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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다반사 Jan 01. 2018

(CG만...)러시아 산 그래비티

스테이션7(Salyut-7, 2017)


우주를 소재로 한 영화들

 아마겟돈(Armageddon, 1998), 딥 임팩트(Deep Impact, 1998), 그리고 그래비티(Gravity, 2013). 모두 우주를 배경으로 한 영화입니다. 아마겟돈과 딥 임팩트는 소행성 충돌의 위협으로부터 인류를 구하는 내용인 반면, 그래비티는 사고로 인해 우주를 떠돌게 된 과학자의 생존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그리고 세 영화 모두 미국 NASA가 중심이 됩니다.

 그런 점에서 스테이션7은 소련 연방을 중심으로 벌어진 우주 프로젝트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관객들에게 신선하게 다가옴은 분명합니다. 게다가 실화를 바탕으로 한 내용이라 그 신선함은 더 크게 다가옵니다.

 그 신선함을 가지고 그래비티의 뒤를 잇는 멋진 우주영화가 탄생했는가? 아쉽게도 그렇지 않습니다.     


눈이 즐거운 CG

 우선 이 영화의 장점은 CG입니다. 우주 공간에서의 여러 가지 자연현상들을 CG를 통해 보는 즐거움을 관객들에게 선사합니다. 특히 우주 정거장 내에 물이 둥둥 떠다니는 장면은 감히 이 영화 CG의 정수라 말할 수 있을 겁니다. 또한 정거장 내에서 장비들이 떠다니면서 관객들을 향해 다가올 때는 3D관람을 하고 싶을 정도입니다. 그 밖에 오로라, 우주에서 바라본 빛나는 지구의 모습, 태양이 떠오르는 모습 등 관객들로 하여금 우주 공간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습니다.     


선전영화를 보는 듯한 불편함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단점들 중 하나는 선전영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란 점입니다. 그동안 어느 나라건 소위 ‘국뽕’영화는 많이 있었습니다. 그런 영화들이 가져다주는 불편함 중 하나는 ‘우리나라의 위대함’을 관객들로 하여금 주입시키려 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것입니다. 중요한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 애국심을 갑자기 논하고, 다른 국가에서 경의를 표하기도 하며, 서로의 갈등이 해소되는 순간 갑작스레 애국심이 넘치기도 합니다.

 이 영화도 그런 요소들이 상당합니다. 지구에서 우주 프로젝트의 총책임자가 책임감 가득한 눈빛으로 고뇌에 차있을 때 주변 인물은 국가의 명예, 애국심 등을 운운합니다. 특히나 마지막에 챌린저호에서 미국 우주비행사가 주인공들을 향해 경례하는 장면은 가히 화룡점정이라 생각합니다.

 영화가 관객들에게 메시지를 주입시키기보단 서로 이야기하며 토론할 수 있는 영화가 좋은 영화라는 저의 관점에서는 이런 장면들은 불편하게 다가옵니다.     


클리셰의 향연

 앞서 언급한 ‘국뽕’영화에 대한 부분은 관객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는 부분일 것입니다. 이런 부분을 걷어내고 스테이션7을 바라본다면 어떨까요? 이 영화는 흥행에 필요한 모든 클리셰는 다 가져다 쓴 종합선물세트입니다.

 우선 이 영화의 이야기 구조는 그래비티와 비슷합니다. 우주에서의 임무를 마치고 무사히 지구로 귀환하는 것. 하지만 이 영화는 엄밀히 말하면 ‘폭죽놀이 없는’ 아마겟돈입니다. 차이점이라면 아마겟돈이 구해야 하는 대상은 지구이지만, 스테이션7이 구해야 하는 대상은 우주 정거장이란 것입니다.

 아마겟돈처럼 스테이션7도 오르락내리락 변주가 계속됩니다. 뭔가 잘 진행되다가 갑자기 무슨 일이 터지고, 그걸 해결하고, 그러면 또다시 문제가 생기고, 또다시 그걸 해결하고. 이런 것들이 영화 결말까지 계속 반복됩니다. 이거에 대한 관객의 몰입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스테이션7은 웅장한 음악을 채워 넣습니다. 한편 우주 프로젝트 총책임자는 언제나 그랬듯 상관들하고 부딪히고, 언제나 그랬듯 누군가 하나는 그곳에 남아야 한다는 식의 얘기를 합니다. 이런 클리셰는 가족을 끌어들이는 것에서 정점에 다다릅니다. 가족과의 교신을 통해 슬픈 상황을 연출하는 것은 딥 임팩트나 아마겟돈에서 다 써왔던 것들입니다. 이런 클리셰의 향연들이 계속되다 보니 결국 드는 생각은 ‘언제 끝나지?’라는 생각이었습니다.     


아무 생각없이 보면 몰입하기 좋은 영화

 이 영화는 관객들이 몰입하기 좋은 클리셰들을 모두 모아 버무린 영화입니다. 아무런 생각 없이 보게 되면 재밌게 볼 수 있는 영화입니다. 또한 음악이나 CG 등을 통해 관객들로 하여금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클리셰들에 익숙한 분들이라면 이 영화는 추천하고 싶지 않습니다.

 물론 실화와 영화가 정말 동일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런 부분들이 너무 뻔하지 않게 보이도록 하는 것은 감독의 역량이 아닐까 싶습니다. 사족을 달자면 차라리 우주의 상황을 걷어내고 지구의 상황만 집중했다면 그래비티와 또 다른 영화가 나오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듭니다.


★★

(CG만...)러시아 산 그래비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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