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퇴직을 하면서 김포에서 함께 근무했던 사람들과의 교류를 끊고 싶지 않았다. 때마침 함께 공부하는 모임을 하자는 연락이 왔다. 너무 반가웠다. 나는 공부의 내용은 중요하지 않았다. 단순히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연락하며 지낼 수 있다는 것으로 만족이다. 정년퇴직하면 하게 되는 코스로 해외여행도 많았지만 갑자기 다가 온 코로나로 해외여행은 꿈도 꿀 수 없게 되었고, 더욱 움츠리게 하고 있는 때였으니, 꼼짝없이 집안에서만 틀어 박혀 있어야 할 판이었다.
그런데, 함께 공부하는 내용이 ‘웰다잉’이라고 한다. 아니, 정년퇴직 하자 말자 이제 자유롭게 해외여행도 하면서 신나게 지내야 하는 때인데 해외여행도 못 가고 ‘웰다잉’ 이라니, 솔직히 말해서 주제가 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러나. 내가 좋아하는 분들과 함께 하는 그 시간이 소중하니, 아무 목적 없이 만나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라는 마음으로 기본과정 연수의 길로 들어섰다. 줌으로 하니 오고 가는 시간도 절약될 수 있어 더 마음에 들었다. 기본과정을 마치고 심화과정 연수, 디지털리터러시 지도사, 자서전지도사 과정에 이어 역량강화연수과정까지 하게 되면서 내 마음에 변화가 생김을 알게 되었다.
죽고 싶어 죽음을 공부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내 삶에, 누구나의 삶에 꼭 한 번 찾아오는 죽음. 그 죽음을 피하고 싶었던 진시황도 못 피했으며, 이 세상 누구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알지만 알려고 하지 않는 죽음이다. 그러다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이 죽음을 맞게 되었을 때, 본인이 맞다고 뜨렸을 때 힘들어하던 많은 사람들을 보았다. 그 힘듦을 잘 헤쳐 나가는 것도 배워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기도 했다.
회원들의 커뮤니티 활동을 하면서, 의사로부터 시한부 삶에 대한 통보를 받고도 그 남은 시간이 얼마나 귀중 한 지에 대해 본인의 이야기를 당당하게 말하는 모습을 보며 서로 위안을 주고받기도 했고, 언제나 가까이 올 수 있는 죽음을 가까이하게 되었을 때 내 모습을 그리게 되기도 한다.
나도 ‘의연하게 맞이하고 미리 준비하리라.’ 다짐하게 되었고, 그 마음을 전파하는 죽음을 공부하는 사람들의 대열에 서기로 한다.
이제 나의 웰다잉 그려본다.
아이들이 모두 모였다. 나의 병명은 고통이 심한 암이다. 더 이상 참기가 어렵다. 미리 작성해 둔 사전연명의료의향서가 효력을 발휘하는 날이다. 두 아들과 며느리가 왔다. 손녀들도 가까이 와 있다. 멀리 유학가 있는 막내 손자와 손녀만 만나지 못했다. 그 애들은 영상으로 인사를 미리 나누었다. 여한이 없다. 나의 마지막을 예약해 둔 시간, 나는 미소로 인사를 나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