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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란 Oct 10. 2023

보아도 보이지 않는

새벽감성 1집

새벽감성 1집에서 기획한 프로그램에 두 번째 참가하고 있다. 지난번에도 해외여행으로 중간에 빠져 마무리하지 못했다. 이번에도 해외여행이 잡혀 있어 빠지는 날도 있고, 과제, 준비 부족으로 집중해서 참여하기가 어려웠다. 이번엔 독립서점 투어를 직접하고 참여해야 하니 더더욱 어렵다. 포기할지 고민도 했으나 두 번이나 마무리하지 못한다는 것은 용납하기가 어렵다. 강의 시간에 방문 약속도 했으니, 의무감마저 생겼다.     

  새벽감성 1집은 주택가에 자리 잡고 있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책방지기가 반갑게 맞아준다. 어떤 곳이든 스스럼없이 들락거리는 내가 고양이 외출 방지용 가림막에 걸려 어설픈 모습이 되었다. 아파트 현관에서 볼 수 있는 애완견 가림막처럼 느꼈는지 신발도 벗어 놓고 들어가려고 했다. 관심 가는 부분을 사진에 담아보려는 내 모습도 책을 고르는 내 모습도 어색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어색함을 떨치고 싶어 탐방 글을 쓰기 위한 자료 수집을 위해 서둘러 사진을 찍고, 책을 골라 2층에도 올라가 보기로 했다. ‘고양이 사료 값 버는 중’이라는 코너도 이색적이고, 서점이나 카페 곳곳에서 고양이를 느낄 수 있다는 것에서 고양이가 주인인 듯 느껴지기도 한다. 

  엄마 이야기를 쓰고 싶어 하는 내 모습이 보이는 『엄마를 통해 나를 본다』, 책방지기의 책 『있잖아, 다음에는 책방에서 만나자』, 책 제목에 끌린 『인생 사진 없는 인생 여행기』를 골라 계산하자 책방지기가 ‘세 권 모두 장르가 다르군요.’라고 한다. 어떤 종류의 글을 쓰고 싶어 하는지 결정하지 못한 어정쩡한 모습을 나타내고 있는 듯 느껴지기도 했다. ‘책방지기가 예리한 말을 한 건가….’

  나 나름의 선정 이유를 짧게 이야기한 후, 책을 사는 사람에게 서비스해 주는 자몽차 한 잔을 주문하고 다락방으로 올라왔다. 

  2층 다락방에 올라가니 먼저 온 두 사람이 책을 읽고 있었고, 세 곳의 테이블 중 남은 한 자리를 보니 구석진 자리지만 전등불을 켜면 분위기가 좋을 듯 보인다. ‘고양이는 어디에 있나?’ 살펴보았으나, 고양이는 보이지 않았다. 책방지기가 내가 주문한 자몽차와 비스킷을 가지고 올라와, 내가 앉으려고 하는 자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고 한다. 내 취향이라고 하면서 얼른 자리 잡고 앉았다. 한동안 조용히 책을 읽으며 분위기에 파묻혀 보고 싶었다. 

  한참 책을 읽던 중, 위쪽 어디선가에서 갑자기 고양이가 아래로 뛰어 내려와 깜짝 놀랐지만, 반가웠다. 온몸이 하얀색으로 고귀하신 분의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 책을 읽고 있던 사람들이 고양이를 반기며 놀아 주기도 하는 것을 보니, 이미 고양이와 친해 진 사람들인 듯 보였다. 나도 ‘드디어 당신을 만났군요. 주인님!’하는 마음으로 사진을 찍으며 고양이 섬김에 동참했다. 

  나중에 집에 돌아와 다락방에 올라오자마자 이곳저곳을 찍었던 사진을 살펴보니 내가 올라오기 전부터 고양이는 위쪽 하얀 의자에 앉아 있었다. 하얀 의자는 왕의 자리인 듯, 주인님 자리인 듯 높은 위치에 자리 잡고 있다. 그가 앉아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의자와 보료가 하얀색이니 내가 미처 못 보았을 법하지만, 의자 위에 앉아 있는 고양이 사진을 찍으면서도 고양이를 못 보았다. 나는 처음부터 ‘고양이가 안 보이네?’ 하면서 찾은 거다. 안 보인다고 생각하며 살펴본 내 눈에 그가 보일 리 없지 않은가.     

  서점을 나오며 잠시 책방지기와 대화를 나누었다. 질문할 것 있으면 하라는 그녀의 당당한 모습에 나는 질문이 막히며 또 어정쩡한 모습이 되었다. 내 책을 완성해 보고 싶다는 말을 꺼냈다. 그동안 써 두었던 내 글을 그냥 엮어서 내면 되리라 생각하고 있었다. 대화를 나누며 내 글의 방향, 주제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눈앞에 앉아있는 고양이가 안 보였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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