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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띵지니 Sep 09. 2022

미국 인턴 하며 생긴 일..

이 구역의 방화범은 나야! 이번 달 월세는 늦게 드려도 될까요?

나는 2015년부터 2016년까지 미국 뉴욕에 위치한 무역회사에서 인턴을 했다. 한국에서 4학년 1학기까지 마치고 마지막 학기를 남겨두고 곧바로 취업 전선에 뛰어들어 취업을 할 수도 있었겠지만 나는 좀 더 많은 경험을 쌓아보고 싶었다. 특히 해외 교환학생을 길게 다녀오고 싶었는데, 당시 넉넉지 못한 집안 형편 덕에 꿈도 못 꿨고 간신히 방학 동안만 다녀올 수 있는 캐나다 어학연수 이게 나의 해외 경험의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커리어에도 문제가 없으면서 해외를 온전히 즐길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던 중에 학교 공지사항에 '해외인턴쉽' 프로그램 공고가 올라왔다. 다녀오면 6학점도 인정해주고 비행기 값도 지원해주는 것이었다. 와 진짜 내가 원하던 것이었고 마침 또 내가 따 놓았던 영어성적이 모든 면을 충족하고 있어 지원도 가능했다. 그렇게 서류와 면접을 통과하고 나는 미국으로 떠날 수 있었다.




이 구역의 방화범은 나야!


혹시 인생을 살면서 많은 곳에 위치해 있는 빨간 버튼(Fire alarm)을 누른 경험이 있는 사람이 있는가? 나는 그 경험을 미국에서 처음 해봤다. 미국 인턴을 하면서 나는 말 그대로 고삐가 풀렸었다. 한국에서 대학생활을 같이하고 지켜본 사람들은 아마 상상도 못 할 것이다. 나는 한국에서는 클럽도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었으며 취업을 빨리해야 한다는 압박으로 학업, 외국어, 자격증, 대외활동, 알바 등을 동시에 하느라 정말 쉴 틈 없이 바쁘게 살았다. 미국에서의 목표는 단 2가지. 첫 번째 부모님의 경제적 도움 없이 무사히 인턴십을 마치는 것. 두 번째 영어실력 늘리고 더 많은 경험을 하기. 목표는 아주 간단했으므로 열심히 놀자라는 마인드였다. 그리고 정말 열심히 놀았다. 365일 중 360일을 취해있었던 거 같으니 말이다. 그리고 잊을 수 없는 최악의 경험 두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부끄럽지만 실화이며,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은 이런 경험을 아니 행동을 하지 않길 바란다.


무역회사에서 수산물 구매팀의 인턴을 했던 나는 회식을 참 좋아했다. 비싼 위스키와 양주 그리고 스테이크와 랍스터가 안주인 회식은 나에게 너무나 황홀한 저녁식사였다. 항상 회식에 진심일 수밖에 없었는데 그중 한 가지 이유는 부서의 막내였던 나의 이름으로 남은 양주를 킵하게 해 주었기 때문이었다. 한국에선 술도 거의 마시지 않고 열심히 대학 생활하던 나를 알던 사람들로서는 상상도 못 할 일이다. 이렇게 즐겁게 술을 마시다 보면 상상도 못 한 많은 일이 일어난다. 어느 평범한 날 새로 오픈한 술집에 팀원들과 함께 2차 목적지로 갔다. 1차 때 이미 나는 얼큰하게 취해있었고, 2층으로 올라가다 벽에 만져지는 스위치를 무심결에 눌렀다. 그리고 눈 깜짝할 사이에 경찰차와 소방차가 술집에 도착했다. 나는 이게 무슨 일이지? 하면서 요리조리 살피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내가 만진 스위치가 파이어 알람이었던 것이었다. 정말 충격이었다. 한국에서도 소화전이나 빨간 버튼은 다 보호막이 설치되어 있었던 것 같은데 이곳은 개업한 지 얼마 안 되어서인지 알 수 없는 이유로 파이어 알람이 보호가 되어 있지 않고 노출이 되어 있었다. 내가 좀 더 신중하게 쳐다보고 눌렀어야 했는데 취기에 아무 생각 없이 누른 것이 이런 상황을 만든 것이었다. 미국에서는 우리나라보다 몇 배로 이런 파이어 알람 장난신고 등을 엄하게 다루고 있었다. 나에게 주어진 벌금은 500불(한국 돈 70만 원 정도).. 인턴 처지였던 나로서는 너무나 큰돈이었다. 다행히 회사 매니저님이 경비로 처리를 해주셨지만 정말 지금 생각해도 아찔 한 순간인 것 같다.


이번 달 월세는 좀 늦게 드려도 될까요?


나의 미국에서 만취 경험은 정말 상상을 초월하는데 한 번은 월세를 잃어버린 일도 있었다. 구매업무 특성상 다양한 벤더들을 만나 미팅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루는 2군데 업체와 미팅을 하고 또 걸쭉하게 회식을 했다. 누구와 했는지도 사실 기억이 안 난다. 그날 나는 월세를 주기 위해 600불 현금을 가방에 넣어 둔 상태였고 계속 미팅을 다녔었다. 큰 현금을 계속 가지고 있던 터라 계속 머릿속에 월세가 가방에 있다는 것을 인지한 상태였는데 웬걸 다음 날 가방을 보니 현금이 없어진 것이다. 나는 회사 매니저와 미팅을 했던 업체들에게 다 연락을 돌려 돈이 없어졌다며 cctv 확인을 요청했고 갔던 술집들의 cctv도 다 돌려보았다. 하지만 그 어디에서도 내가 돈을 흘리는 모습은 발견되지 않았다. 회사에서도 업체들에서도 모두 엄청 걱정해주었고 나는 눈물을 머금고 주인아주머니께 이번 달 월세는 좀 늦게 드려도 될까요?라고 말하기 위해 주인아주머니 방문을 두드렸다. 방문을 두드리자 주인아주머니께서 나오셨고, 몸이 괜찮냐고 물으셨다. 아니 내가 어제 술을 가득 먹은 걸 어떻게 아셨지? 하는 마음과 동시에 일단 빨리 내 사정을 말해야겠다 싶던 찰나 아주머니께서 말을 월세 이야기를 꺼내셨다. '어제 새벽에 왜 그렇게 급하게 월세를 줬어. 오늘 줘도 되는데 ㅎㅎ. 나는 누가 문을 두드리길래 도둑인 줄 알았어~' 긴장했던 심장이 쫙 녹아내려면서 머리를 쾅 맞은 느낌이었다. 인생에서 블랙아웃이라는 걸 경험한 적이 없었는데 미국에서는 종종 블랙아웃이 되기 시작했다. 술 마시고 어떤 일이 있었는지 어떤 행동을 했는지 기억이 안 나는 것이다. 월세는 밀리지 않았지만 회사엔 끝까지 사실을 말할 수 없었다. 너무 창피했기에..... 대신 팀원들이 더 밥을 자주 사주셨던 기억이 난다. 모두 감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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