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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란 Jul 15. 2023

이상한 전화

“제가 지금 호스피스 병원으로 갑니다. 내일 뵙기가 어렵네요. 죄송합니다.”

그가 내게 보내 준 카톡 메시지다. 한동안 나는 어찌해야 할지 몰라 허둥댔다. 갑자기 눈물이 주룩 흘렀다. 

‘만나려고 한 날이 다가왔으니, 어떤 준비를 해서 가야 하지? 어떤 말을 해야 하지?’ 만나는 날을 떠올리고 있었는데.

당장 전화를 해야 할지, 문자로 답을 먼저 해야 할지, P 선생님의 상황을 상상하기 어려웠다. 전화를 먼저 해야겠는데 내 마음의 정리가 되지 않았다. 한 시간 정도 흐른 후 전화했다. 힘없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방금 병원에 도착했어요.”

“병실에 올라가셨어요?”

“지금 올라가야 해요.”

또다시 전화하기로 했다. 두 시간 정도 후 다시 전화했다. 병실이라고 한다. 그리고 안정된 듯, 편안한 마음이라며 설명해 준다. ‘어찌 편안한 마음이랴’ 하는 마음에 목이 메어왔다.

“병원에 신청해 두었는데, 오늘 아침에 연락이 와서 바로 가게 되었어요.”

집에서 출발한다고 했던 그 시간이 11시 50분이었다. 아침에 연락받고 곧바로 준비해서 병원으로 간 것이다. 응급환자처럼. 응급치료받고 돌아올 것처럼.

“한 사람이 천국을 가야 기다리던 사람이 들어올 수 있어요.”

라고 하면서 갑자기 오게 돼서 미안하다고 한다. 자서전 출판팀 활동을 못 해서 미안하다고 한다. 미안한 사람은 나인데, 오히려 전화받는 나를 배려하는 마음이 전해져 온다. 위로해야 할 사람이 위로받는 이상한 전화다. 나는 할 말을 잃었다. 변명만 했다. 

“좀 더 일찍 서둘러서 뵈러 갔어야 했네요. 죄송해요. 그래도 면회는 가능하겠지요?”

“집사람과 함께 들어왔어요. 면회는 일요일 오후 3시에 10명까지만 가능해요.” 

그를 아끼는 가족, 지인, 친구들이 얼마나 많겠느냐…. 10 사람 안에 들기는 어려울 것 같지요?라고 하니

“기도 많이 해 주세요.” 

라고 한다. 그 순간까지도 배려하는 마음이 먼저 발동하는 건가? 그건 당연하다. 나도 기도의 힘을 요즘 느끼고 있다. 기도하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누가 나를 위해 기도한다는 것을 알게 되면 기쁘다. 어찌 그를 위한 기도를 소홀히 할 수 있겠는가!

마음을 가다듬고 짧은 글로 우리 팀의 단체 카톡에 그가 호스피스 병원으로 가게 되었다는 내용을 올리며 기도를 부탁했다. 우리 팀 모두가 기도와 위로의 마음을 쏟아주었다. 우리 팀의 마음이 처음으로 끈끈한 한 마음이 된 듯하다. 그에게 작은 위로라도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그를 알게 된 건 대한웰다잉협회 자서전출판팀의 전문위원으로 만나면서이다. 우리 팀은 전국각지에 적을 두고 있지만 줌으로 한 달에 두 번은 꼭꼭 만나고 있다. 협회 신생팀인 우리 팀의 심부름꾼으로 있는 나는 팀을 이끌어 가는데 초보로서의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그러나 국어 선생님이기도 하고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갖고 있는 P 선생님이 있어서 큰 힘이 되고 있었다. 그런 그가 얼마 전 몸이 갑자기 안 좋아져서 나올 수 없게 되었다고 하니 나는 힘이 쭉 빠졌다. 우리 팀은 온라인으로만 만났지만, 우리의 삶을 이야기하는 시간이 있었기에 서로를 진솔하게 알 수도 있고, 더 가깝게 느껴지게도 할 수 있다. 짧은 기간이지만 굵게 깊게 알게 되기도 한다. 

전문가다운 그의 진정성 있는 글은 우리 팀의 중심이 되어 주기도 하고 그의 삶의 모습에 궁금증과 관심이 집중되기도 했으며, 그가 글을 대하는 겸손한 모습은 존경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지금 우리 팀은 그룹 자서전을 준비하고 있다. 빨리 완성했으면 더 좋을 뻔했다는 생각을 지금에야 하게 된다. 지금부터라도 빨리 서둘러야겠다. 그의 글을 포함해서 아직 완성하지 못한 우리의 그룹 자서전, 우리가 마음을 모으면 못 할 것이 없다. 힘을 내어 서둘렀으면 좋겠다. 모두의 글을 완성해서 자서전을 속히 만들어 내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과제이다. 기적이 일어나길 바란다. 그가 툴툴 털고 일어나 쓰고 있던 자서전을 완성하고 다시 함께 우리 팀에서 활동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2023. 5. 26.(금)


   지난 수요일, 내 글을 좀 더 잘 알고 싶어 조언을 구하는 만남을 가진 뒤, 통화를 하게 된 협회장님께 그분의 영면 소식 들었다. 병문안 못 간 것이 너무 죄스러워 그분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먼 길이라 오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내 마음은 그에게로 향했다. 색소폰 연주를 하며 손님을 맞는 그분의 영상이, 가냘프고 핏기 없는 얼굴로 맞는 그의 아내가, 아직 어린 그의 두 자녀가 애처로워 가슴이 먹먹하다. 이젠 더 이상 아프지 않은 편안함만 있기를 기도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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