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아이 관찰일기

- 오! 학년!

by 로오렌

나는 ad아동을 키우고 있다. 성질이 순한 편이고, 겁은 없는데 간이 작은 편인 이 아이는 곧 만 11세가 된다. 대부분의 남자아이들이 사춘기를 시작하게 된다는 초등학교 5학년! 5학년이라는 명찰을 달게 된 지도 벌써 한 달이 지났다. 작년에는 화가 많은 젊은 남자 선생님이셨다. 철이 든 아이, 철이 안 든 아이, 사춘기가 시작된 아이, 아직 아이 같은 아이 등. 복잡하기 그지없는 4학년 아이들에게 에너지 넘치는 남자 교사는 찰떡이었으리라. 개구쟁이들은 기가 죽었고, 얌전한 아이들은 항상 그랬듯 조용하게 교실의 한편을 지키면 될 일이었다. 그렇게 1년을 담임 선생님 눈치만 살피던 아이가 이번에는 아주 친절한 여자 선생님을 만나게 되었다. 얼굴 한번 뵌 적 없는 선생님이지만, 나긋나긋한 말투에 분명하게 말을 끝맺는 모양새가 아주 프로였다. 작년에는 2학년을 맡았다고 한다. 30대의 젊은 여교사라고 본인을 소개하셨고, 믿음으로 반 아이들을 지켜봐 달라고 부탁하셨다. 하이클래스의 반 알림장도 꼼꼼하게 작성해 주셔서 반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도록 해주셨다. 예를 들어 "친구들과 잘 협조합니다"등의 멘트를 확인한 날에는 어쩌면 아이들 간에 다툼이 있었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아이와 이야기해 볼 수 있다. "오늘 우리 반은 이러저러해서 칭찬합니다."라는 멘트가 있는 날도 있었다. 물론 자주 있는 일은 아니다.


교과과정상 3월 말은 1학기 상담주간이다. 물론 그 시기가 아니어도 선생님과의 상담은 언제든지 가능하지만, 고학년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일부러 상담을 신청하는 것도 흔한 일은 아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학교생활에 큰 문제가 없기도 하고, 이미 큰 아이들이라 언어전달이 분명한 편이라 학부모 입장에서 굳이 선생님과의 상담을 요청하기도 애매한 상황이다. 이 시대의 학부모가 되고 나서 알게 된 심리가 있는데,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유별난 학부모가 될까 봐, 진상학부모가 될까 봐 두려워한다는 것이다. 그러한 이유로 아이가 5학년쯤 되면 굳이 담임과 연락하려고 들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보통의 학부모와는 달라서 이 시기를 절대 놓치지 않고 담임선생님께 반드시 연락을 드린다. 3학년때까지는 교실을 방문해서 아이 자리를 확인하고는 했다. 하지만 4학년부터는 교실을 굳이 찾아가지 않고, 전화로만 상담한다. 어차피 내 아이의 사물함은 지저분할 것이고, 책상서랍은 꽉 차 있을 것이고, 아이 책상 주변은 너저분할 것이다. 주변 정리를 못 하는 것은 ad아이들의 정체성 같은 것인데, 단체 생활 중에 교사가 일일이 아이를 지도할 수 없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out of sight out of mind라고 했다. 안 보이면 괜찮다. 나는 굳이 아이에게 잔소리를 보태고 싶지 않다. 이미 집에서 차고 넘치게 목격하는 중이다.


- 이 아이는 adhd 진단을 받았습니다. 경미하다고 하지만 많이 산만하고 눈치 없이 행동할 것이니 잘 지도해 주시면 감사하겠다. 그리고 약을 복용하면 점심을 거의 먹지 않을 테니 급식지도할 때 참고 부탁드린다 -


4학년때까지만 해도 "아하"같은 느낌의 "아~"라는 대답을 듣곤 했다. 이상한데 뭐가 이상한지 아마 모르셨던 것 같다. 그런데 이번에는 생각지 못한 대답을 들었다.


-전혀 몰랐어요, 어머님. 어머님께서 일찍이 아이를 파악하셔서 치료를 해 주신 덕에 아이 상태가 좋아졌나 봐요. 어머님이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하셨겠어요. 애쓰셨어요-


초등학교 5년 차에 처음 들어보는 따뜻한 피드백이었다. 신중하고 따뜻한 선생님의 말씀에 위로받았다. 아이가 학교 생활을 잘하고 있다는 것이 안심되었고, 기특했다.


-진단평가 결과를 보니 공부도 잘하는 편이고. 친구들과도 잘 지내요. 반에서 특히 어리고 미숙한 아이가 있는데, 00 이는 그 친구 얘기도 잘 들어주고 도와주기도 하고요, 공감능력도 좋고 아이들과도 잘 지내고 있어요 -


대한민국에서 아이 성적표는 엄마 성적표다. 아이와 나를 동일시하는 것은 한국만의 기이한 교육생태계를 만들어 온 근간이다. 모든 불행의 시작이다. 그럼에도 나는 마치 내가 칭찬받는 것 마냥 마음이 들떴다. 한창 아이가 미웠을 때도 아이의 문제가 내 문제인 것만 같았다. 아이의 어리석음이 마치 내 것인 것 같아 더욱 아이가 미웠다. 갈피를 못 잡고 갈팡질팡하는 하는 편인 내가 언제 또다시 아이가 미워질지는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기대하지 않았던 이런 기쁨의 순간은 꽤 강력하다. 켜켜이 쌓여 절대 뚫리지 않을 것 같은 미움을 순식간에 말랑하게 만들어버린다. 이렇게 말랑 말랑해지다 보면 어느 순간 녹아버리진 않을까?


진단을 받고 치료를 시작한 지도 4년 차가 되었다. 브런치에 기록을 시작한 지는 2년쯤 된 듯하다. 아이가 밥 먹는 것도 보기 싫었던 시절도 있었다. 그 마음을 그대로 글로 옮겼다. 미움을 토해냈다. 이제는 그렇지 않다. 사실 미움이 많이 옅어졌다. 내 마음이 갑자기 넉넉해진 것은 아닐 것이다. 아이가 성장하고 있는 덕이다. 분명 그렇다. 나는 말랑해진 이 마음으로 아이를 예뻐하고 사랑하기만 하면 된다. 응원하고 격려하며 굳건하게 내 자리를 지키고 있으면 된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것이 답이라는 걸 알고 있다. 그리고 요즘 나는 왠지 내가 그럴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ad 아이에 대한 나의 기록은 여기까지만 하겠다. 약도 복용할 것이고, 병원 상담도 이어갈 것이다. 하지만 adhd라는 프레임은 잠시 내려두고 아이를 지켜볼 계획이다. 가까운 미래에 ad이면서 사춘기인 아들 관찰일기를 분노하며 써 내려갈지도 모르지만. 그럼 그때는 또 그렇게 분노를 뿜어내며 글을 쓰면 될 일이다.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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