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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영어 스터디 오십번째 모임 후기

: 책을 안 읽는 독서 모임

by Hey Soon

❚100번의 절반, 오십번째 모임을 맞이 하며

학교 일에 쫓기다 모면 스터디 모임을 갖는다는 것이 엄청난 사치로 여겨질 때가 많다. 하지만 그 사치가 어느 덧 50번째에 다랐다. 새학교로 이동하고, 읽고 있는 책의 난이도가 상당히 높고, 스터디 준비가 버거워지는 요즘이 스터디를 운영하던 3년의 기간 중 가장 도전이 된다. 분명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그저 내가 만들어 둔 주말의 루틴이다. 그리고 이 루틴을 함께하는 스터디 멤버가 열 명도 채 되지 않는 상황이다. 그마저 친한 대학 동기 이자 같은 학교 근무를 하고 있는 친구도 최근의 바쁜 학교 일로 스터디에 거의 불참하고 있다. 친구의 상황이 백번 이해가 된다. 나 역시 스터디를 빠지고 싶은 주도 있었다. 하지만 내가 스터디를 만든 사람이고 이끌어가는 책임을 지고 있는 상황이라, 그저 머릿 속으로만 게으름을 피울 뿐 또 한 번의 도전을 받아들인다.


❚발걸음이 무거운 멤버들

또 어김없이 모였다, 하지만 다들 마음이 좀 무겁다. 읽어오기로 한 책의 분량을 미처 읽어 오지도 못 하고, 읽었다 한들 그 의미가 쉽게 파악되지도 않는 그런 버거운 책을 읽고 있는 중이기 때문이다. 나 역시 학교의 바쁜 업무를 먼저 해치우다 결국 스터디 준비를 전날 저녁이나 되어 시작했다. 결국 내가 맡기로한 챕터를 꼼꼼히 읽을 겨를도 없이 스터디 당일 새벽에 일어나서 챕터별 내용 요약 및 표현 정리를 겨우 끝냈다. 물론 챗의 도움을 얻어서 하지만, 요즘 들어 챗의 오류 빈도가 잦아, 챕터 내용을 어뚱하게 정리하는 답변도 많다. 또한 읽고 있는 책의 어휘가 외국인이 우리에게 낯선게 상당히 많아 단어 정리를 어디까지 어느 선까지 해야 하는 게 맞는 지 혼란스럽기도 하다.


❚책 읽기 보다 더 관심을 가진 것

한편 이번 모임에서 총 4개 챕터를 읽기로 했는데, 앞의 2개 챕터는 다른 멤버가 정리를 해오기로 했다. 다행히 그 멤버는 스터디 하루 전날에 미리 나에게 준비한 내용을 보내오셨고, 아주 명료하게 잘 정리를 해주셨다. 각 챕터 내용 요약, 어려울 만한 문장의 문맥상 의미, 단어 정리까지 해놓으셨다. 처음으로 스터디 준비를 한 그 멤버에게 어떻게 했는 지 노하우를 전수받는 게 이번 모임의 목표이기도 했다. 결국 그 분은 뤼튼 AI를 활용했다고 하셨다. 물론 방대한 페이지의 내용 중 자신에게 딱 맞는 새단어를 뽑아내기 위해 뤼튼이 준 새단어 리스트를 보고 자신이 수작업으로 취사선택하는 작업은 했다고 하셨다. 물론 해당 챕터에 관한 토론 질문은 뤼튼의 도움을 받았다고 했다. 어떻게 명령어를 입력했는 지 상세히 멤버들에게게 후기를 알려주었다. 새로운 온라인 세상에 적응해보리라는 마음을 먹은 듯 다들 귀를 쫑긋하며 들으셨다.


❚멤버들의 공통점

이어서 그날의 명언을 나누며 스터디를 시작했다.


“Insanity is doing the same thing over and over again, but expecting different results.”

— Albert Einstein (1879 – 1955)-

“같은 일을 반복하면서 결과가 다를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미친 짓이다,”

이와 관련해서 아래와 같은 질문을 나눴다.

- Do you believe we need to change our actions to get new results? Why or why not?

- Can you think of a habit you want to change? Why do you want to change it?

- How do you feel when something doesn’t go as planned many times?


새로운 방식에 대한 두려움, 개선하기 위한 실천력 부족 등으로 기존의 방식을 고수하면서 마음 속으로 현실이 더 나아지기를 대부분의 사람들은 기대한다. 이에 관해 다들 새로운 무언가를 시도한 적이 있는 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직업의 불안정성을 만회하기 위해 다양한 자격증을 따려 해본 경험, 끊임없이 배움을 이어나가려 노력하고 있다는 분의 이야기, 그리고 내가 마흔에 미국 유학을 떠난 이야기 등을 나누다 보니 우리는 다들 삶을 더 다르게 살기 위해 열심이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이 모임도 그런 열심 중에 하나이고, 주말 아침에 이렇게 모이는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추구하는 삶의 가치가 있다. 바로 배움이다. 그들에게 배움은 그리고 함께 배움을 이어나가는 것은 삶의 중요한 가치라는 점을 새삼 깨달았다. 그래서 바쁜 학교 일에도 내가 꾸역꾸역 이 모임을 이어나가는 이유이다. 나는 그런 사람들을 곁에 두고 함께 배움을 이어나가고 싶기 때문이다.


❚책을 읽지 않은 독서 모임

결국 우리는 서로 삶을 살아오며 도전을 한 이야기, 현재 마음에 도전이 되는 일을 나누느라 오늘 읽기로 한 4개 챕터를 하나도 읽지 못했다. 독서 모임이지만 그저 책만 읽는 모임이고 싶지는 않았고, 이렇게 책을 다들 버거워하는 상황에서는 어쩌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나부터 제대로 읽어오지 않은 챕터를 나누려니 다소 마음이 불편한 터라, 우리는 서로 그러기로 약속한 것도 아닌데, 이번 모임에서는 영어 책을 1도 읽지 않았다. 그저 총 4개 챕터의 내용을 정리했고, 인상 깊은 부분을 나누는 것으로 스터디를 마무리 했다. 물론 다음 모임에는 기필코 제대로 미리 읽고 정리도 미리 해둘거라 다짐을 했지만, 다음 2주간의 내 생활이 그걸 허락할지는 모르겠다.


독서 모임이지만 책을 읽지 않았다. 하지만 책보다 더 의미있는 대화를 나눈 시간이라 마음이 뭉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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