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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이지와 게이지 May 20. 2024

서른여덟 또는 마흔, 쓰기와 뜨기.

커피숍 데이트를 즐기는 마음.

오랜만에 남편과 아이와 나 셋이서 베이커리 카페를 찾았다. 우리 동네 베이커리 카페를 조사해오라는 아이의 유치원 숙제를 해결하기 위해 찾은 카페는 아이가 어렸을 때도 종종 오던 곳이었다. 남편과 나는 연애시절에도 그리고 신혼시절에도 책 한 권 또는 노트북하나 챙겨서 페에 자주 가곤 했었는데, 아이가 태어난 순간부터 페에 가면 커피와 음식을 먹는 둥 마는 둥 허둥지둥하다가 나오기 일쑤였다. 이에게 폰으로 동영상을 틀어주고 나름의 여유를 즐기기도 했지만, 그건 죄책감이 너무 컸다. 그래서였을까 한동안 가족끼리는 카페를 찾지 않았다.


 오랜만에 들린 베이커리 카페에서 빵을 고르고 커피를 시켰다. 몇 년 전에 잘 먹었던 밤식빵과 우유식빵은 보이지 않았다. 아이가 고른 것은 소시지빵! 소풍 갈 때는 햄김밥을 주문하고, 놀이터간식으로는 천하장사 소시지를 원하는 아이다운 선택이었다. 그래도 카페에서 먹는 소시지빵은 처음이라 그런지 첫 입을 먹기 전까지는 머뭇거리더니 한 번 먹고 나서는 자기 빵이라고 엄마아빠는 손도 못 대게 한다. 그렇게 하고서도 더 먹고 싶었는지 하나 더! 를 외치는 바람에 소시지빵만 한 번 더 사서 자리에 앉았다.


빵은 입에도 못 대고, 폰만 달라고 징징거릴 때가 눈에 선한데 언제 이렇게 컸는지 그저 신기하다. 3년 전에는 빵을 입에도 대지 않았는데, 이 카페 빵만큼은 어쩐지 잘 먹길래 폰으로 동영상을 틀어주고서라도 주말에는 자주 데리고 와서 먹였던 곳이었다. 그러고 보면 참 나랑 남편도 어지간히 카페를 좋아하나 보다. 굳이 빵을 먹이러 데리고 나오다니! 이 날도 남편은 휴대용 블루투스 키보드를 챙겨 와서 연신 자판을 두들겨댔다. 폰과 연동해서 쓰는데 옛날에 노트북을 가져와서 두들겨댈 때 생각도 나면서 거 사람 참 똑같네 싶기도 했다.


 아이가 어릴 때는 남편이 노트북으로 일하면 나는 아이와 손을 잡고 잠시 밖을 산책하다 오기도 하고, 퍼즐을 챙겨가서 같이 퍼즐 맞추려고 시도하기도 하고 아무튼 어떻게든 시간을 끌려고 애썼는데, 이 날은 달랐다. 물론 집에서부터 아이가 요즘 푹 빠져있는 소마큐브를 챙겨 오기는 했지만 이렇게 얌전히(!) 앉아서(!) 미동 없이(!) 집중해서(!!) 즐겁고 신나게(!!!) 놀 줄은 미처 몰랐기에 속으로 감탄을 얼마나 했던지!!! 소마큐브를 사면서 같이 산 초급 미션 카드를 보며 맞춰보는데, 내가 카드를 제시하니까 소마큐브를 요리조리 움직이더니 아주 척척 정답을 만들어내던 모습이라니!! 이것이 7살의 능력인가!


 아이도 재밌었는지,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소마큐브 미션카드 고급과 마스터를 사야겠다며 나에게 이야기했다. 로켓배송으로 시켜놓겠다고 약속하며 다음에 또 카페에 놀러 가서 맛있는 빵 먹으며 함께 풀자고 살짝 미끼를 푼다.


 아이가 낮잠 자던 시절, 유모차에 태워 낮잠을 재우며 카페에 혼자 산책하듯 가던 그때, 자칫 타이밍이 어긋나서 카페에 도착했는데도 자지 않거나, 잠이 든 것 같아 나이스를 외치며 빵까지 주문했는데 금세 깨어나 울음을 터뜨려 허겁지겁  입에 욱여넣고 카페를 나서야 했던 바로 그 시절. 나는 속으로 '언제 키워 언제 데이트하지..'를 늘 되뇌었었다.


 그림책이나 퍼즐을 챙겨 브런치 카페에 가도 어김없이 동영상만을 찾던 그때도 같은 생각을 하며 미래를 꿈꿨는데, 어느새 이만큼 커버려 내가 꿈꾸던 그때가 와버렸다. 이제 카페 데이트를 좀 즐겨봐야겠다. 남편도 한 번씩 끼워줘 가면서, 아이가 여자친구와 데이트하게 용돈 좀 더 달라고 하기 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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