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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란 Oct 10. 2023

책방

당인리 책 발전소


    책을 가까이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독립출판, 독립서점에 관해서는 최근에야 알게 되었다. 양천 50 플러스센터에서 치유 에세이 과정을 마친 후, 우리 스스로 결성하게 된 커뮤니티 『글타래』 친구들을 만나면 서다. 센터에서 장소를 제공해 주었으니 쉽게 모임이 이루어졌다. 최근 장소 이용에 어려움이 있었다. 지금은 온라인과 새로운 장소를 물색해서 만나고 있다. 그 친구 중 한 사람이 독립출판을 통해 책을 낸 후, 그 과정을 이야기해 주었고, 독립서점인 『새벽감성 1집』에서의 프로그램도 소개해 주었기 때문이다. 


  정년퇴직 후 글을 쓰기 시작했고,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 소중한 시간을 갖게 된 것에 감사하다. 조직 안에서 짜인 틀 안에서 생활하던 나에게 새로운 세계를 알게 해 주고 있다. 우리는 종종 바깥에서 만나고 있다. 말하자면 하하 호호 시간이다. 

  지난 8월 1일은 독립서점 탐방을 했다. 독립출판을 한 친구가 탐방계획을 세웠고, 첫 방문지는 당인리 책 발전소이다. 근처에서 미리 만나 밥을 먹고 가기로 했다. 식당은 1인 식사 중심인 듯 보이며 이미 사람들이 빼곡히 앉아 식사하고 있다. 빈자리가 나면 순서대로 그 자리에 앉아야 하고, 우리가 함께 앉기는 어려울 듯해 보인다. 밥을 먹으며 얼마 되지 않는 밥값을 회장인 내가 내려고 하자, 더치페이해야 한다고 한다. 각자 먹고 싶은 게 다르고 같이 앉지도 못하며 그 자리에서 먼저 계산해야 식사가 나온다. 비록 작년 연말 모임에서 내가 한 번 내긴 했지만, 엉거주춤 어색하게 된다. 어찌 보면 깔끔한 것 같기도 하다. 얼마 되지 않는 밥값으로의 ‘어깨 어쓱’은 물 건너갔다. 이것 또한 신세계다. 나이가 들면 지갑은 열어 두라고 하던데.

  밥을 먹고 우리는 당인리 책 발전소를 향해 걸어갔다. 서점은 동네의 비밀 아지트 같은 느낌이다. 미리 사전 탐방을 다녀온 그 친구가 서점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 그곳으로 우리를 안내했다. 개척교회가 떠오르기도 하고, 가톨릭이 처음 우리나라에 들어와 전파될 때 이렇게 공간을 준비해서 사람들이 모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 입구다. 

  안으로 들어가니 책방지기의 정성이 곳곳에 보인다. 입구에는 당인리 책 발전소 베스트 10이 정성스러운 글씨로 게시되어 있다. 어떤 기준으로 선정되었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그 기준이 어느 한쪽에 기록되어 있었다면 더 신뢰가 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보게 된다. 정해진 기준에 의해 공정한 방법으로 선정되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책들을 둘러보며 일반서점에서 살 수 있는 책들이 오히려 더 많은 듯해서 독립서점도 그냥 서점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래, 독립서점도 살아남아야 제 역할을 할 수 있으니까’ 

  책방지기의 정성은 책을 감싸고 있는 빼곡한 책 소개 글로 더욱더 돋보였다. 손 글씨처럼 보이기도 했지만, 이색적이다. 너무 많은 분량이어서, 당연히 ‘컴퓨터로 쳐서 출력했겠구나!’ 하며, ‘예쁜 글씨체가 새로 나왔네.’ 했다. 각자 한 권씩 사고 싶은 책을 골라 2층 카페로 올라가 이야기를 나누면서, 우리 일행도 소개 글이 궁금해서, 책방지기에게 물어보았다고 한다. 그 많은 책에 대한 소개 글은 내용을 보았을 때 자기가 읽지 않고 쓴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고, 정갈한 글씨는 손으로 썼다고 보기에는 너무 깔끔하고 일정하다. 그녀가 직접 손 글씨로 썼다고 하니 우리는 다시 한번 놀랐다.      

  2층은 우리가 자주 가는 **박스 2층 카페와 같은 모양이다. 1층에서 차를 사서 올라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각자 골라 온 책에 대해 왜 그 책을 선정하게 되었는지, 책 발전  소에 온 느낌을 돌아가며 ‘글타래’ 답게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우리는 매주 돌아가며 글 주제를 발표하고 그다음 주에 주제를 발표한 사람이 진행자가 된다. 각자 자기 글을 자기가 낭독한 후, 써 온 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합평시스템이다. 가장 좋은 점은 내 글을 내가 읽으면서 생각해 보는 시간이 주어진다는 것이고, 집중해서 들어주는 독자가 있다는 것이다. 누가 내 글에 대해 이렇게 집중해서 듣고 이야기해 주겠는가! 우리는 그 자체로 만족하고 있다. 

  나는 허윤 작가의 『지금의 균형』을 선택했다. 다른 사람에게 최대한 맞추어 주려고 늘 애쓰는 내 모습을 바꾸고 싶은 마음이 있나 보다. 부제 <취향 권하는 사회에서 나로 살기>가 마음에 들어 선택하게 되었다. 함께 간 친구들은 『은유리의 글쓰기 상담소』, 『소설보다 여름』, 『LANGUAGE GAME』를 선택했고, 각자 찾아낸 책에 대해 선정 이유와 책 소개를 이야기하면서 서로 나눔 하는 시간을 가졌다.     

  독립서점은 책방지기의 부지런과 헌신이 있어야 하는 세상이다. 글을 쓰는 사람, 책을 읽고 싶어 하는 사람은 나 혼자 집중할 수 있는 공간, 서로 나눔 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내 마음에 드는 공간을 찾고 싶어 한다. 갖고 싶어 한다. 독립서점을 잘 찾아보면 보이지 않을까! 단, 부지런하지 않은 사람은 꿈꾸지 말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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