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일상다반사 Jun 06. 2017

다이애나 프린스는 보이지만, 원더우먼은 보이지 않는다

원더우먼(Wonder Woman, 2017)

퍼스트 어벤져(Captain America: The First Avenger, 2013)와 원더우먼(Wonder Woman, 2017)

다이애나 프린스는 보이지만, 원더우먼은 보이지 않는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arvel Cinematic Universe, MCU) 영화들이 선방하고 있는 와중에 DC 익스텐디드 유니버스(DC Extended Universe, DCEU)의 새 영화 원더우먼이 도착했습니다.     


 MCU와 DCEU. 서로 다른 세계관인 만큼 이를 비교해보는 것도 영화를 보는 재미라 할 수 있겠습니다. DCEU의 원더우먼과 MCU의 퍼스트 어벤져. 두 영화는 여러 가지 부분에 있어 비슷한 점이 있습니다. 

    

1. 영웅의 탄생과 영웅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고,

2. 배경이 세계대전이고,

3. 캡틴 아메리카(크리스 에반스 분)는 어스킨 박사(스탠리 투치 분)가, 원더우먼(갤 가돗 분)은 안티오페(로빈 라이트 분)가 탄생에 도움을 주며,

4. 러브라인이 있으며,

5. 두 영웅과 함께하는 동료들이 있으며,

6. 영화 마지막, 사진을 보며 사랑하는 이를 그리워합니다.


 두 영화의 유사성 때문에 퍼스트 어벤져를 재밌게 보신 분께는 원더우먼이 오히려 식상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관객들이 MCU에 보다 익숙하고, 옛날의 원더우먼을 기억하는 분들이 많지 않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원더우먼이란 영웅의 매력을 관객들에게 어떻게 보여줄 것인지가 중요할 것입니다.



다이애나 프린스는 보이지만...


 먼저 다이애나 프린스로 불리는 여인의 매력은 충분히 기억에 남을 것입니다. 새로운 세계를 만나면서 호기심에 가득 찬 모습. 런던 거리의 아이를 바라볼 때의 순수함. 백화점에서 새 옷을 입고서도 ‘갓 킬러’를 양손에 꼭 쥐는 모습. 그러면서도 자신의 신념을 당당히 표현하는 모습. 이런 모습에서 다이애나 프린스라는 캐릭터의 매력을 관객들에게 충분히 전달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문제는 원더우먼의 매력인데, 그녀만의 매력을 극대화시켜줄 수 있는 것은 무엇보다 액션일 것입니다. 하지만 마치 잭 스나이더 영화를 본 것 같은 느낌입니다. 실제로 액션 장면에 관여를 했다고는 하지만 너무하다 싶을 정도입니다. 지나친 슬로 모션의 활용. 맨 오브 스틸(Man of Steel, 2013)처럼 작용과 반작용(1대 1 싸움에서 한 대 때리면 반대쪽으로 튕기는 장면들)이 반복되는 장면들. 마치 맨 오브 스틸의 슈퍼맨 대신에 원더우먼을 넣어도 전혀 어색할 것 같지 않은 느낌입니다.

 영화 300(300, 2006)에서처럼 전사의 이미지가 이번 영화에서 나타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이렇다 할 장면은 없었습니다. 여전사의 느낌은 영화 초반부에 있었지만 원더우먼이 아닌 안티오페가 오히려 더 강렬하게 남았습니다. 매력이 넘쳐야 하는 건 원더우먼인데 말이죠.

 무기는 원더우먼의 매력을 살려줄까요? 나쁘진 않지만 그렇다고 좋지도 않습니다. 퍼스트 어벤져에선 방패를 부메랑처럼 활용하지만, 원더우먼에서는 이렇다 할 활용은 없었습니다. 활용하더라도 건물을 부수는 용도 내지 도움닫기 정도입니다. 한편 원더우먼만의 무기인 올가미는 영화 중반부 시가전 말고는 딱히 기억에 남질 않습니다. 영화 후반부까지 계속해서 사용하는 무기는 굴복의 팔찌입니다. 하지만 마지막 전투 과정이 단순히 던지고, 부수는 전개이다 보니, 튕겨내고 충격파를 생성해내는 팔찌도 단순한 무기로 보입니다. 역대 영화화된 슈퍼히어로 영화들 중 원더우먼만의 무기인 올가미를 적극 활용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원더우먼 옆에 있긴 하지만...

 그렇다면 주변 캐릭터들은 원더우먼의 매력을 돋보이게 해줄까요? 퍼스트 어벤져의 하울링 코만도스처럼 원더우먼에서도 일종의 특수부대가 구성됩니다. 하지만 이들의 존재감은 그리 크지 않습니다. 오히려 왜 있나 싶을 정도입니다. 한 명은 명사수라 해놓고 영화 내내 총을 쏜 적이 없습니다. 전쟁으로 인한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고 있다는 걸 간접적으로 표현하지만 이 영화가 그 정도로 무거운 영화가 아닌 걸 감안하면 오히려 필요 없는 설정입니다. 반면 스파이인 스티브 트레버(크리스 파인 분)는 과연 스파이인가 의심이 들 정도로 엉성합니다. 특히 영화 중반부 닥터 포이즌(엘레나 아나야 분)에게 말을 거는 장면이 그렇습니다. 처음에는 독일 억양의 영어를 구사하는가 싶더니 나중에는 영어를 구사하는데, 이런 스파이가 다 있나 싶을 정도입니다.

 러브라인도 밋밋합니다. 퍼스트 어벤져에서 페기 카터(헤일리 앳웰)와 스티브 로저스(크리스 에반스 분)는 서로 미묘한 기류를 타면서도 질투하기도 하는, 꽁냥꽁냥 한 모습을 보입니다. 반면, 스티브 트레버와 다이애나 프린스의 로맨스는 무난합니다. 서로 통통 튀는 로맨스가 아닌, 정말 무난한 로맨스입니다. 서로의 감정을 확인하고, 사랑을 나누고, 여느 영화처럼 작별인사를 하는. 그런 로맨스입니다. 로맨스 영화가 아닌 만큼 무난하게 그려낸 걸 수도 있지만, 무난하지 않게 그려낸 퍼스트 어벤져의 경우를 보더라도 이는 변명이 되진 못 할 것입니다.     


맺으며...

 MCU의 팬이든, DCEU의 팬이든. 원더우먼에 대해 알든, 알지 못하든. 마치 잭 스나이더라는 공장에서 찍어내고 감독 이름만 빌린 액션 영화 같습니다. 어떻게 하면 원더우먼이란 캐릭터를 관객들에게 기억시킬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충분해 보이지 않습니다. 때문에 DCEU의 구세주라는 평가는 오히려 기저효과로 보입니다. 그동안의 DCEU영화들 중 ‘그나마’ 나아 보이는 걸 테니까요. 네. 제 생각엔 원더우먼은 DCEU의 구세주가 아닙니다.     



★★

다이애나 프린스는 보이지만, 원더우먼은 보이지 않는다.

매거진의 이전글 그려내지도, 소화하지도 못할 거면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