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A Day, 2017)
* 브런치 무비 패스를 통해 본 작품입니다.
** 다수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제이크 질렌할의 소스코드(Source Code, 2011). 톰 크루즈의 엣지 오브 투모로우(Edge of Tomorrow, 2014). 김명민, 변요한의 하루(A Day, 2017). 세 영화 모두 타임루프(Time Loop)를 소재로 한 영화입니다. 동일한 시간을 계속해서 반복하는 것. 단어의 뜻만으로도 관객들 흥미를 끌어내기엔 충분한 소재입니다. 한편으로 설명에 대한 부담이 큰 소재이기도 합니다. 시간을 반복하는 것이 가장 큰 골격인 만큼, 이를 튼튼하게, 그럴듯하게 설명하지 못하면 영화 전체가 무너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영화 하루는 그 부담감을 선택과 집중을 통해 영리하게 풀어냈습니다.
타임루프 내지 시간여행을 소재로 한 영화의 대다수는 이 질문에 대한 부담감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어떻게, 어떤 과학적(또는 그럴듯한) 이유로 이런 일이 벌어지는가? 그 질문에 대한 설명이 엉성하면 영화 전체가 어그러지고, 너무 어려울 경우 영화의 결말에 의문을 가지게 됩니다. 때문에 감독이나 각본가에게는 참 부담스러운 질문입니다.
이 영화는 그 질문에 대한 설명을 과감히 포기했습니다. 대신 배우들의 감정에 집중했습니다. 하루가 계속 반복되는 상황에서 주인공들은 ‘왜 이런 상황이 일어나는 건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지 않습니다. 다만 각자에게 소중한 사람을 구해야 한다고 말하며, 그 배경을 충분히 설명합니다.
또한 액션은 극의 흐름을 위한 장치로 활용하였습니다. 준영(김명민 분)과 민철(변요한 분)이 사고 장소로 달려가는 긴박한 상황은 빠른 편집을 주로 활용하였습니다. 사고 장면이나 민철과 강식(유재명 분)의 싸움 등 필요한 곳에서만 액션 장면을 집어넣었습니다.
이처럼 부담이 되는 부분은 과감히 버리고, 최소화할 부분은 최소화하고, 중요한 것들에 대해서는 비중 있게 다루었기에 영화가 짜임새 있게 느껴집니다.
영화의 가장 큰 단점은 이야기가 너무 매끈하단 점입니다. 준영, 민철이 소중한 사람을 구하기 위해 서로 협력하는 도중 강식이 등장합니다. 이후 준영, 민철, 강식의 관계가 드러납니다. 자연스레 영화는 이 고민에 빠집니다. 3년 전 사건으로 인한 갈등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 복수보단 용서를 구하고, 복수로 앙갚음하기보단 용서를 해주는 것. 그것이 이 영화의 답입니다.
하지만 복수와 용서의 딜레마는 많이 다뤄진 주제입니다. 복수는 나의 것(Sympathy for Mr. Vengence, 2002), 올드보이(Old Boy, 2003), 친절한 금자씨(Sympathy for Lady Vengence, 2005). 박찬욱 감독의 복수 3부작에서 이미 깊이 다뤄진 바 있습니다. 때문에 영화 하루의 복수와 용서에 대한 딜레마가 오히려 매끄럽게 느껴집니다.
각본이 다소 매끄러운 아쉬움은 있지만, 이 영화는 선택과 집중을 현명하게 해낸 작품입니다. 자칫 부담이 될 수 있는 것들, 방해가 될 수 있는 것들을 버리는 대신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에 집중했다는 점에서 좋은 작품입니다.
★★★
선택과 집중의 미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