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ittel Bear Goes to the Moon...
경증 ADHD 진단을 받은 내 아이는 지금 초등학교 3학년이다. 한국에서 학령기를 보내는 아이들에게 초3이란 꽤 의미가 있다. 국어, 수학 두 과목에 과학, 사회, 영어, 도덕, 체육, 미술 그리고 음악이 추가 된다. 외에도 곁가지로 배우는 과목이 더 있는 것 같은데 학교마다 담임교사마다 차이가 있는 듯 해서 정확히는 알 수 없다. 듣기로는 코딩수업을 받기도 하고, 일기쓰기나 받아쓰기 독서일기 등의 과업이 있는 아이들도 있다고 한다.
표준화된 교육과정과 교과서가 제공되는 하지만 사실 학교마다 교실마다 조금은 다양한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된다. 현생 학부모 시점에서는 남들이 모두 인정하는 학군지의 공립학교이거나 아무나 다닐 수 없는 사립학교가 아닌 다음에야 내 아이가 다니는 <<학교 교육의 질>>에 대해 한 번쯤 고민해 볼 수 밖에 없다.
여러가지 이유로 사교육 타켓 연령이 어려지고 있다. 생후 4개월이면 문화센터에서 각종 오감체험 수업에 참여가 가능하다. 생후 6개월이면 다양한 선생님들 집으로 불러서 홈스쿨이 가능하다. 부모 분리 수업이 가능해지는 4세쯤 되면 학원도 보낼 수 있는 세상이다. 심지어 선택지도 다양하다. 유아들의 사교육 현황이 이러한데 초등은 말해 무엇하겠는가. 인생이라는 밥상에 학교는 윤기나는 밥이고, 학원은 김이 나는 국이다. 이런 상황에서 일반적이지 않은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시름은 더 깊어진다. 밥도 겨우 먹는데 국물까지 떠먹이려니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아이 공부 시키는데 자꾸 아이와 관계가 나빠져서 그냥 학원 보내요"
"학원에 전기세만 내는 것 같긴 한데, 그래도 하나라도 들어 오라고 그냥 학원 보내요"
"학원이라도 보내야 할 것 같아서 보내고 있어요"
꼭 ADHD 아이를 키우는 부모가 아니어도 흔히 하는 말이다. 하지만 주의집중력이 떨어지고 충동성이 강한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학원선생님과 아이들의 부정적인 피드백은 덤으로 받는다. 학원에서 손절당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나 또한 아이를 합기도 학원에 보냈다가 석달만에 관둔 적이 있다. 손절당하기 전에 먼저 손절한 경우라고나 할까.
학교 다니는 아이가 학교 공부를 잘 따라가는 것은 아이와 부모의 자존감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슬프게도 내 아이는 본인의 주도로 학교에서의 과업을 잘 이어나갈 수 없다. 인지 왜곡은 기본이고 본인의 입장만 중요한 편협한 사고를 가졌기 때문에 그 나이에 걸맞는 사회적 역할은 기대할 수 없다. 이런 아이를 학원으로만 돌리는 것은 부모로써 무책임하다고 생각한다. 그 학원선생님과 아이들은 대체 무슨 죄란 말인가. 그리고 ADHD 아이들이 복용하는 약은 호르몬의 분비를 도와줄 뿐이지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결국은 시간이 흘러서 전전두엽이 남들만큼 발달하거나 혹은 사회적으로 학습이 잘 이루어져서 어른이 되어야만 해결이 가능하다.
이러한 연유로 나는 내 아이를 집에서 공부시킨다. 연산문제집과 교과수학 문제집을 꾸준히 풀리고, 영어원서를 부지런히 읽히고 있다. 국어와 한자는 학습지를 활용한다. 짧은 시간이어도 선생님이 아이와 일대일로 얘기 나누는 것이 강의식 보다 낫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비문학에 특화된 뇌를 가진 아이이다 보니 사회와 과학은 독서로 대체 가능하다. 중학생쯤 되어서 학습에 대한 동기부여가 확실해진다면 그때는 약복용하면서 학원을 보내거나 과외를 붙일 계획이다.
며칠 전에 The Little Bear Goes to the Moon 이라는 원서를 읽었다. 아기 곰이 특별한 헬멧을 쓰고 달로 가기 위해 비행한다는 귀여운 내용이다. 페이지마다 잔잔하게 그림이 있어서 그림 읽는 재미도 쏠쏠한 고전이었다. 아기 곰이 작은 나무에 올라가서 새처럼 하늘을 날았다가 떨어지고는 자기가 달에 왔다고 생각하고, 다정한 엄마 곰이 그런 아기 곰을 위해 달에 사는 척 연기하는 아주 예쁜 이야기였다.
"곰은 새처럼 날 수 없어. 왜인지 알아? 털과 깃털은 다르거든."
"태초의 생명체는 물에서 시작되었어. 엄마 루카 알아? DNA라는 건 결국 단백질이거든."
"하늘을 난다는 것은 그렇게 진화한거야. 그래서..."
하지만 ADHD 내 아이에게는 예쁜 이야기가 아니었나 보다. 결국 나는 빨리 읽으라고 아이를 재촉한 후 이야기 읽기를 끝낸 아이에게 어떠한 감상도 물어보지 않고 수고했다며 그 시간을 끝냈다.
얘야, 엄마는 루카를 모른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