스터디 마흔 아홉 번째 모임 후기

: 완벽한 사람보다 느슨한 사람

by Hey Soon

❚혼자서는 못 할 일

학기가 본격화 되고 새롭게 읽고 있는 원서 책 <A Man Called Ove>는 외국어로 영어를 배우는 독자에게 쉽지 않은 책이다. 내용의 깊이가 있다기 보다는 어휘가 상당히 현지에서 쓰이는 (authentic) 어휘가 많이 쓰여있다. 책의 한 면을 읽으면서 새로운 어휘를 마주하지 않은 법이 없을 만큼 낯선 어휘가 많다. 평생 영어 공부를 한 나에게도 이런데, 영어 비전공자인 멤버들에게는 더 힘들게 다가올 책이다.


이미 버거워하고 있을 멤버들이지만 난 그럼에도 그들에게 S,O.S.를 취했다. 바쁜 일정 때문에 도저히 혼자 모든 스터디 준비를 더는 못 할 것 같다고 솔직히 고민을 털어놓았다. 멤버들에게 Chat GPT활용해서 스터디 준비하는 법을 알려드렸다. 그리고 매 모임마다 4개 챕터를 읽는 걸 목표로 했는데, 그 중 앞에 2개 챕터는 멤버 중 한 명이 돌아가며 맡고 나머지 2개 챕터는 내가 맡기로 했다.


이번 모임은 그런 새로운 시도를 한 첫 모임이었다. 다행히 한 멤버가 스터디 하루 전 워드 파일로 새로운 어휘 정리, 챕터 요약, 나눌 질문 등을 카톡으로 보내오셨다. 역시 Chat GPT의 도움으로 거뜬히 해결하신 듯 했다. 그리고 오늘 모임에서 그걸 나누었다. 나머지 멤버들에게 오늘의 첫 시도와 그 분의 스터디 준비 후기는 아주 고무적이었다. 나머지 멤버들은 이제 닥친 미션을 해결하기 위해 어떻게든 폰에 Chat GPT를 설치하시고 부랴부랴 명령어를 뭐라 치면 되었는 지 세세히 자문을 구해오신다.


그 중 한 분은 60대 초반 여성인데, 새로운 기능을 익히는 데 큰 관심을 보이시며 군대간 아들 면회를 가서 더 자세하게 배워 오겠노라고 선언하셨다. 이걸 계기로 아드님과 더 사이가 돈독해지시길 바래본다.

역시 혼자 못 할 거면 같이 하자고 하면 된는 거였다. 어른 학습자들에게는 하는 법을 알려드리고 스스로 하게 하는 게 더 큰 배움이 일어나게 한다는 걸 새삼 느꼈다. 이제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다.


❚새로운 원서 <A Man Called Ove>, 쉽지만은 않은 책, 하지만 충분히 괜찮은 책

멤버 중 한 분이 질문을 해오셨다. deuced라는 단어가 들어간 소설 속 한 문장이었는데, 내가 아는 deuce의 뜻은 ‘테니스에서 양 팀 선수가 40점을 획득하고 이후 2점 먼저 앞선 사람이 이기게 되는 상황’인데, 소설 속에서는 영 다른 뜻으로 쓰였다. 일단 스터디에서 대략적 문맥만 설명드렸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deuced는 오래된 영어 표현으로 "he will be deuced" 는 “he would be extremely upset.”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스터디에서 문장을 잘못 이해한 나의 실수를 저녁에 다시 정정 메시지를 단톡에 올려드렸다. 영어, 참 쉽지 않다는 생각을 또 한번 했다. 아무튼 새롭게 시작한 영어 원서 덕분에 도전을 받고 있다.


하지만, 주인공 ‘Ove’는 독자들의 흥미를 끌만큼 충분히 독특하고 동시에 우리들의 모습과 닮은 점이 많다. 오늘 스터디의 대화는 그런 Ove의 삶의 태도와 성격에 대한 것이었다. 자신만의 정사각형, 그 안에서 스스로 세운 원리, 원칙을 지킨다. 하지만 그 사각형 밖의 세상에 대해서는 애정어린 마음으로 바라볼 일은 없다. 그는 그저 그 원칙이 사각형 밖에서도 지켜지는 걸 관리 감독할 뿐 자신의 영역 밖의 사람들과 일절 교류를 하지 않는 사람이다.


우리의 모습과 닮은 Ove가 앞으로 세상을 어떻게 달리 바라보게 될지 그의 변화에 주목을 할 예정이다. 물론 소설은 Happy Ending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그의 마음의 변화와 주변 사람들과의 소통 과정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 볼 생각이다.


❚‘힘들면 힘든다, 몰랐으면 몰랐다’ 말하기

요즘 들어 느끼는 한 줄 결론이다. 내가 힘들면 힘들다고 말하고, 몰랐으면 몰랐다고 말하는 게 결국 해결책이었다. 혼자 끙끙 큰 짐을 지고 속을 끓이기 보다 남들에게 그 힘든 상황을 알리고 함께 하자고 하면 되는 거였다. 그리고 내가 몰라서 한 실수는 빠르게 인정하고 알아본 이후 그 결과를 나누면 그 역시 좋은 해결책이다. 나의 실수에 대한 변명을 하기보다 쿨하게 인정하고 더 조사해서 바르게 알게 된 걸 나누는 게 그게 배움이란 생각을 한다. 내가 가르치는 입장에 서 있는 상황이라 하더라도 말이다. 힘들다고 말하고 모른다고 말한다고 ''라는 존재가 작아지지는 건 절대 아님을. 오히려 그들에게 더 인간적이고 가까워 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사람들은 완벽한 사람보다 느슨한 사람 곁에 있고 싶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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