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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숙경 Aug 23. 2022

자연은 예술이 아니며, 자연이 예술이 될 필요도 없다.

1 더하기 1이 2라는 것에 누구도 토 달지 않는다. 모두가 논리적이고 합당하다고 접수했기 때문이다. 이런 종류의 인식은 우리 주변에 꽤 많다. 더 이상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인식들 말이다. 그런데 예술에서 이런 방식의 등식은 쉽게 적용되지 않는다. 그곳에는 딱 잘라 정의할 수 없는 모호함이 서성인다. 이런 측면에서 다음과 같은 몬드리안의 일갈은 시원한 냉수처럼 청량하다. 


“예술은 자연이 아니다,라는 말도 맞지만, 여기에서 자연은 예술이 아니며 자연이 예술이 될 필요도 없다,라는 말을 덧붙였으면 한다. 자연은 사람을 통해서만 예술이 된다.” 이렇게 명쾌한 주장을 펼친 화가가 몇이나 될까? 도대체 뭘 그렸는지 알 수 없는 추상화에 대한 설명이 이보다 더 통쾌할 수 있을까? 몬드리안의 매력은 이처럼 확고한 자기 이론에 있다. 


환상적인 아름다운 풍경이 선사하는 근사한 감정은 자연주의 화가들이나 몬드리안 또는 추상화가들 모두에게 똑같은 것이다. 차이가 있다면 자연주의는 그 풍경을 그대로 묘사하고, 추상주의는 그 풍경을 각자의 시각으로 해석한 표현에 있다. 음악에서도 연주자에 따라 같은 곡을 두고 해석이 어떠하다고 평하며, 듣기에 거기서 거기인 듯해도 해석이 특별한 연주라고 한다. 회화에서도 마찬가지인데 오히려 음악보다 쉽게 구별되는 결과물이 있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그렇다면 왜 추상화가들은 있는 그대로 옮기지 않는 걸까? 몬드리안 입장에서 자연의 모습, 형태, 색채, 리듬 등 대부분의 자연적 관계들은 비극적인 요소들이다. 다시 말해서 이 요소를 가지고 비극을 초월하는 조화로움을 표현할 길이 없다는 뜻이다. 그는 화가로서 조화를 명확하게 표현해야 한다는 의무와 신념이 있었고, 불변의 조화로움을 통해 위대한 평온함을 전달하고자 했다. 몬드리안에게 예술창조란 정신적 계시를 드러내는 일이며, 예술가란 사회 변혁을 실천하는 선구자이기 때문에 그 자신도 보편적 진리를 표현하는 데 몰두한 것이다. 


평형상태의 관계가 몬드리안의 그림에서는 주어이고 서술어이며 동사의 몫까지 해낸다. 화가는 조형적 평화로움에 도달하기 위한 표현 도구가 필요했는데 가장 유용한 것으로 선들과 면들의 직각적 대치 상태가 몬드리안에게 뽑힌 거다. 우리는 여기에서 직각이란 유일무이한 단 하나의 상태라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작곡, 1916.


작품 <작곡>은 몬드리안이 그만의 특유한 언어를 완성해 나가는 과정에 있다. 신지학의 영향으로 극단적 대립을 나타내는 +와 -, 즉 수평과 수직이 만나 영원한 균형에 도달한다는 결론은 그에게 진리였고, 마침내 직각의 선 외에 허용할 수 없다는 강력한 의지를 갖게 하였다. 가변적인 것을 극도로 피했기에 역동성을 나타내는 사선은 그에게 끔찍한 표현이다. 자신이 주도했던 미술 운동인 <De Stijl>에서 탈퇴하고, 동료인 테오 반 두스부르흐(Theo Van Doesburg)와 갈등을 겪은 것도 바로 이 사선이 문제였다. 반 두스부르흐가 ‘counter-composition’을 통하여 45°의 사선을 사용한 것은 참을 수 없는 사건이었다.


몬드리안은 ‘자연의 리얼리티와 추상적 리얼리티’에서사선에 대하여 이렇게 말한다. “사선은 비평형적 방식으로 수평선 및 수직선과 대립하고 위대한 평화로움의 감각은 깨지고 만다.” 이렇게 고집스럽게 강했던 신념은 명쾌한 핵심 원리가 되어 신조형주의로 거듭나게 된다. 


<작곡> 응시하면 아른거리는 무엇이 있다. 모든 대상은 축소되거나 응축되어 알록달록함으로 전이되고, 수직과 수평의 짧은 직선들은 모두의 윤곽이 되어 전체를 덮는다. 마치 창살 안에 갇힌 듯 색면은 검은 선의 영향 아래에 있고 자유롭지 않다. 검은 선은 뚜렷한 경계를 정하려는 듯 전면에 대두된다. 예를 들면 개별적인 이야기를 허용하는 범위나 규범 같은 법칙 말이다. 어쩔 수 없이 색면은 절제되고 화면은 무덤덤한 감정의 평면으로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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