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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퀀텀점프 Mar 11. 2024

수의사의 가장 행복한 시간

아가들의 저항할 수 없는 귀여움을 접할 때

아구구 이쁜 것! 꿀잠 주무시는 중

수의사로 일하면서 가장 행복한 순간은 귀여운 아가들을 원 없이 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생애 첫 접종을 위해 방문하는 강아지와 아기 고양이들을 보면 절로 엄마 미소가 지어진다.


Breeder들이 강아지나 고양이를 입양 보내기 전에 1차 접종을 위해 병원에 데려올 때면 수의 간호사들은 서로 내 보조를 하겠다고 자원한다. 온 동네 방방거리면서 난리를 떠는 강아지를 좀 보정해 달라고 하면 신기하게도 다들 바쁘면서. 특히 자신이 좋아하는 종의 강아지들이 오면 나보다 먼저 진료실로 쏙 들어가기도 한다.


세상에 새로 나온 순수한 생명은 사람이든 동물이든 너무 사랑스럽다. 운 좋게도 순종 어미의 몸에서 태어나 Breeder의 보살핌을 받으면서 우쭈쭈 자라나서 좋은 집으로 입양 가는 운 좋은 녀석들도 있지만, 반대로 원하지 않은 새끼인 경우에 길에 버려지는 경우도 있다.


동물병원이 시내가 아닌 도시 외곽에 있다 보니, 가끔씩 길에서 구조한 새끼 고양이들을 병원에 데리고 오는 착한 사마리아들이 있다. 자신이 키울 여력은 안되지만, 추운 날 떨고 있는 새끼 고양이들을 발견한 경우이다. 혹은 집 근처 길고양이가 차사고로 죽었는데, 그 뒤로 새끼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려서 집 근처를 쥐 잡듯이 뒤져서 어미 잃은 새끼고양이를 데리고 오는 경우도 있다.


강아지가 버려지는 경우는 거의 없는데, 버림받은 새끼 고양이들은 많다. 이렇게 동물병원에 들어오는 어린 생명들은 병원에서 거두어서 키우다가 생후 2달쯤 이쁜 나이가 되면 입양을 보내거나, 구조단체에 넘긴다.


우리 동물병원 원장은 두 명이다. 둘 중 여자원장은 구조된 강아지나 고양이를 돌보는 데에 열정적이다. 말이 이쁜 강아지랑 새끼 고양이지, 눈도 못 뜨고 버림받은 이 아이들은 매번 2-3시간마다 쉼 없이 조제분유를 먹여 주어야 한다. 그 말은 밤에도 자다가 2-3시간마다 일어나서 분유를 타고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 마리인 경우는 거의 없고 적게는 2마리에서 많이는 7-8마리를 한꺼번에 먹이는 것이다. 먹고 나면 쉬똥을 처리해주어야 한다.


이러니 잠을 잘못자는 날이 연속이 되고, 낮에도 병든 닭 신세를 면치 못한다. 동물을 사랑하기 때문에 계속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 원장을 존경한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아프기 전에는 나는 주로 새끼 고양이를 돌봐주었다. 우리 병원에 구조된 새끼 고양이 전담요원이 두 명 있었는데, 그중 한 명이 나였다. 분유를 줄 때가 되면 서로 달라고 발톱을 세우면서 내 몸에 달라붙어 기어오른 새끼 고양이들이 어떤 때는 밉다가도, 배부르고 등 따뜻하다고 대자로 뻗어서 세상모르고 잘 때는 너무 사랑스러웠다.


눈도 못 뜨고 나에게 와서 나와 함께 병원으로 출퇴근을 하던 녀석들은 2달이 되어 제법 고양이 태가 날 때 다들 좋은 집으로 입양을 갔었다.


개인적인 건강상태 때문에 더 이상은 귀여운 녀석들을 돌봐주지 못하게 되었지만, 진료시간에 접종을 위해 방문하는 어린 녀석들의 재롱은 항상 나를 기쁘게 한다. 수의사가 되길 참 잘한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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