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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퀀텀점프 Mar 10. 2024

나는 캐나다 수의사입니다

캐나다/미국에서 수의사가 되는 과정

나는 현재 캐나다에서 소동물 임상 수의사로 살아가고 있다. 한국에서 수의과 대학을 나오고 공무원으로 근무하면서 10년간 실험실에서 생활했다. 공무원 생활을 10년이나 하고, 한국에서 임상 경험하나 없이 캐나다로 건너와서 지금은 동물병원에서 소동물 수의사로 일하고 있다.

우리집 냥냥이들과 멍뭉이 감자, 뒷뜰에서 노시다가 들어오기 직전


한국에서 수의학과를 나왔고 수의사 자격증을 땄기 때문에 북미(캐나다, 미국)에서 수의사로 일하기 위한 자격조건은 된다. 하지만 일련의 평가 과정을 통과해야만 했다. 미국으로 이주하는 의사, 약사, 간호사와 마찬가지로 캐나다도 평가 시스템이 까다롭다. 미국보다 더 까다로웠으면 까다로웠지 더 쉽지 않다.


미국과 캐나다에서 이 수의사 평가 시스템이 거의 같다. 수의사 인증 시스템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맞겠다.


북미에서 수의사가 되기 위해서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한 가지는 일련의 시험을 통과하는 것이고, 다른 것은 수의과대학에 지원하여 마지막 4학년 로테이션을 통과하는 것이다. 외국 수의사들이 시험을 통해 면허를 따는 과정을 담당 기관이 있는데, 캐나다의 경우 NEB(National Examining Board)이고, 미국은 ECFVG(Educational Comisson for Foreign Veterinary Graduates)이다. 수의과대학에 지원하여 로테이션을 하는 과정은 PAVE(Program for the Assessment of Veterinary Education Equivalence) 과정이고, 과정이 있는 대학에 자신이 직접 지원을 해야 한다.


나는 일련의 시험을 쳐서 라이선스를 획득하는 전자의 방법을 통해 면허를 받았다. 시험을 쳐서 면허를 따든, 학교에 들어가서 4학년 과정을 마치든, 두 과정 다 시간적으로 기간이 길고, 비용도 많이 드는 과정이다.


북미의 수의사 진입장벽은 높고도 높다. 엄청나게 많은 반려동물의 숫자가 증명하듯이 반려동물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 수준도 높고, 그에 따라 돌봐주는 수의사에 대한 사회적 인지도도 높다. 수의사들도 자신의 직업에 대한 긍지와 자신감, 만족도도 높다. 그러니 수의학과는 인기가 높고, 경쟁자가 많으니, 수의과대학에 들어가는 경쟁도 치열하다.


캐나다는 특히 수의과 대학이 5곳 밖에 없기 때문에 경쟁이 아주 치열하고 일반대학과정에서 우수한 성적을 받아야 합격률을 높일 수 있다. 단지 성적뿐만이 아니라, 포트폴리오가 잘 짜여 있어야 하고, 인터뷰에서도 좋은 점수를 받아야 한다. 전문직이고 자긍심이 높다 보니 다른 나라에서 오는 수의사들에 대해 배타적인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내가 선택한 과정은 우선 영어시험 통과, BCSE (Basic Clinical Science Exam), NAVLE (북미수의사자격시험), 그리고 CPE (Clinical Proficiency Exam, 임상실기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캐나다에서는 CPE 전에 쳐야 하는 PSA (Pre-Surgical Assessment)라고 하는 수술 시험을 칠 능력이 되는지 테스트하는  mini test가 하나 더 있다.


일단 보드에 등록하면 시작부터 시험을 완료할 때까지 캐나다와 미국수의사 협회와 7의 제한된 기간을 준다. 만약 이 기간 안에 다 통과를 하지 못하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내가 등록을 했던 저 멀고도 먼 옛날에는 없었던 기준인데 몇 년 전에 생겼다. 시험을 치는 비용도 만만치가 않다. 영어시험이 제일 싸게 먹히고, 매 시험당 최소 천불 이상이 들며, CPE 임상 시험의 경우 거의 천만 원에 육박한다. 또한 시험이 내가 사는 곳에서 칠 수 있으면 좋으련만 비행기를 타고 여기저기로 이동해야 하니 항공료와 숙박비는 덤이다.


영어시험은 IELTS나 토플 시험 성적을 내면 되는데, 스피킹 점수가 다른 영역 점수보다 높아서 통과하는데 애를 먹기도 한다. 나의 경우가 그러했다. 토종 한국인 영어라서 참 힘들었다. 언어 습득 능력이 딱히 좋지 않으니 정말 시험을 많이 쳤다. 나중에 점수를 받아놓고도 영주권을 위해 라이팅 점수를 만들겠다고 또 미친 듯이 시험을 친 것은 비밀도 아니다.


