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팔고 걸어 다니기 시작했다

내가 나를 데리고 걷는 중이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by smindigoblue

얼마 전, 내가 타던 차를 팔았다.

큰 결심이었다. 누군가에겐 그냥 교통수단일 수 있지만, 나에게 그건 ‘내가 아직 괜찮은 사람’이라는 자존감의 일부였다.



차를 팔고 나서부터 세상이 달라졌다.

버스를 기다리고, 지하철에서 사람들 사이에 서 있고, 집까지 걷는 길은 이전보다 훨씬 느려졌고, 훨씬 더 많은 생각이 들었다.

내가 뭔가를 잃고 있다는 기분, 그리고 작아지고 있다는 느낌.



요즘 나는 많이 피곤하다.

시험 시즌이라 수업에도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고, 몸은 자꾸 말을 안 듣는다. 방광염 치료 중인데, 예민해진 마음과 피로가 겹치면서 자꾸 신호를 보낸다.



자존감은 통장 잔고처럼 빠르게 줄어들고,

몸은 메시지를 보내고,

그래도 나는 계속 일하고 있다.



어느 날은 그런 생각도 들었다.

“이걸 굳이 이렇게까지 버티며 해야 하나?”

근데 또, 그만둘 수는 없었다. 이 일을, 이 삶을, 이 순간을.

어떻게든 나를 지켜가야 하니까.



그래서 요즘은 걷는 시간에 스스로에게 말을 건다.

“그래도 오늘 수업 잘했잖아.”

“그래도 일어나서 해냈잖아.”

“오늘 하루도 잘 살아낸 거야.”



브런치에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나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다.

피곤하지만 살아 있는 누군가에게,

이 글이 작은 숨구멍이 되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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