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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오래 보게 될까?

by 반차

처음에는 생각이 많이 다른 줄 알았다.

지금 와서 보면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일인데, 당연한 것 인지도 몰랐다.


너는 지금이 중요했고, 나는 미래가 중요했다.

앞으로 다가올 문제들은 내 안에서 자꾸만 커져갔다.

수많은 가정들이 내 머릿속을 꽉 채우고 나면, 혼자서 관계를 정리하는 연습을 했다.


그 과정들이 나에게 퍽 괴로웠다.

나의 결핍을 채워주는 사람을 만난 것은 행운이었다.

맞출 수 없는 가치관을 가진 것은 불운이었을지라도, 결국은 그마저도 행운이었다.


지금 무거워서 말하지 못하는 문제들은, 시간이 흐르면 더 무거워지겠지.

혼자서 하는 상상은 그걸 더 무겁게 만들었다.

가볍게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가볍게, 간단하게만 생각하면 좋을 텐데.




우리는 싸우지 않았다.

너는 어른의 대화를 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나도 노력했다. 그래서 우리는 싸우지 않았다.

서로에게 요구할 줄 몰랐다. 서로를 바꿔놓으려 하지 않았다.

존중인지, 회피인지, 용기가 부족해서인지.

그래서 사실 서로가 정확히 뭘 원하는지 잘 몰랐다. 나는 그랬다.

내가 뭘 원하는지, 네가 뭘 원하는지.


서로를 존중하기 때문에 내려야 하는 몇 가지 선택들이 있었다.

나는 이것을 마주할 자신이 없었다.

덮어두고 두루뭉술하게 생각했다.

뾰족하게 생각하지 못했다.

언젠가는 그것이 뾰족해져서 나를 찌를 것을 알았기 때문에.

마음으로 감쌀 수 있을 때 마냥 감싸고 모른척했다.




결국에는 때가 왔다.

혼자 상상하지 말자. 혼자서 무게를 더하지 말자.

그렇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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