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퀀텀점프 Aug 14. 2024

기저귀 케이크 사건

그녀와 나는 다른 곳을 보고 있었다

동물병원에는 하는 일에 따라 보통 4가지 정도의 포지션이 있다. 수의사, 수의간호사, 어시스턴트, 리셉션 담당으로 나뉜다. 병원이 잘 돌아가기 위해서는 수의사의 능력도 필요하지만, 얼마나 일 잘하는 수의 간호사가 있는가도 중요하다.


수의사는 진료와 수술을 담당하지만, 그 진료의 일반적인 follow up과 수술준비, 입원 퇴원관리, 마취 유도와 모니터링은 수의사의 수퍼바이징 아래 모두 수의 간호사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능력 있는 수의 간호사가 있으면, 수의사의 생활이 편해진다.


전에 있던 병원에 수의간호사들은 20대의 활달함으로 무장한 그리고 능력도 좋은 사람들이었다. 나이가 젊다 보니 이제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가지는 경우가 많았다.


임신을 하면, 출산 전까지 일을 하다가, 1년 정도 육아휴직을 내고 아이를 돌보다가 복직을 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수의 간호사 중 한 명이 임신을 했다. 그녀가 육아휴직을 들어가기 2달 전쯤에 병원에서 베이비 샤워를 열었다.


베이비 샤워는 예비엄마의 출산을 축하해 주는 이벤트로 보통 가족이나 친구, 직장에서 많이 열어준다. 여기저기에서 여러 번 하는 경우도 있다. 장소를 아기 테마로 꾸미고, 음식을 준비하고, 출산 선물도 준비한다. 간단하고 재밌는 아기 관련 게임이나 만들기로 이벤트에 재미를 더하기도 한다.


베이비 샤워를 서프라이즈로 하기 위해서 본인 모르게 쉬쉬하며 준비하던 중이었다. 다른 베이비샤워에서 봤던, 기저귀로 만든 케이크가 인상 깊어 나도 한번 만들어서 선물로 주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리고 그걸 다른 수의간호사에게 말하던 중 생긴 일이다.


나: "00 베이비 샤워 준비할 때 내가 기저귀 케이크 (diaper cake) 만들어 올게."


그녀: "그래, 그것도 좋은 생각이네. 그런데 00이 임신성 당뇨 진단받았어."


나: "그래, 알아. 음식관리 잘해야 되는데."


그녀: "그러니까 말이지.."


나: " 그러니까 기저귀 케이크가 딱이지!"


그녀: " 니 마음은 알겠는데 기저귀 케.이.크.이잖아."


나: "엥? 기저귀 케이크랑 당뇨랑 무슨 상관이야?"


그녀: "케이크이니까. 달잖아."


나: ".............."


내가 만든 첫번째 기저귀 케익. 이건 먹을 수 없는거라구!!

알고 보니 그녀는 기저귀로 만든 기저귀 케이크를 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그러니 내가 기저귀 케이크이라 했을 때 기저귀 모양으로 만든 진짜 먹는 케이크를 생각했던 것이다.


다들 기저귀로 만든 케이크를 알고 있을 거라는 나의 착각과 케이크는 당연히 먹는 케이라고 생각한 그녀의 생각의 다름이 빚어낸 결과였다.


작고도 웃긴 이 에피소드는 내가 기저귀 케이크를 가지고 올 때까지 서로를 키들거리게 했었다.


그 뒤에 그녀가 임신을 하게 되어 또 베이비 샤워를 하게 되었을 때 나는 또 기저귀 케이크를 만들었다. 그녀가 그것을 먹지 않기를 바라며..


거저귀 케익을 몰랐던 그녀를 위한 케익



이전 04화 30분짜리 발표를 위해 지구 반대편으로 날아가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