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 영어 스터디 오십여덟 번째 모임 후기

: 행복의 조건

by Hey Soon

❚주인이 따로 없는 스터디

아침에 일어나서는 미리 미리 스터디 장소에 가서 커피를 미리 내려놓고 은은한 커피향을 선물로 드리려는 야심찬 계획을 했다. 하지만 이번 역시 겨우 모임 시각이 되어서 도착했다. 도착하니 이미 그 공간의 출입 비번를 아시는 분이 이미 문을 열어 주셨다. 살짝 죄송한 마음도 있었지만, 문을 열어 주신 분은 내가 그분을 믿고 비번을 공유해드림으로써 스터디의 소속감을 더 느끼게 되시는 것 같아 마음을 편하게 먹기로 했다.

오늘은 당근 앱으로 알게 된 두 분이 새로 오시기로 하셨다. 모임에 도착하니 이미 한 분은 와 계셨고 기존 멤버와 이야기를 이미 나누고 계셨다. 그리고 나머지 한 분도 스터디 시작 시간에 맞추어 오셨는데 아주 젊은 여자분이셨다. 새로운 멤버가 오면 늘 마음이 분주해진다. 얼른 프로젝션을 켜고 화면을 세팅하고 그 분들에게 말을 건네며 스터디 소개를 해야 하는데, 오늘따라 프로젝션 리모콘이 먹통이 되었다.

이미 스터디 시작 시간 5분이 지났고, 속속들이 멤버가 도착했는데, 마음이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무리 해도 리모콘은 말을 듣지 않았다. 상황을 파악한 기존 멤버한 분이 대화하시다 말고 나에게 오셔서 뭐가 문제인지 물으시더니, 배터리가 다 된 것 같다고 하자, 본인이 빨리 가서 사오시겠다고 하신다. 너무 감사했다. 다행히 그 동네에 사시는 분이셔서 가까운 편의점에 지름길까지 알고 있다면서 얼른 사오셨고 멤버들이 서로 통성명을 하는 사이 리모콘의 배터리를 교체할 수 있었다. 그 사이 다른 멤버께서 알아서 상황을 파악하시고 나 대신 대화를 이어나가고 모임을 소개해주고 계셨다.

누구도 나 몰라라 하지 않고 돌발상황에 다들 각자 역할을 잘 해주셨다. 나 혼자 이끌어가는 스터디가 아니라 함께 이끌어 가는 스터디라는 믿음이 더 생겼다.


❚영어를 잘 한다는 것은?

이제 화면을 켜놓고 본격적으로 영어로 수다를 떨었다. 나이 상관없이 우리는 오늘도 함께 모여 영어 수다를 떤다. 영어라는 언어가 가지는 특징이다. 각자 자신의 생각을 우리말로 표현해도 되지만 기왕이면 영어로 표현해보는 게 우리 스터디의 특징이다. 유용한 표현을 연습하는 부분도 있지만 그건 일부에 불과하고 대부분은 자신의 생각을 영어로 표현해보는 기회를 많이 갖게 하는 것이 우리 스터디의 특징이다.


오늘은 스터디 뒷풀이를 모처럼 하면서 영어를 잘 하는 노하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최근 멤버가 되신 분 중 학창시절을 호주에서 보내신 분의 대답은 한마디로 영어로 말 할때는 한국어의 채널은 거치지 않고 아이디어를 머릿 속에서 그리고 그걸 바로 영어로 풀어낸다고 한다. 영어로 말을 잘 한다는 것은 머릿 속의 의미(Notion)을 가질 때 이미 우리말의 채널로 송출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 의미를 떠올릴 때부터 우리말은 잊고 영어의 채널을 활성화 시켜서 떠올린다. 그게 영어를 잘 하는 사람의 특징이다. 우리말로 하는 이야기의 의미를 놓고 단어대 단어의 변환으로 우리는 번역하는 게 아니다. 외국어는 단순히 말의 변환(언어 코드 스위칭)이 아니다. 그건 세계를 바라보는 관점의 변환이다.


나 역시 그 말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내가 영어를 구사할 때는 우리말을 절대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내가 표현할 아이디어를 머릿 속으로 좀 더 구체적으로 분석적으로 정리한다. 그리고 각 부분을 영어로 표현한다. 그래서 내가 익숙한 분야나 내가 평소에 생각 정리를 해 둔 사안에 대해서는 영어로 표현하는 일이 훨씬 용이하게 느끼는 게 거기에 있다. 대부분 우리는 할 말을 우리말로 정리해두고 그걸 영어로 옮기는 습관이 있는데, 이는 아웃풋의 시간을 많이 지연시키게 된다. 그래서 영어로 말하기를 잘 하는 사람들은 평소에 자신의 생각을 혼자서 머릿 속으라도 그걸 영어로 표현해보는 연습을 많이 하는 것이다.


❚행복의 조건: 함께 배움을 하는 사람과의 시간

오늘은 부처의 말씀 중 아래 명언을 나누었다.


“Happiness does not depend on what you have or

who you are. It solely relies on what you think.”

- Buddha-


“행복은 너가 뭘 가졌는지, 너가 누구인지에 달린 것이 아니다.

그것은 오로지 너가 뭘 생각하는 지에 달려있다.”

행복은 신기루처럼 여겨질지 모른다. 하지만 요즘 들어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행복은 이미 내 안에 있다는 것을. 내가 무엇을 생각하느냐에 따라 이미 행복이 가득할 수도 있고 불행이 가득할 수도 있다.


스터디 멤버들과 뒷풀이를 하는 과정에서 다들 공통적으로 삶의 이런 저런 굴곡을 거친 분들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학창시절 호주에서 홀로 유학을 하시고 다시 리터니로 살고 계시는 박사과정의 서른 중반의 멤버도, 아이 진로와 진학 때문에 마음 고생을 엄청하신 쉰 후반의 멤버도, 아이를 해외로 유학 보내놓으신 두 멤버도, 외동딸을 일찍 시집보내고 어떤 이유에서 돌싱이 된 한 멤버도, 학창 시절 자퇴를 하고 힘든 사춘기 시절을 보냈던 멤버도, 마흔에 유학을 다녀온 나도. 우리는 모두 삶의 이런 저런 굴곡을 거친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우리는 모두 삶의 행복이 멀리에 있는 게 아니라 그저 이렇게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할 수 있는 하루 하루에 감사함을 느낄 줄 아는 사람들이다. 이 스터디 멤버들은 그래서 긍정의 에너지를 서로에게 나눌 줄 안다.


다소 힘들었던 과거도, 다소 힘든 현재도, 다소 도전이 될 수 있는 미래도 우리는 그저 함께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함께 웃고 함께 희망을 머금으며 서로를 다독여 준다. 오늘 한 분은 부산 국제 영화제에 가기로 한 약속을 없애고 우리 스터디를 선택하셨다고 한다. 그분은 우리 모임에서의 이야기가 영화를 보는 것 보다 더 설렌다고 하신다. 참 감사하다. 내가 스터디를 오래 오래 하고 싶은 이유가 바로 이거다. 내가 행복해지기 위해 나는 이번 모임도 기꺼이 문을 열었고, 앞으로도 기꺼이 문을 열어 둘 생각이다. 내년부터 학교에서 다소 무게감이 있는 일을 맡게 되었다. 그 때에도 나는 이 멤버들에게 잠시 짐을 더 건네 주는 일이 있더라고 스터디의 문은 계속 열어 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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