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경란 Jul 14. 2023

죽음을 공부하는 사람들

    정년퇴직을 하면서 김포에서 함께 근무했던 사람들과의 교류를 끊고 싶지 않았다. 때마침 함께 공부하는 모임을 하자는 연락이 왔다. 너무 반가웠다. 나는 공부의 내용은 중요하지 않았다. 단순히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연락하며 지낼 수 있다는 것으로 만족이다. 정년퇴직하면 하게 되는 코스로 해외여행도 많았지만 갑자기 다가 온 코로나로 해외여행은 꿈도 꿀 수 없게 되었고, 더욱 움츠리게 하고 있는 때였으니, 꼼짝없이 집안에서만 틀어 박혀 있어야 할 판이었다. 

  그런데, 함께 공부하는 내용이 ‘웰다잉’이라고 한다. 아니, 정년퇴직 하자 말자 이제 자유롭게 해외여행도 하면서 신나게 지내야 하는 때인데 해외여행도 못 가고 ‘웰다잉’ 이라니, 솔직히 말해서 주제가 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러나. 내가 좋아하는 분들과 함께 하는 그 시간이 소중하니, 아무 목적 없이 만나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라는 마음으로 기본과정 연수의 길로 들어섰다. 줌으로 하니 오고 가는 시간도 절약될 수 있어 더 마음에 들었다. 기본과정을 마치고 심화과정 연수, 디지털리터러시 지도사, 자서전지도사 과정에 이어 역량강화연수과정까지 하게 되면서 내 마음에 변화가 생김을 알게 되었다.

  죽고 싶어 죽음을 공부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내 삶에, 누구나의 삶에 꼭 한 번 찾아오는 죽음. 그 죽음을 피하고 싶었던 진시황도 못 피했으며, 이 세상 누구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알지만 알려고 하지 않는 죽음이다. 그러다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이 죽음을 맞게 되었을 때, 본인이 맞다고 뜨렸을 때 힘들어하던 많은 사람들을 보았다. 그 힘듦을 잘 헤쳐 나가는 것도 배워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기도 했다.

  회원들의 커뮤니티 활동을 하면서, 의사로부터 시한부 삶에 대한 통보를 받고도 그 남은 시간이 얼마나 귀중 한 지에 대해 본인의 이야기를 당당하게 말하는 모습을 보며 서로 위안을 주고받기도 했고, 언제나 가까이 올 수 있는 죽음을 가까이하게 되었을 때 내 모습을 그리게 되기도 한다. 

  나도 ‘의연하게 맞이하고 미리 준비하리라.’ 다짐하게 되었고, 그 마음을 전파하는 죽음을 공부하는 사람들의 대열에 서기로 한다.


 이제 나의 웰다잉 그려본다.    

 아이들이 모두 모였다. 나의 병명은 고통이 심한 암이다. 더 이상 참기가 어렵다. 미리 작성해 둔 사전연명의료의향서가 효력을 발휘하는 날이다. 두 아들과 며느리가 왔다. 손녀들도 가까이 와 있다. 멀리 유학가 있는 막내 손자와 손녀만 만나지 못했다. 그 애들은 영상으로 인사를 미리 나누었다. 여한이 없다. 나의 마지막을 예약해 둔 시간,  나는 미소로 인사를 나눈다.      

매거진의 이전글 이상한 전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