BCSE와 NAVLE는 컴퓨터로 하는 필기시험이라 인증된 테스트 센터가 있는 지역이라면 전 세계 어디서든 칠 수 있다. BCSE는 2-3 달마다 계속 지원할 수 있지만, NAVLE는 북미수의사 자격증 시험이기 때문에 미국, 캐나다 대학생들과 같은 기간에 치게 된다. 그래서 시험이 1년에 2번밖에 없다. 주어진 360개의 객관식 문제를 총 7시간 30분 안에 풀어서 통과하는 양식이다. 그냥 보면 시간적으로 촉박하지 않을 것 같은데 지문이 길어서 시간배분을 잘 못하면 문제를 다 못 풀 수도 있다. 중간에 쉬는 시간을 총 45분 주고, 원할 때 브레이크 타임을 쓸 수 있지만, 하루종일 앉아서 시험을 쳐야 하니 그게 진짜 힘들었다. 시험을 치고 나오니 진이 빠져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마지막 관문인  CPE가 이 시험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다. 시험은 미국과 캐나다의 지정된 장소에서 3-4일에 걸쳐 치러지는데, 시험 부담감과 스트레스가 끝내준다. 7과목(소동물 임상, 대동물 임상, 부검, 방사선, 마취, 수술)등 전반에 대해 직접 케이스를 보고 진료, 진단, 처방까지 내려야 한다. 특정 실험방법이나 처치방법을 직접 시범을 보이고, 개 중성화 수술을 주어진 시간에 완료하고, 수술 마취 모니터링 시험에서는 마취 시 생기는 여러 상황에 적절히 대처해야 한다.


새벽부터 저녁까지 3-4일 동안 시험을 치는데 압박감상당하다. 대부분 응시자들이 잠도 잘 못 자고, 긴장 때문에 밥도 잘 못 먹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리고 실습시험인 만큼 시험비용이 비싸고, 7과목에서 4과목 이상을 붙으면 떨어진 과목만 다시 시험을 응시할 수 있지만,  4과목 이상 떨어지면 전체를 다시 응시해야 한다. 긴장감이 큰 시험이다 보니 서로가 극도로 예민한 상태로 대하게 되고 그러니 더 긴장된다. 특히 수술과 마취 시험은 시험을 치는 도중에라도 fail이 나오면 바로 수술방에서 제거되는 시스템이다. 벽에는 시간을 카운트 다운하는 시계가 끊임없이 남은 시간을 보여주고, 같이 시험치 던 동료들이 하나씩 사라지면, 멘털 붕괴가 안 일어나려야 안 일어날 수 없다.


이 모든 험난한 과정을 마치면, 자신이 실제로 일할 주의 수의사 법률(?) 시험을 치고 정식 수의사 자격증을 가지게 된다.


정말 시험, 시험, 또 시험의 연속이다. 나는 작년 봄에 이 모든 과정을 마치고 정식 수의사가 되었다. 더 이상 내가 원하지 않은 한 시험이 없다는 것이 너무나 기뻤다!!! 내 오랜 꿈이었던 북미 수의사가 된 것이다!!!


이 과정을 해가는 동안 많은 주에서 NAVLE 즉, 북미 수의사면허시험을 통과하면 restricted lisence를 신청할 수 있게 해 준다. 그러면 슈퍼바이저 수의사 아래에서 수의사로 일할 수가 있다. 나도 이렇게 해서 모든 과정을 마치기 전에 수의사로서 소동물 병원에서 임상을 3년 전에 시작했다. 그래서 마지막 실습시험을 칠 때 많은 도움이 되었다. 물론 일하면서 받은 월급으로 경제적으로 많은 도움이 되었고, 일하는 병원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해주어서 시험 치는 동안 많은 경제적인 지원도 받았다.


내가 미국에서 수의사로 살고 싶다고 생각한 것은 20년 전이었다. 인생의 여러 가지 굴곡을 겪으며 나의 꿈은 내 생활 속에서 사라지기도  했었다. 하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지금 내가 20년 전에 꿈꾸던 삶을 살고 있다. 이 길고 긴 과정을 통해 나에 대한 믿음이 생겼고, 앞으로 내 삶을 살아가는 데 계속 성장을 추구하는 동력을 얻었다.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르다. 하지만 내가 꿈꾸던 삶이 있다면, 그 끈을 어떻게든 놓치치 않는다면, 시간은 걸릴 수 있지만 결국은 이룰 수 있다. 나의 이 경험이 누군가에 다시 자신의 꿈을 향해 한 발 디딛는 힘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  어디에도 늦은 때란 없다. 단지 내가 시작하지 않음으로써 그 늦은 시간에 더 늦음을 더할 뿐이다. 정말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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