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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퀀텀점프 Feb 08. 2024

크로스핏을 시작하다

오! 나도 이제 운동 좀 하는 건가?

2주 전에 크로스핏 체육관에 무료 체험 클래스를 했었다. 그리고 오늘 드디어 크로스핏을 시작하였다. 지난 주말에 스노보드를 타러 갔다가 엉덩방아를 심하게 찧었다. 역엣지가 걸린 곳이 하필이면 빙판이라 아직도 엉덩이 근육이 아픈 상태에도 불구하고 더 이상 미룰 수가 없어서였다. 2주 전에 체험수업 후 바로 시작하려 했는데, 한 주는 몸이 아팠고, 그다음 주는 차를 고치러 서비스 센터에 들어가야 해서 시간이 없었다.


홈트를 한지도 어느새 3년이 넘었다. 슬슬 혼자서 집에서 유튜브보고하는 것도 좀 지겹기도 하고 동기부여가 잘 안 되어서 루틴을 놓치기도 다.


"Atomic habits", 아주 작은 습관의  읽으면서 루틴에 시간과 장소를 정했었다. 쉬는 날 오전 10시에 지하에 내려가서 유튜브를 켜서 운동을 30분 한다. 이렇게 정했었다. 그랬더니 좀 나아지기는 했다. 그래도 여전히 딱히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홈트를 한 지 2년째쯤 되었을 때, 근력운동을 좀 더 효과적으로 하고 싶어서 짐에 등록하고 싶었다. 마침 코비드 시국도 점점 나아지고 있었다. 남편한테 얘기하니 팔 굽혀 펴기 30개를 할 수 있으면 등록할 수 있게 해 주겠다고 했다. 성질이 났다. 왜 나면 내가 팔 굽혀 펴기를 10개도 못한다는 사실을 남편도 나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정식으로 몸을 끝까지 내리는 것만 인정한다나 뭐래나. 그래서 일단은 홈트를 계속해보기로 했다.


그러다가 이번 생일에 나 크로스핏 등록하고 싶네라고 선언했다. 아직도 팔 굽혀 펴기는 30개를 못하고 있다. 내 홈트의 대부분이 스쾃나 런지, 또는 코어 운동에 집중되어 있어서 상체운동이 약하다. 그러니 코어는 받쳐주는데 팔힘이 달려서(?) 푸시업을 잘하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게 나의 분석이다. 철봉에 매달리고 이리저리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크로스핏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요즘 내가 즐겨하는 홈트 유튜버인 "growingannanas"도 한몫했다. 잘 나가는 인플루언서인 안나는 오스트리아에 사는 크로스핏 코치이다. 지난달인가는 한국도 방문해서 편의점 음식 먹방을 보여주기도 했다. 부모의 조언대로 대학을 졸업하고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살았던 안나는 자신이 진짜 좋아하는 일을 크로스핏 코치로서 찾았고, 지금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며 전 세계 사람들에게 운동 동기부여를 하고 있다.


여하튼 크로스핏 등록을 선물로 받고, 오늘 첫 퍼스널 트레이닝을 받았다. 혼자서 홈트를 할 때와는 달리 1시간이 정말 눈 깜짝할 새에 지나갔다. 코치님 Jonathan의 지도아래 자세 교정을 받고, 10분 워크아웃을 하고 나니 나는 땀범벅이고, 시간은 1시간이 지났다.


운동을 할 때 필요한 정보인 나의 운동정도, 부상정도, 나이 등등을 운동하는 중간에 슬쩍슬쩍 물어가며 코치님은 잘도 운동 지도를 했다. 내가 스마트 와치를 보면서 심박수를 체크하던 걸 보더니 내 상태를 보며 "너 지금 심박수 150 정도 되지 않아?"라는 신기 있는 말까지 한다. 어찌 알았냐고 물어보니, 7년 차 코치 지도 경력으로 그 사람의 호흡수와 운동 수행 정도를 보면 대강 심박수가 나온다고 한다. 생활의 달인은 어디에나 있다.

나의 코치님 Jonathan, Crossfit Actus 오너이시다

운동을 다 하고 나니, 첫 클래스를 너무 잘했다며 폭풍 칭찬을 해준다. 사실 집에서 홈트레이닝을 한 사람들이 와서 수업을 시작하면 보통 운동 능력이 딱히 좋지 않아서 집에서 운동했다 해도 별로 쳐주지 않는다고 했다. 그런데 나는 집에서 혼자서도 잘했다며, 관절도 잘 쓰고 운동능력도 좋다고 한다.

칭찬을 받으니 광대가 절로 승천한다.


하지만 3년 반 전으로 올라가면 나는 숨쉬기도 운동이라고 주장하던 운동을 1도 안 하던 그저 그런 한 사람이었다. 그때 심각한 건강상태에 직면하고 수술을 하고 난 3일 뒤에 나는 집을 나서서 1분을 걷고 돌아왔다. 수술부위가 너무 아파서 그 1분 마저도 이를 악물고 걸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다음 날은 3분을 걸었고, 이틀 뒤에는 5분을 걸었다. 그러다가 1km를 걷고 2km 걷게 되었다. 걷다가 30초씩 뛰기도 했다. 친구 2명과 운동 소모임 카톡창을 열고 운동한 것을 인증하기 시작했다. 유튜브를 보고 홈트를 시작했다. 마일리 사이러스의 멋진 다리를 만들어준다는 하체 운동을 따라 했다가 1주일간 어기적거리며 걸어야 했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끈을 놓지 않고 꾸준히 해나갔다. 안되던 동작이 될 때, 지난주까지만 해도 힘들어서 헉헉대던 운동이 쉬워져서 새로운 챌린지를 시작할 때 뿌듯했고 엄청난 만족감을 느끼게 되었다. 식단 조절만으로는 빼빼했던 몸이 조금씩 근육이 붇고, 몸에 활기가 생기기 시작했다. 체력이 좋아졌고, 기분도 덩달아 좋아졌다. 무언가를 성공했다는 성취감은 자신감으로 이어졌다. 그렇게 나는 이제 크로스핏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누구나 처음은 있다. 그 처음을 계속 이어나갈 것인지, 아니면 쉽게 그만둘 것인지는 결국 자신에게 달렸다. 작게 시작해서 크게 키워라. 나는 1분 걷기에서 시작해서 3년이 지난 후에 여기까지 왔다. 누군가는 나보다 좀 더 빨리, 누군가는 나보다 좀 더 늦을 수도 있다. 그러나 중요한 건 어제보다 1% 나은 내가 되는 것이다. 남을 쳐다보는 그 시선을 나에게 돌려야 한다. 남이 내 인생을 대신 살아주진 않는다.


오늘부터 운동화 신고 바깥에 나가 5분만 걸어보자. 어제보다 1% 더 멋진 나를 만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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