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시기가 되면 나는 너무나 아름다웠던 학교, 한 곳이 떠오른다. 내가 근무했었던 김포의 작은 학교이다. 교문으로 들어설 때는 교문 옆 담장을 수놓은 아름다운 꽃들이 살랑살랑 인사하는 듯하다. 마치 “이 길을 지나는 아이들아. 꽃길을 걸어라.” 하는 듯하다. 봄이면 봄, 여름이면 여름, 가을이면 가을 사시사철이 너무 이쁜 곳이다. 지금쯤은 하얀색, 자주색의 고운 자태로 뽐내고 있을 목련이 활짝 피어있을 것이다. 담장에 붙어있는 초록 잎들 사이에 연녹색의 새 잎사귀가 싱그럽게 붙어있고, 사이사이 꽃봉오리는 서로서로 시샘하듯 꽃 피울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다. 아담한 학교는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져 있다.
그 속에서 나도 어우러져 아이들과 함께 했던 때가 있었다. 운동회가 있었던 날의 그림은 더 아름다웠다. 선생님들은 학부모와 아이들과 함께 어우러져 운동장에서 농악놀이 한마당을 펼쳤다. 그 모습은 그림처럼 그려진다. 앞에서 운영위원이었던 학부모 한 분이 태평소를 불고, 선생님은 꽹과리를 치며 앞장서면서, 전교생이 참여하는 농악놀이였다. 아이들은 점심시간에 동네 어르신들은 학교에서 잔치가 벌어져 잔칫날 동네잔치에서 맛난 것 드시는 듯이 학교 급식실을 차지하고 식사를 하기도 한다. 학부모들이 주인인 양 급식실에서 음식을 나누며 동네 어르신들을 대접하느라 분주하기 짝이 없다. 아이들도 급식실에서 함께하기도 하고 구석구석 교정 곳곳에서 한자리를 차지하기도 하면서 동네잔치였다. 학부모와 동네 어르신들과 함께 식사하는 날이 되었다.
나는 그 감동스러운 교정에서 선생님들과 어우러져 지내는 것이 너무 행복했다. 내가 처음 관리자가 되어 교감이랍시고 발령받아 온 그해는 교사발령은 없고 교장선생님도 신규인지라 갓 발령받아 온 신규 교장, 교감이 작은 학교 경험 많은 교사들 덕분에 감동의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듯해서 미안하기 짝이 없기도 했다. 나보다 나이 많으신 선생님도 있어서 나는 교감이지만 오라버니라고 하기도 하며 격의 없이 지냈다. 운동회 내내 나는 나이 많은 교사들이 헌신적으로 서로 돕기 위해 뛰는 모습이 너무 안쓰러울 정도로 느껴졌다.
운동회가 끝나고 정리체조를 한 후, 교감이 청군백군의 점수발표를 하러 단상에 올라가서 발표를 하게 되어 있다. 나는 그 감동에 취해서 선생님들과 학부모, 아이들이 어우러지는 모습이 영화 속의 한 장면인 것처럼 느껴져서 감동스러웠다고 말하고 점수를 발표했다. 선생님들의 헌신이 너무 감동스러웠기 때문이다.
시골의 작은 학교는 작은 학교 살리기를 위한 의미도 있고 어려운 환경 속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이 많아서 여러 곳에서 지원해 주는 프로그램들이 많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단연 영화제작 프로그램이다. 영화제작사의 사회공헌 프로그램인 샘이다. 3학년부터 6학년까지 전교생을 소그룹으로 만들어 아이들이 직접 영화 시나리오도 쓰게 하고 직접 작품을 만들어서 영화상영까지 해 보는 프로그램이었다. 아이들은 PD가 되어 보는 사람, 작가가 되어 보는 사람, 연기자가 되어보는 사람, 음향효과나 음악을 넣어보는 사람 등 영화제작에 필요한 모든 구성원을 아이들이 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었다. 촬영장소등도 아이들이 모두 선정하도록 해 주었다. 마지막 날은 학부모를 초청해서 영화시사회를 열었다.
실제 영화시사회에서 하는 듯이 영화상영도 하고 작품을 만든 사람, 주인공들을 소개하기도 했다. 나를 비롯해서 참가했던 모든 사람들이 감동을 받았다. 우리 아이들이 정말 멋져 보였다. 실제 영화배우처럼 보이기도 하고 유명영화감독처럼 보였다. 어떻게 그렇게 훌륭한 작품을 단시간에 만들어 낼 수 있는지 신기했다.
그날 이후 10여 년이 지났다. 그날의 그 친구들은 언젠가 영화계나 방송관계자로 활동하게 되지 않을까 기대해 보게 된다. 얘들아, 나 잊지 마, 옹정초등학교 졸업생 친구들~~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