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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란 Jul 21. 2023

위화의 인생이 알려주는 것

나의 생각

최근에 중국 최고의 소설가 위화가 쓴 장편소설, 『인생』을 읽게 되었다. 원래 『산다는 것은』이 책의 제목이었다. 화자가 만난 ‘푸우이’라는 노인이야기다.  ‘푸우이’라는 소를 데리고 혼자 밭은 갈고 있는 노인이 소에게 고함을 질러 대고 있다.


  “얼시! 유청! 게으름 피워선 안 돼, 자전! 평샤! 잘하는구나. 쿠건! 너도 잘한다.”


 화자는 소가 혼자 밭을 가는 줄 알까 봐 이름을 여러 개 불러서 다른 소도 밭을 갈고 있는 줄 알면서 기분 좋게 신나게 밭을 갈게 하려는 것이라며, 노인이 소가 듣지 못하게 목소리를 낮춰서 하는 말을 듣게 되었고, 노인을 만나 그가 살아온 이야기를 듣게 된다.      


  젊은 푸구이는 부잣집 아들로 늘 비단옷을 입고 다녔으며 아버지는 소작인들을 거느리고 좋은 집과 엄청나게 넓은 땅을 가진 지체 높은 분이었다. 임신한 아내 자전이 도박장까지 찾아와 꿇어앉아 만류했으나 끝까지 도박을 했고, 모든 가산을 탕진해 하루아침에 가난한 신세로 전락하게 된다. 결국 소작인이 살던 초가집으로 이사하게 되고, 아버지도 돌아가시게 되었다. 


  어머니마저 병을 얻게 되자 성안으로 들어가 의원 도움을 받으려다 국민당 군대에 붙잡혀 죽을 고비를 넘기다 해방군을 만나 기적적으로 집으로 돌아오게 된다. 그렇게 돌아오니 이미 어머니는 돌아가시고, 딸 평사는 벙어리가 되어 있고, 아들 유침은 서먹서먹하다. 좋은 아내인 자전만이 반겨준다.


  아들 유침은 누나와 함께 있기 위해 학교에 가지 않으려고 하다 학교에 가게 되었는데 5학년 때 현장의 부인에게 수혈을 하면서 피를 몽땅 뽑아내어 병원에서 죽게 된다. 

  딸 평사는 우여곡절 끝에 고개가 한쪽으로 기울어진 사위 얼시를 만나 잘 사는 듯했으나 아기를 낳다가 또 그 병원에서 죽게 된다. 아내 자전도 늘 아프다가 죽게 되고 사위 얼시 마저 그 병원에서 죽게 된다. 손자쿠건 마저 콩을 잘 못 먹어 죽게 되었다. 이런 기구한 인생이 있나!


  그리고 혼자 살아가다가, 도살장에 끌려가 죽음의 문턱에 다다른 늙은 소가 눈물을 보이는 것을 보고 자기 처지처럼 보였는지, 있는 돈을 다 주고 그 소를 데려와서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그 소의 이름을 자기 이름 푸구이로 지어 밭일을 하고 있는 모습이 화자가 푸우이를 만난 첫 장면이다.


  그리고 함께 이름 부르는 푸우이, 얼시, 유칭, 자전, 평사, 쿠건는 모두 그가 사랑하는 가족이다. 죽음이 가족을 갈라놓았지만, 늘 푸구이는 가족들의 이름을 부르며, 가족과 함께 있다는 듯이 살고 있다. 


  인생이란, 산다는 것은, 죽음이란 것은 늘 함께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이야기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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