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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다반사 Oct 27. 2019

누가 정상이고, 비정상인가?

조커(Joker, 2019)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조커라는 빌런의 탄생 배경을 다뤘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기존 배트맨 영화에서 다뤘던 조커의 모습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됩니다. 때문에 이 영화가 조커라는 캐릭터가 탄생하는 과정에 대해 어느 정도의 설득력을 가지고 있는가에 대해 잠깐 짚어보고자 합니다.


오늘날 '조커'하면 가장 많이 회자되는 영화는 아무래도 <다크나이트(2008)>일 것입니다. <다크나이트(2008)>에서 보여준 조커의 모습은 세상 철학적인 빌런이었습니다. 주인공들을 도덕적 딜레마 상황에 밀어 넣고, 선택을 강요하며, 그 선택의 결과로 자신의 이론을 증명해 보이려는 악당이었습니다. 그는 총과 휘발유만으로 혼돈을 일으키는 자이자, 단순히 돈만 좇지 않는 '품격 있는 악당(better class of criminal)'이었죠. 때문에 이 영화에서 보여준 조커의 탄생 배경이 아쉽게 느껴집니다. 그 철학적이었던 빌런의 탄생 배경이 학대로 인한 정서 공감 장애로 인한 것이었다니...(물론 이것도 비극적이지만요.)



그렇담 이 영화가 다루고 있는 조커의 탄생 배경이 별로인가? 저는 그렇지 않습니다.


아서 플렉(호아킨 피닉스)은 어렸을 때 학대로 인해 정서 공감의 장애를 가진 인물입니다. 웃어야 할 때 웃지 못하고, 웃지 말아야 할 때, 웃는 인물이죠. 때문에 오해를 받고, 해고를 당하고, 무시를 당하는 게 일상인 인물입니다. 그럼에도 그는 코미디언이 되겠다는 꿈 하나를 가지고 삶을 살아갑니다.


한편 그의 주변에 있는 정상인은 어떤가요? 그들은 웃어야 할 때 웃고, 웃지 말아야 할 때, 웃지 않습니다. 하지만 결정적인 결함이 있습니다. 상대방에 대한 공감, 예의를 전혀 차리지 않는다는 것이죠. 아서 플렉을 담당하는 상담사는 사무적인 태도로 그를 대할 뿐이고, 동료들은 그를 이용해먹기만 하며, 그가 동경하며 아버지처럼 여기는 머레이(로버트 드 니로)는 그를 조롱의 대상으로 삼을 뿐입니다. 정상인들이 실제 장애가 있는 아서 플렉보다 못하는, 정상인이 오히려 더 비정상적인, 어쩌면 실제 장애보다 더 섬뜩한 공감 장애가 있는 셈입니다. 과연 아서 플렉이 정상인 것인지, 주변에 있는 정상인들이 정말 정상인 것인지 혼란스러울 뿐입니다.



온갖 부조리에도 불구하고 꿋꿋이 삶을 살아왔던 아서 플렉은 머레이를 죽임으로써 그렇게 조커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조커만' 미치광이라 우리가 말할 수 있을까요? 정서 공감을 비정상정으로 해버린 정상인들이 조커를 만든 셈인데, 과연 그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요?


과연 지금의 나는 정상인 것일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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