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정상이고, 비정상인가?

조커(Joker, 2019)

by 일상다반사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조커라는 빌런의 탄생 배경을 다뤘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기존 배트맨 영화에서 다뤘던 조커의 모습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됩니다. 때문에 이 영화가 조커라는 캐릭터가 탄생하는 과정에 대해 어느 정도의 설득력을 가지고 있는가에 대해 잠깐 짚어보고자 합니다.


오늘날 '조커'하면 가장 많이 회자되는 영화는 아무래도 <다크나이트(2008)>일 것입니다. <다크나이트(2008)>에서 보여준 조커의 모습은 세상 철학적인 빌런이었습니다. 주인공들을 도덕적 딜레마 상황에 밀어 넣고, 선택을 강요하며, 그 선택의 결과로 자신의 이론을 증명해 보이려는 악당이었습니다. 그는 총과 휘발유만으로 혼돈을 일으키는 자이자, 단순히 돈만 좇지 않는 '품격 있는 악당(better class of criminal)'이었죠. 때문에 이 영화에서 보여준 조커의 탄생 배경이 아쉽게 느껴집니다. 그 철학적이었던 빌런의 탄생 배경이 학대로 인한 정서 공감 장애로 인한 것이었다니...(물론 이것도 비극적이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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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담 이 영화가 다루고 있는 조커의 탄생 배경이 별로인가? 저는 그렇지 않습니다.


아서 플렉(호아킨 피닉스)은 어렸을 때 학대로 인해 정서 공감의 장애를 가진 인물입니다. 웃어야 할 때 웃지 못하고, 웃지 말아야 할 때, 웃는 인물이죠. 때문에 오해를 받고, 해고를 당하고, 무시를 당하는 게 일상인 인물입니다. 그럼에도 그는 코미디언이 되겠다는 꿈 하나를 가지고 삶을 살아갑니다.


한편 그의 주변에 있는 정상인은 어떤가요? 그들은 웃어야 할 때 웃고, 웃지 말아야 할 때, 웃지 않습니다. 하지만 결정적인 결함이 있습니다. 상대방에 대한 공감, 예의를 전혀 차리지 않는다는 것이죠. 아서 플렉을 담당하는 상담사는 사무적인 태도로 그를 대할 뿐이고, 동료들은 그를 이용해먹기만 하며, 그가 동경하며 아버지처럼 여기는 머레이(로버트 드 니로)는 그를 조롱의 대상으로 삼을 뿐입니다. 정상인들이 실제 장애가 있는 아서 플렉보다 못하는, 정상인이 오히려 더 비정상적인, 어쩌면 실제 장애보다 더 섬뜩한 공감 장애가 있는 셈입니다. 과연 아서 플렉이 정상인 것인지, 주변에 있는 정상인들이 정말 정상인 것인지 혼란스러울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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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부조리에도 불구하고 꿋꿋이 삶을 살아왔던 아서 플렉은 머레이를 죽임으로써 그렇게 조커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조커만' 미치광이라 우리가 말할 수 있을까요? 정서 공감을 비정상정으로 해버린 정상인들이 조커를 만든 셈인데, 과연 그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요?


과연 지금의 나는 정상인 것일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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