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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숙경 Jul 14. 2022

표현의 규칙

평면의 경계와 평면의 내부에 있는 형태는 달라붙든 아예 떨어져 있든 서로 거리가 생기기 마련입니다. 이 둘의 관계는 각별하고 회화에서 대단히 중요한데 결정적인 변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 알아보기 위하여 칸딘스키는 같은 조건의 평면 위에 길이가 같은 직선을 제각기 다른 위치에 놓아 봅니다. 


그림 A
그림 B


그림 A는 평면 위에 자유롭게 있는 직선입니다. 이 선을 위쪽으로 조금씩 옮기면 경계와 가까워지는데 이로 말미암아 오른쪽 위를 향한 긴장이 고조됩니다. 물론 반대편의 긴장은 약화됩니다. 이윽고 선이 그림 B처럼 경계에 닿으면 위를 향해 고조되었던 긴장은 곧바로 힘을 잃게 됩니다. 긴장의 힘은 절망스러운 듯 아래를 향해 쏠립니다. 


칸딘스키는 이 논리를 발전시켜 경계와 형태의 관계를 정립합니다. 그것은 형태가 경계에 접근할수록 긴장이 고조되고 경계에서 멀어질수록 약해진다는 것, 그리고 형태가 경계에 닿는 순간 긴장은 갑자기 소멸되고 반대쪽의 긴장이 증가된다는 겁니다. 결국 극적인 울림을 노린다면 평면의 경계 가까이에 형태를 배치해야 하고, 반대로 서정적 울림을 바란다면 경계로부터 멀리 떨어트리며 중심부에 모이도록 배치하라는 규칙이 성립됩니다. 


칸딘스키는 이 규칙의 전형을 설명하고자 그림을 제시합니다. 그런데 이 네 가지 유형은 미술 교과서에서 봄 직한 그림으로 특별해 보이지 않습니다. 칸딘스키의 해석이 궁금해지는 순간입니다. 


그림 A
그림 B
그림 C
그림 D

A: 네 개의 선으로 이루어진 침묵의 서정시 – 응결

B: A의 요소가 만들어낸 드라마 – 복합적인 약동 

C: 중심적인 두 개의 대각선과 중심에서 벗어난 수평선과 수직선 

    대각선이 자아내는 최고치의 긴장 그리고 수직선과 수평선의 균형적 긴장

D: 모두 중심에서 벗어난 선과 반복으로 강조되는 대각선 

    가열되는 극적인 울림을 잡아매는 위쪽 수직선과 대각선의 접점


칸딘스키는 회화의 감성 표현에 규칙이 있다고 봤습니다. 만약 위의 예시 중 하나를 선택하여 그대로 구조를 잡고 그림을 그려나가면 최소한의 결실이라도 거둔다는 말입니다. 그러므로 회화를 통해서 운영되고 있는 규칙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겁니다. 이것은 회화에서 이론적 가치를 강조하고 싶은 칸딘스키의 심정이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그림 A와 B는 중심 집중적인 구성으로 서정적 울림의 전형이고, 그림 C와 D는 중심이 벗어난 구성으로 드라마틱한 울림의 전형이라고 할 때 여기에 사용된 직선을 곡선으로 교체하면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요? 칸딘스키는 모든 울림의 총량이 세 배로 늘어날 거라고 장담합니다. 모든 곡선은 제3의 긴장을 낳는 두 개의 긴장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이는 선에 관한 단원에서 언급된 부분입니다. 직선이 앞뒤로 당기는 원초적인 두 개의 긴장으로 이루어졌다면, 곡선은 직선의 어떤 부위에 압박을 가하는 긴장이 합해진다는 겁니다https://brunch.co.kr/@e2efb0b22da14c2/22


더 나아가 곡선이 물결모양의 곡선으로 대체된다면 이야기는 또 달라집니다. 물결의 고리마다 긴장이 생성되기 때문이고, 이로 인하여 긴장의 총량은 계속 증가될 것입니다. 이 밖에 개개의 파장이 평면의 경계와 맺는 유대관계도 전체의 울림을 복잡하게 만들 것입니다. 



위 그림을 나란히 놓고 봐야 하는데 편집 역량이 모자라네요...ㅠ

쓸데없이 길게 늘여 빼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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