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에 관한 소회.
몸이 움직이지 않거나, 사랑하던 사람이 갑자기 세상을 떠나거나, 나의 모든 역사를 부정당하거나, 높은 곳에서 떨어지듯 무중력과 같은 관계에 놓이는 상황이 한꺼번에 벌어지다보면, 사실 세상을 사는 의미는 잘 없다.
그러나, 그런 목숨을 끊고싶은 생각이 강하게 드는 가운데에서도
나를 지켜주거나
위로해주거나
웃게해주거나
잠깐이라도 고통을 잊게 해주거나
그러한 존재는
결국
나 자신이다.
한 때 사랑했던 어떤 존재는, 때로는 너무 가혹해서, 나에게서 떨어지지 않고 뇌 속의 기생충처럼 달라붙어 있다. 영원한 고통을 선사하는 그런 존재를 잊는 방법은 결국 맞서 싸우는 것 뿐이라는 생각 뿐이다. 사실은, 모든 것은 나에게 달려있다는 것을 내 머릿속은 가장 잘 안다. 그래서인지 요즘같이 어떤 단계를 초월하고 나면, 급격하게 밀려드는 공허함과 지나친 메타인지와 자기 객관화가 너무 커져버린 나머지, 나를 학대하게 되는 것이 아닌지..타인에게서 벗어나고자 자신을 떨어뜨리다 못해 적절한 거리를 찾지 못하고 그저 밑으로만 떨어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기도 한다.
그렇다고 해도 딱히 방법은 없다. 어떤 기조가 정해지면 밀고 나가는 것 외에는 방법은 없는 것이다. 죽든 살든, 그것이 오늘이던 내일이던, 우선은 밀고나가보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처럼, 삶에 대한 욕구가 죽음에 대한 욕구보다 다소 앞서있을 때, 커다란 횃불에 불을 붙이기 위해 장거리를 한 번 쯤 달려보는 것도 인간으로서 괜찮은 행위라는 생각이 든다.
개인적으로 브런치를 싫어한다. 타이핑으로 쓰는 글은, 한계가 있다. 단어와 단어사이, 글자와 글자사이, 자음과 모음사이 생각 할 시간을 주지 않는다.
그럼에도 쓰는 것은. 어차피 아무도 보지 않을 것이고, 보더라도 이 것은 나만아는 일종의 암호같은 것이기 때문이지. 글의 매력은, 널리 읽힐 때 발휘되기도 하지만, 람세스의 무덤처럼 오랜기간 묻혀있기 때문에 더 드러나기도 하다.
나는 죽지 않는다. 살아보련다.
그래도 모르지. 나의 구원은 오직 나 뿐이고, 나를 죽일 수 있는 사람도 오직 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