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선생님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경란 Jul 22. 2023

어르신 카드

  

   어르신 카드 사용하는 첫날이다. 나의 호적생일은 원래 생일보다 9개월이나 늦다. 우리 때에 태어난 사람들은 출생신고가 늦어진 사람들이 많다. 그 당시는 어린 생명들이 태어난 후 아기 때에 많이 죽기도 했다고 한다. 과연 살 수 있을지 두고 보아 살 수 있다고 확신이 설 때 호적에 올리기도 했으니 내 호적이 좀 늦어진 것은 별문제 없다고 봐야 한다. 그 덕에 나는 정년퇴직을 6개월 더 늦게 하게 되어 원래 태어난 생일을 기준으로 했을 때보다 봉급을 6개월이나 더 받아먹은(?) 셈이다.

 대신 지하철을 무료로 탈 수 있는 어르신 카드는 9개월 정도 늦어졌다. 그날이 오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르신 카드를 받는 것이 기쁘지 않다.      

  어르신 카드를 신청하는 것도 게으름을 부려 제때에 하지 않아서 일주일 늦게 사용할 수 있었다. 일주일은 어르신이 아닌 척하며 다닌 것이다.


  오늘부터 어르신 카드를 사용해도 된다고 하니 그 카드로 남편이 입원해 있는 병원까지 가기로 했다. 남편이 입원해 있는 병원으로 보호자 역할을 하기 위해서다. 배낭에 간단한 물품을 넣고 핸드백과 과일 가방까지 들고 보니 작은 짐이 셋이다. 좀 번거롭기는 하다. 남편의 병명도 나이 들어오게 되는 병이다. 일찍 발견하고 곧바로 응급실로 가서 다행이었다. 일주일만 입원하면 퇴원이다. 감사한 마음과 건강에 대한 경고라고 받아들이기로 했다. 나이 든다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기는 하다. 그러나 인정하고 싶지 않다. 아직은.   


  개찰구를 통과하기 위해 파란색 어르신 카드를 꺼내어 처음으로 사용했다. 나의 카드는


    “또딕!” 

  

두 번 소리를 내었다. 젊은 친구들은 한 번의 소리 


    “딱!”


으로 통과다. 잠시, 나이 드신 분의 카드 소리를 들으며 살펴보았다. 나처럼 “띠딕!”한다. 


 어르신과 젊은이의 카드 소리가 다르다. 나도 지난주까지는 “띡!”하며 지나갔는데 모르고 있었다. 두 번 울리는 그 소리가 반갑지 않다. 그 표시가 싫다. 나는 젊은이처럼 가볍게 걸어서 지하철을 타러 계단을 씩씩하게 내려갔다. 마치 어르신 아닌 것처럼.


  나는 지하철을 타도 자리에 잘 앉지 않는다. 되도록이면 서서 가도록 한다. 오랜 직장생활에서 서서 활동하던 습관도 있지만 퇴직 후 하이힐을 신지 않고 운동화를 신고 다니니 발이 편해서 얼마든지 더 서서 갈 수 있다. 몸의 근육을 살리기도 해야 하고 특히 다리 근육을 살리기 위함이기도 하다.


   ‘서서 젊은이들처럼 움직이자.’


 다짐해 본다.


 지하철이 전역을 출발했다고 하더니 막 들어온다. 타려고 보니, 아뿔싸 반대 방향이다. 차를 탄 후, 알았으면 어쩔 뻔했나? 남편이 입원한 병원은 내가 시내 방향으로 지하철을 타러 나갈 때 바쁘게 나가는 시내 방향이 아니라 가끔 해외여행을 하려고 공항을 이용할 때 가던 외곽 방향인데, 시내 방향 지하철을 타러 내려와 있었다. 정신 안 차리면 어르신 대접받을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어르신 하기 싫다면서 행동은 어쩔 수 없구먼….’


  서둘러 다시 올라가 반대 방향으로 다시 내려왔다. 깜빡깜빡하는 내 정신 좀 봐. 이젠 남편이 있는 **서울병원이 있는 곳으로 지하철을 탔다. 지하철은 한산했다. 자리가 여유로웠다. 그러나 나는 선 듯 자리에 앉지 않았다. 다른 사람이 모두 자리를 차지하고 앉을 동안 기다렸다가 자리가 많으면 앉는다. 그냥 서서 가고 싶다. 젊은이처럼.


 내가 내려야 하는 역에 도착했다. 나도 사람들 속에 휩쓸려 내렸다. 나이 든 분들이 많아서인지 엘리베이터를 향해 몰려가는 사람들이 많았다. 나는 또 어깃장을 놓는다. 나는 여유를 부리며 계단을 향해서 씩씩하게 걸어갔다.


 ‘걸어야 해. 걸으면 살고 앉으면, 누우면 죽는다.’ 


누군가가 말한 것 같다.

 

‘그래 어르신 아닌 것처럼 씩씩하게 걸어가자.’ 


 개찰구를 통과해서 밖으로 나오기 위해 카드를 꺼내 터치했다. 


   “또딕!” 

매거진의 이전글 사랑하는 금순 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