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뒤에 남은 건, 점수가 아니라 관계였다
시험을 본 건 학생들이었다.
하지만 결과가 나오면, 나는 내 점수를 확인하듯 그 시험지를 들여다본다.
어떤 오답은 내가 충분히 짚어주지 못한 문장 속에 있었고,
어떤 정답은 수업 중 내가 놓치지 않았던 표정 속에 있었다.
그 점수는 아이의 것이면서, 동시에 나의 것이기도 했다.
그래서 시험이 끝나도 쉬운 마음이 아니다.
아이들의 시험은, 언제나 나를 가장 열심히 들여다보는 시험이 된다.
점수를 받는 건 그들이지만, 그 점수를 가장 조용히 오래 바라보는 사람은 나다.
나는 충분히 시간을 들여 짚어준 개념이 만든 오답
또는 수업 중 우연히 스쳐간 한 문장에서 비롯된 정답
그래서 점수를 볼 때마다 나는 묻는다.
‘이건 정말 아이의 점수일까, 아니면 내 수업의 흔적일까.’
시험이 끝나면 아이들은 다음 단원으로 넘어가지만,
나는 조금 더 그 자리에 남는다.
누군가는 시험을 결과로 기억하겠지만,
나는 시험을 관계의 기록으로 남긴다.
그래서 이 일은 늘 어렵고, 그래서 이 일을 계속 붙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