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adhd 아이를 키웁니다만...
요즘 맘카페에 걸핏하면 올라오는 내용이 있다.
- 우리반에 금쪽이가 있어요. adhd라고 하는데.
- 수업을 그렇게 방해하고 주변 아이들을 괴롭힌데요.
- 우리 아이가 피해를 입진 않겠죠?
- 선생님께 말씀드려야겠죠?
adhd 는 주홍글씨가 아니다. 면죄부 또한 아니다. 이 아이들의 별난 특징들은 일반 아이들 특히 어린 남자아이들에게서 종종 발견된다.
- 우리반에 금쪽이가 있어요. adhd라고 하는데.
보통 엄마들은 본인 자식이 adhd 라는 것을 공유하지 않는데, 이 엄마는 어떻게 알고 타인의 아픈점을 콕 짚어 내는 걸까?
- 수업을 그렇게 방해하고 주변 아이들을 괴롭힌데요.
한 반에 25명의 아이들이 있다고 했을때, 한 두명 빼고는 수업에 방해되는 행동을 하거나 친구들과 한 번씩은 작은 마찰이라도 있다는 것에 90,703원 남은 나의 페이잔액을 전부 걸겠다.
- 우리 아이가 피해를 입진 않겠죠?
당신의 아이도 남의 아이에게 피해를 주고 있을 수 있다. 당신이라고 촛불마냥 이롭기만 하겠는가. 어차피 다들 조금씩은 생채기를 내고, 남기고 또 아물고 그렇게 살아 간다. 아이라고 다를까.
- 선생님께 말씀드려야겠죠?
선생님은 이미 알고 계신다. 왜 엄마들은 선생님을 무시하는걸까? 의사 엄마는 환자가 잘 보일 것이고, 검사판사 엄마는 법전을 꿰고 있을 것이고, 비지니스 하는 엄마는 또 비지니스를 잘 할 것이다. 선생님 또한 나라에서 검증해서 잘 뽑아놓은 훌륭한 직업인이다. 그에 걸맞는 과업을 훌륭하게 수행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선생님들은 이미 학기가 시작되고 일주일이면 반 아이들을 전부 파악하고, 일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고민하고 있음을 엄마들은 알고 있을까?
보통 adhd 아이를 가진 엄마를 토끼맘이라고 한다. 이는 꼭 맞는 표현은 아닌 것 같다. 토끼마냥 폴짝 폴짝 뛰어다니는 아이가 있는 반면, 조용하게 집중력이 없는 아이들도 존재한다. 말썽 한번 피운 적 없어서 편하게 키웠는데 초등학교 5학년쯤 되고 보니(때론 중학생이 되어서) 아이가 adhd 였다는 이야기도 흔한 편이다. 보통의 엄마들은 adhd 아이들이 욕하고, 때리고, 반항하고, 공부도 못 할 거라는 등의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 듯 하다. 그런데 꼭 adhd가 아니어도 욕하고, 때리고, 반항하고, 공부도 못 하는 아이들은 존재한다. 전두엽의 발달 정도가 그 아이의 인성과 지능까지 지배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벌써 초등학교 5학년이 된 나의 adhd 아이를 보면, 유치원 3년 동안 영특하다는 평을 들었다. 초등학교 4년동안 공부를 잘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최근에 수학학원 선생님께서는 성실하고, 시험성적이 좋다는 피드백을 받았다. (약기운이 떨어지는 4시30분 부터 6시까지 수업을 듣고 있으며, 시험은 6시부터 7시반 사이에 이루어진다.) 학원 숙제 및 자기주도 학습을 진행하는데 어려움이 없는 편이다. 이제는 친구들과 싸우지 않는다. 눈치는 없는 편이지만, 챙기려고 애쓰는 모습도 보인다. 동네 어른들에게 인사도 잘 한다. 엘리베이터에서 만났던 이웃분께서 이 집 아들 예의 바르다고 칭찬해주시기도 한다. 작고 말 많은 우리 동네에서 내 아이의 평판은 "지극히 평범한 아이" 이다. 저학년때는 또래 아이들이 "선생님 말 안 듣고 매일 혼나는 아이"라고 평가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이제는 "엉뚱하고 재미있는 아이"가 되었다.
여전히 주말에 따로 연락하는 친구는 없고,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것은 서툴다. 학교에서 아이들과 노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말은 하지만, 아마 깊은 속 마음은 그렇지 않을거라 생각된다. 안타깝게도 나는 이 부분에 어떤 도움을 줘야 하는지 아직 모르고 있다. 병원을 데려가고 약을 먹이고 학원을 보내는 대신 집에서 학습을 챙기고 운동을 시키고 건강한 밥을 챙겨먹이면서 비만관리를 하고. 할 수 있다 용기를 주고 너는 모자라거나 부족한 아이가 아니라고 세뇌시키는 것이 나의 한계였다. 친한 동네 엄마들이 없는 관계로 엄마들끼리 연락해서 아이에게 친구를 붙여주는 걸 하지 못 했고, 생일파티를 열어주지도 못 했다. 이제는 엄마가 나서서 친구를 만들어주는 나이도 지나버려서 더 이상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아이는 정말 많이 성장했고 초등학생이라는 인생의 한 챕터도 얼추 끝나간다. 중학교라는 넓은 사회에서 다양한 또래들을 만나게 되면 결이 비슷한 친구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가 있다. 아이가 아주 평범하지는 않겠지만 아주 이상한 아이로 취급당하지는 않을거라는 믿음이 생겼다.
부모들이여. adhd 아이들이 꼭 문제아는 아니라는 것을 알아주길 바란다. 꼭 adhd가 아니어도 아이들의 사회에서는 어떤 종류건 빌런이 등장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영원한 빌런은 없다. 아이들은 계속 자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