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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숙경 Apr 14. 2022

칸딘스키, 뮌헨으로 가다

칸딘스키는 원래 법학 교수였습니다. 그가 화가가 되기로 결심하고 떠난 곳은 독일 뮌헨입니다. 당시 뮌헨은 표현주의를 비롯하여 여러 예술 활동이 넘쳐나는 활기찬 곳이었습니다. 만약 세계대전이 없었다면 뮌헨이야말로 현대미술의 중심지가 됐을 것입니다. 뉴욕이 아니고요. 전쟁이 많은 것을 잃게 하였고 이 덕을 본 나라가 미국이지요. 많은 부분을 미국이란 나라가 걷어간 셈입니다. 


당시 유럽의 분위기는 신지학이라는 일종의 신비 사상이 감싸고 있었습니다. 신지학이란 19세기 말에 창시된 범신론적 사상으로 물질에 대한 정신의 우위를 강조합니다. 이는 세기말적 위기의식과 물질문명에 대한 반발이 팽배했던 유럽 사회에게 매력 만점의 사상이었나 봅니다. 적지 않은 예술가들이 여기에 빠져 들었으니까요. 그 대표적인 예로 일생 동안 신지학의 영향 아래에서 그림을 그린 화가 몬드리안을 꼽을 수 있습니다.


신지학의 유행이 추상 미술과 무관하다고 단정 지을 수 없습니다. 신지학은 일종의 정신 운동으로 신지학회가 결성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을 규합했습니다. 정신의 문제를 내적 인식을 통하여 접근하는 방법은 확실히 실증주의와 다른 것이었죠. 칸딘스키는 신지학을 위대한 정신 운동이라는 면에서 높이 평가하였습니다. 정신세계를 추구하는 원동력이 된다는 것이죠.


이처럼 칸딘스키는 예술에 있어서 정신성을 강조하고 나섭니다. 진정한 예술은 피상적인 향유나 오락적 기분 전환을 위한 예능과 다르다는 것이죠. 그의 신념은 예술이 인간 영혼의 발전과 심화에 기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흔히 거론되는 예술성이 어떻다 또는 예술적 승화가 어떻다는 평가도 이 기준과 그리 다르지 않을 겁니다. 


그렇다면 예술이 어떻게 우리의 영혼을 발전 심화시킨다는 걸까요? 예술에는 특별난 재주가 있습니다. 그래서 예술인 거지요. 그 재주란 보지 못하고 지나친 세계를 발견하는 성찰 그리고 시대를 내다보는 통찰입니다. 그러니 이를 실행해야 하는 예술가의 시각은 별나야 되고 과거와 현재, 미래에 열려 있어야 되는 것이지요.


진보적 가치는 언제나 거부되고 환영받지 못합니다. 기존의 것을 무너뜨려야 하니까요. 그러나 이 힘은 언제나 유효하고 때를 노립니다. 왜냐면 모두는 진화를 꿈꾸고 발전해 나아가야 하니까요. 낡은 것은 교체되어야 하고 한계는 극복되어야 하니까요. 인류의 역사는 이러한 것들의 반복입니다. 


새로운 방향의 예술이 거부당하는 것도 이와 같은 꼴입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자유롭게 뻗어 나가는 정신의 궤도 이탈을 그리 곱게 보지 않아요. 흩어지는 형식에 대하여 우선은 불만을 토로합니다. 새로운 생각과 시각은 등장할 때마다 조롱과 비방을 겪으며 온갖 수모를 견뎌야 하는 것이죠. 


추상 미술이 등장한 것도 백 년 넘게 지난 일입니다. 이제 새로운 예술이 아닌 것이죠. 이미 형식화된 과거의 미술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대다수 사람들에게 불편한 이유를 생각해 봤습니다. 그건 마음이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일 겁니다. 구체적인 형상, 내가 알고 있는 형상이 그곳에 있어야 한다는 마음을 버릴 수 없기 때문인 거죠. 이쯤 되면 진보적 가치는 고사하고 과거의 사실조차 인정하지 못하고 주춤거리고 있는 겁니다. 


그래서 추천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조형 언어에 대하여 알아보자는 것이지요. 우리가 서로 대화를 하는 건 언어가 있기 때문입니다. 남의 나라 말은 어색하거나 잘 모르거나 그래서 소통이 잘 안 됩니다. 특별히 시간 내서 익혀야 하는 수고가 필요한 거지요. 조형 언어 마찬가지입니다. 


칸딘스키는 면밀히 관찰하고 숙고한 조형 노트를 우리에게 선사했습니다. 저서로 남긴 <점, 선, 면>은 바우하우스에서 학생들에게 강의해 온 이론의 대부분을 요약한 것입니다. 회화 요소의 분석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지만 오늘날까지 폭넓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내용입니다. 


다음 회차에 '점'부터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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