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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윤성 Oct 09. 2022

여행 DRAFT as All-ways

 어디로 가든지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다. 사실 외로움이라는 건 생각 한 것만큼 벗어나기 쉽지 않은것이다.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다고해서 어떤 사람이 있는 것은 아니다. 어떤 사람이든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고 싶지만, 어떤 종류의 사람이든 상관없는 것은 아니다. 사실 그 보다 더 솔직한 건, 내가 환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만날거라는 기대를 거의 저버린 채로 엔트로피 법칙에 위배되는 태도로 온갖 곳을 돌아다니는 자신을 발견하는 것 뿐이겠지. 


 강릉에 가면, 익숙한 바다가 있다. 기억나지는 않지만 어떤 바람에 흔들리는 벤치를 바라보다 문득 팔을 걷어붙이고 앉아 청승을 떨며 이메일에 답장을 하던 내 모습이 그려진다. 2014년. 강문해변. 꼭 한 번 자보고싶은, 그러나 들어가면 자고싶어지지 않을 호텔을 병풍삼아, 바다에서 카메라로 나를 찍는 것만 같은 앵글을 머릿속에 상상하며 아무도 없는 칼바람 부는 바다에서 앉아본다. 


 당진(唐津)은 당나라였던 중국까지 가장 가까운 거리라고 해서 붙여진 지명이다. 직선거리를 명명하던 그 때 당시에 어떻게 알아냈는지는 여전히 미스테리지만 이름에서 느껴지듯 지역 자체가 극한 서쪽을 향한 강한 열망을 지닌 땅이라는 것을 쉽게 느낄 수 있다. 내륙에서 소외되는 과정은 1970년대 부터 시작되었나. 경부고속도로, 서해안고속도로에서도 심지어 소외된 지역은 현대제철이라는 거대한 공룡이 가져다준 희망때문에 더더욱 가난해진 듯 하다. 추억과 고통과 여전한 온갖 감정이 나를 뒤흔드는 그 검은 샘물. 


 낙동강까지 북한군이 밀려들 것을 대비해 지천으로 뿌려도 밟아도 탱크가 지나가도 자라나는 메밀과 미군의 밀가루를 뒤섞어 면을 만들어 먹던 부산에가면, 면을 밀과 섞어 밀면 그 유명한 밀면국수를 원 없이 먹을 수 있다. 무엇보다도 낙동강에 감탄하다 사상, 초량을 지나 서면에 가면 나를 기다리는 욕망의 괴물들과 마주하며 그 악마의 치마폭에 안겨본다. 몇 번씩 가봐도 기억안나는 복잡한 도로는 내 마음과 같나. 그렇게 복잡할 때 가야하나. 서울에서, 포항에서, 광주에서 기차를 타고 차를 몰고 버스를 타고 침공해봐도 아직도 알 수 없는 부산에 가면. 아이러니하게 청사포에 가면.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전주는 비빔밥과 콩나물해장국을 먹으러 가기보다는, 작은 다원에서 전통 녹차를 한 잔 마시러 가본다. 주차장에서 좀 멀긴 하지만, 사실 거리가 아니라 내 어깨에 짊어진 Macbook Air와 모니터와 거미줄 같이 나를 옭아맨 케이블들과 iPhone 13Pro Max와 iPhone XS Max와 대와 충전기 4개와 iPad Pro와 각종 어댑터와 거치대와 멀티탭과 사용하지도 않지만 버리지도 못하는 내 불안의 결정체들 때문이다. 다원에 가면 아무도 들어오지 않는 별관에 작고 불편한 테이블에서 양지바른 곳에서 연잎이 떠다니는 현무암 재질의 작은 연못을 들여다본다. 한옥마을은 만만한 곳이 아니다. 


 비만 오면, 흙탕물이 넘쳐나는 남양주 북한강은 내 번뇌를 떠나보내기 가장 좋은 곳이다. 결국 고뇌는 태평양으로 가버릴테니, 월북만 하지 않는다면 완벽하다. 사람도 생각도 아이디어도 과거도 상처도 떠나보내려고 가지만 결국 다시 모니터를 응시하는 것 만이 내 영혼의 생존전략이다. 본질에 집중하려 할 수록 나는 잃어가는 기분은 침식되는 강바닥 처럼 무언가 유사하다. 시간이 흐를 수록 내 의식도 흐르며 감정을 해결하려고 정면으로 바라본 감정들은 무수하네.


 화개장터에서 봤던 물건들은 사실 비슷비슷하다. 꼭 노량진 수산시장 같은 것인지, 아니면 취미로 장사하러 온 사람들인지, 글쎄..파전에 막걸리 먹으러 온 것인지 아니면 닭꼬치나 먹으러 온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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