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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영어 스터디 오십한 번째 모임 후기

: 찬찬히 오래 두고 이어 가야겠다

by Hey Soon


❚스터디 모임의 의미

두주 만에 만났지만, 그 사이 이석증을 앓으셨다는 분이 두 분이나 되었다. 그리고 한 분은 이제 퇴직을 한 상태라 알려오기도 했다. 아직은 마흔 후반인 나에게 그분들의 이야기는 다소 멀게 느껴지지만, 그럼에도 그 분들이 나누는 건강 문제, 퇴직 후 삶의 루틴에 대한 이야기는 나에게 늘 남의 이야기로 들리지는 않는다. 건강의 변화, 직업적 변화가 있었음에도 그분들은 어김없이 토요일 오전 스터디 모임에 오셨다. 새삼, 이 스터디가 그분들의 삶에 어떤 의미로 존재하는 지 궁금하다.


❚영어가 뭐길래

나처럼 현직 영어 교사인 분들은 영어를 계속 갈고 닦아야 하는 의무감이 늘 있다. 멤버 중에는 그런 분이 두어명 계신다. 하지만 그 분들을 제외하고 나머지 분들에게 영어는 사실 현실적 필요성이 그리 높지 않다. 그 분들에게 기회가 되면 여쭤보곤 한다. 영어를 왜 배우고 계시는 지를. 대부분은 뭔가를 배우는 것 자체를 의미롭게 생각하신다. 게다가 멤버 중 상당 수는 자녀가 미국이나 해외에 있다. 또는 친척이 해외에 산다는 분도 계시기에 그분들에게 영어는 그저 쓸모 없는 외국어가 아니라 언제든 써먹을 수 있는 소중한 도구이다. 게다가 퇴직을 하신 분들은 삶의 루틴을 만들 때 영어 학습을 꼭 챙기시는 것 같다. 남과 어울려 함께 배우기에 외국어 만한 게 없는 듯 하다.

❚스터디가 나에게 주는 많은 성장 요소

스터디 리더로서 나에게도 스터디가 주는 성장의 요소도 참 많다. 혼자였으면 이런 영어 원서책을 꾸준히 읽어나가지도 못 했을 게 분명하다. 그리고 연배가 비슷한 사람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영어로 나누면서 영어 원어민들과 나누지 못한 이야기도 할 수 있는 재미도 있다. 무엇보다 남과 잘 어울려 배움을 함께하는 것 자체도 소중한 행복의 요소인 듯 하다. 사실 삶이 그리 거창한 게 아닌 듯 하다. 뭐 대단한 부를 가진다고 하더라도 소통할 사람이 없으면 그게 다 무슨 소용이 있을까? 언뜻 보면 소박한 행복같지만 이 마저도 하루 아침에 잘 할 수 있게 되는 것은 아님은 분명하다. 더군다나 이렇게 3년씩이나 멤버들이 조금씩 바뀜에도 불구하고 계속 모임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는 것은 쉽지만은 않다. 하지만 그 세월에 들인 나의 노력과 열심 덕분에 나에겐 소중한 경험치가 쌓였고 참 좋은 사람들과 연대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

❚날 만나보고 싶다는 분

며칠 전에는 당근 앱으로 한 시간 거리 다른 도시에서 나를 만나러 오시겠다는 분까지 생겼다. 내가 뭐 대한 사람도 아님에도 그 분은 나의 이야기를 블로그나 브런치나 온라인 어디에서 읽으셨는 지 나를 한 번 꼭 만나고 싶다고 하신다. 참 신기하다. 내 이야기가 남들이 듣고 싶어한다는 게. 아무튼 이 모든 인연들은 이 스터디를 운영하면서 가능하게 되었다.


멀지 않은 미래에 교사직을 그만두고 뭔가 새로운 일을 할 즘에 분명 나의 이 경험치가 나에게 많은 용기가 되어 줄 것 같다. 어느덧 쉰 한번째 스터디를 했지만, 정말 첫 번째 스터디 하던 날을 지금도 생생히 기억한다. 내가 무슨 장사속으로 이런 모임을 한다고 의심을 하시며 은근 경계의 눈빛으로 스터디에 임하시던 분들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스터디 멤버들은 나의 마음을 정말 잘 헤아려주시고 우리 모임의 자산인 배움과 성장의 욕구는 모임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고 있다. 스터디를 시작하고 유지하기로 애쓴 게 잘 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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