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를 살짝 벗어난 나는 사회적 유행에 민감한 사람이 아니다. 라떼 시절 싸이월드가 유행할 때 나도 사진 올리고 일상을 공유했지만 열정적이진 않았다. 소소히 지인들과 아부를 공유하는 정도였다. 아! 나의 풋풋했던 고등학교 첫사랑과 재회도 했다. 여하튼 소셜미디어의 장점은 알고 있으나 열심히 기능을 익히고 사용하는 능동적인 부분이 약했다. 나의 게으름이 한몫했다. 딱히 익히지 않아도 내 일상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더 그랬다.
페이스북도 캐나다에 왔을 때 친구들이 하도 하라고 해서 시작했다. 이것도 내가 나의 일상을 올리는 것보다 지인들의 일상을 보며 안부 확인차 사용했다. 생일을 축하해 주고, 결혼을 축하해 주고, 아프면 안부를 묻고, 부고에 조의를 표하는 정도였다. 한데 이 페이스북이 내가 수의사 면허 시험을 준비하는데 큰 역할을 해주었다.
페이스북에는 그룹 활동이 활발하다. 네이버 카페처럼 관심사에 따라 그룹을 만들고 가입하면 서로 사진과 글을 공유하면서 활동을 한다. 나는 북미 수의사 시험을 준비하는 그룹에 가입해서 시험 팁도 받고, 스터디 버디도 만나서 줌으로 공부를 같이 했다. 텃밭 가꾸기 모임, 우리 동네 커뮤니티 그룹에도 가입해서 유용한 팁을 얻고, 물건 나눔도 주고받았다.
나는 페이스북에 만족하며 살고 있었다. 아직도 페이스북에 피드가 어떻게 뜨는지, 내가 봤던 피드를 다시 어떻게 찾는지 기능을 모른다. 적고 보니 심각하다.
인스타가 대세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아이들이 페이스북은 할머니들이나 하는 것이라며 나를 놀렸다. 직장에서도 친구들과 지인들도 다들 인스타에서 소통하며 얘기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나는 꿋꿋하게 버텼다. 직장 보스가 인스타 계정 해킹이 의심되는 무시무시한(?) 스토리를 들려주었을 때 안 하길 잘했다며 스스로 위안했다.
소모임에서 인스타를 하라며 방장님이 자꾸 권했다. 내가 영어로 사람들을 돕고 싶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오자 인스타가 생각났다. 어쨌든 나를 알리려면 대세에 올라타야 한다. '퍽'하고 인스타를 설치했다. 설치 후 사진 하나를 올렸다. 그런데 뭘 어찌해야 할지 몰라서 방치했다. 지금은 조금씩 기능을 익혀가기 시작했다.
인스타에 관심이 생겼다. 인스타그램은 instant camera와 telegram의 합성어이다. 즉석 해서 찍은 사진을 공유하는 앱인 것이다. 직관적이고 사용하기 쉬운 편의성으로 2010년에 론칭 후에 급속도로 성장했다. 2012년에 페이스북이 현금 10억 달러와 주식으로 인수했다.
사용하기 쉽다는데 나는 어렵게 느껴졌다. 새로운 기기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리는 습성 때문인가 보다. 인스턴트팟도 안 샀던 이유가 조리기구 앞에 떡하니 붙어있던 복잡해 보이는 패널 때문에 지레 겁을 먹었었으니 말 다했다. 웃긴 건 지난 블랙프라이데이 세일에 사서는 매일매일 너무나 잘 쓰고 있다는 거다. 내가 도대체 이 쉬운 조작패널을 왜 그렇게 두려워했나 하면서.
그러나 지금의 나는 내 인스타그램 계정 링크를 찾는 것도 못해서 헤맨다. 검색을 통해 방법을 알아냈다.
화면 맨 밑에 보이는 아이콘 중에 오른쪽 동그랗게 내 얼굴이 보이는 것을 꾹 누르면 내 프로필이 보이고 그 프로필 상단에 내 아이디를 hppts://www.instagram.com/ 뒤에다 붙이면 되는 것이었다. hppts://www.instagram.com/quantumjump2025
이렇게 완성이 되는 것이었다. 내가 올린 피드를 상단에 고정하는 법도 배웠다. 그냥 누르면 나오는 것을 자세히 보기만 해도 기능들을 쉽게 익힐 수 있다. 마치 내가 매일 잘 사용하는 인스턴트팟처럼.
내가 인스타가 어려웠던 이유는 인스타에 있었던 것이 아니다. 새로운 것을 시도도 해보지 않고 지레 겁을 먹은 내 자신의 자의식에 있다. 자청님이 늘 강조하던 자의식해체를 나는 인스타를 통해 시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