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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변신은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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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풍가도
May 13. 2025
우리 아버지는 내가 어릴 때부터 소위 경상도 남자로 대표되는 모습과 거의 흡사했다.
말수가 없으시고 웃음기도 별로 없으시고, 하지만 그렇다고 가족을 나 몰라라 하시진 않았지만 아들 딸 앞에서 그렇게 살갑지는 않으셨다.
반대로 무뚝뚝하고 고집스러운 모습이 더 맞을 것이다.
그래서 어릴 때 잘못을 하면 때리는 건 엄마인데 그래도 무서운 건 항상 아버지였다. (물론 엄마는 때리기보단 효율적인 에너지활용을 위해 깨물기를 자주 선택하셨다...)
글을 쓰다 보니 글에도 나타난다. 엄마와 아버지. 생각해 보니 나는 어릴 때도 아빠라는 단어를 써 본 적이 몇 번 없는 것 같다.
아무튼 내 기억 속 아버지의 모습은 그런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런 아버지가 나에게 약간은 인간적(?)으로 다가 온 계기도 있었으니...
내 나름의 네이밍은 ‘목욕탕 사건’이다.
때는 한겨울, 기억이 가물가물한 걸로 보아 아마 초등학교 저학년도 안되었을 때였던 것 같다.
그 어느 날이었다.
아버지와 함께 아침에 목욕탕을 가려 집을 나섰다.
예전의 겨울 날씨는 지금과 비교해 많이 추웠던 것으로 기억이 된다. 건물다운 건물도 많이 없었고, 학자풍으로 지구 온난화라고 하자. 아무튼 그런 것이 덜 했던 시기라 그랬던가?
당시 우리 동네 목욕탕은 단 한 곳. ‘남영탕’이 저기 앞에 보이기 시작했다.
겨울이라 골목 여기저기에 아주 단단하게 얼은 얼음들이 곳곳에 보였다.
아버지와 난 얼음이 있는 길을 요리조리 피해 가며 하늘을 향해 뜨거운 입김을 뿜어내고 있는 목욕탕을 향해 가고 있었다.
목욕탕 입구에 거의 도착해 가고 있었고 내 눈은 목욕탕 출입문을 향해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앞서 가시던 우리 아버지는 아버지가 아닌 사람으로 바뀌었다. 정말 예상치 못한 광경이 내 눈앞에 펼쳐졌다.
우리 아버지가 아닌 것 같은 아버지는 목욕탕 출입구 앞 두껍게 얼어있는 널찍한 얼음 위로 올라가시더니 스케이트를 타기 시작하신 것이었다. 스케이트화도 아닌 운동화를 신으신 채로... 정말로 갑자기...
흠칫 한 난 걸음을 멈추었다. 어색했다. 이상했다.
'아버지... 체통을 지키십시오...'
아버지는 얼음이 얼어있는 바닥을 벌써 한 바퀴를 도시고 두 바퀴째를 도시려고 턴을 하시는 중이었다. TV에서 보신 게 있으신지 아버지의 두 손은 뒷짐 지듯 뒤로 빼시고 상체는 살짝 앞으로 기울이신, 복장만 갖췄다면 스케이팅 선수가 따로 없었다.
어? 어? 어?
그러다 갑자기 넘어지신 우리 아버지... 스케이팅 선수였으면 좌절하고 눈물을 봉태기로 흘릴 상황이 벌어졌다. 마찰력까지 계산하고 즐기시는 줄 알았던 아버지는 속도에 못 이기신 듯 크게 휘청 하시더니 엉덩방아를 찢고 넘어지신 것이었다.
이런 난감할 때가... 뒤에 아들이 보고 있습니다 아버지...
그래도 역시 우리 아버지는 우리 아버지였다. 엉덩이를 툭툭 털고 일어나시더니 정말 너무나도 아무 일이 없었다는 듯이 날 뒤 돌아보시며
“들어가자”
“......”
우리 부자는 그렇게 목욕탕을 들어가서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목욕을 하고 나왔다.
오늘도 우리 아버지는 바쁘다.
누나네 둘째 조카 도연이가 아버지를 한시도 가만히 놔두질 않는다.
큰 조카와 좀 전에 씨름을 네 판이나 하셨는데 이제는 둘째 조카의 병원놀음에 환자가 되어 강제 진료를 받는 중이다.
난 아직 어색하다. 우리 아버지의 이런 모습이...
나와 누나에게는 한없이 근엄하고 진지한 경상도 아버지였는데, 조카들에게는 뭐든 함께 해 주는 아주 만만한 할아버지로 변한 모습이 말이다.
“아버지, 전 솔직히 아직 적응이 안돼요. 애들하고 놀아주고 있는 아버지 보면요. 우리한테는 안 그러셨잖아요”
나는 내심 서운한 기색은 감추지 못하고 한마디 했다.
아버지는 미안함과 머쓱함이 배인 옅은 미소를 띠시며 말씀하셨다.
“그때는 아버지도 어렸다.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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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에서 학생들과 치열하게 드잡이질 하고 있는 강사 겸 작가지망생입니다. 일상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행복과 기쁨, 그리고 옛날 추억들을 여러분과 함께 공유 해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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