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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와 입

by 조윤성

자세히 생각나진 않는다

어떤 적당히 뾰족한 바위에 매달려서

검은 바다를 내려다보던 나 자신을 발견한다


물은 검고, 속은 알 수 없지만

하얀 고기들이 몸을 뒤틀면서 헤엄친다


하늘을 바라본다

번개가 친다


검은 밤 검은바다

검은바닥에

하얀 입들이 엉켜있다


무서운 생각이 든다

헤쳐나갈 자신이 없다


나를 데려다 주겠다던 친구는

하얀 자동차를 버리고

멀어졌다


꿈 속의 꿈은 더욱 생생하다

그래서 하얀 자동차가

현실보다 더 선명하다


중요한 것들을 다루게 될 때는

예민해지지만

예민함이 지나간 자리엔

나의 흔적은 없다


인정과 박수와 갈채를 먹던 입들은

이젠 수장되었다


물은 돈이다

그러나 너무 많은 물은 죽음이다


번개가 친다

비가 내린다

세차게 내린다


현실은 생각은 상상은

다 똑같은 것이 아닐까


인어공주가 뽐내던

작은 돌 끝에 서면

내가 보는 바닥은 이백미터


충분한 높이와

충분한 에너지

충분한 동기와

충분한 메토돌로지


무심한 인간들속 인간

무심코 지나치는 신호

무심코 결정하는 그런

것이 아닌

내가 아닌

뭐든 할 수 있는

그런 내가 있는


지금이 좋다

얼굴을 뜯어먹는

폭풍우가 몰아치는

내 뼈를 만져볼 수 있는 기회

다양한 입들의 욕구를 위한 기회


기회는 공평해야하니까


- Br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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