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 간 농아인

by 운틴


나는 우리 동네의 농아인협회 회원이다. 직장인이라 활동에 많이 참여하지 못하지만 시간이 날 때마다 모임을 같이 하려고 애쓰는 편이다. 왜냐하면 꽤 괜찮은 활동이 많기 때문이다.


오늘은 국회박물관과 국회의사당 단체 참관을 다녀왔다. 회사는 휴무로 쉬고 오전에 다른 일정이 있어 무리였으나 욕심을 내었다. 오전 일정이 끝나기 십 분 전에 양해를 구하고 나와 걸으면서 점심을 먹고 농아인협회 차를 타고 미리 와있던 다른 분들을 국회 박물관에서 만났다.


더운 날씨였지만 국회 안은 녹음이 우거져 시원했다. 국회 담벼락을 보며 여기가 작년 12월 3일에 국회의원들이 담을 넘은 곳이라고 생각하니 전에 왔을 때와는 감회가 달랐다.


국회박물관에서 국회 건물들 도감을 종이로 접어보고 설명을 들었다. 강사 선생님이 어찌나 예쁘고 말을 똑부러지고 크게 잘하는지 질문이 나올 때마다 손이 저절로 올라갔다. 결국 답을 하나 맞춰 가방에 걸고 다니는 인형을 받았다.


국회에 대한 설명을 듣고 국회의원 체험을 하러 이동했다. 대회의장을 축소해 놓은 방에 들어가 안건을 토론하고 진짜 국회의원처럼 내 책상에 있는 모니터에 찬성 반대를 눌렀다. 모의 안건은 걸으면서 핸드폰을 보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이었다. 찬성과 반대표가 똑같이 나와 이 표결은 기각되었다. 투표를 다시 하자고 제안해 보았으나 재투표는 없다고 한다. 사회자가 산회 선언을 하자 우리는 일어서서 나왔다.


다음 순서는 박물관 견학으로 이번에도 목소리 좋은 선생님이 설명을 하셨는데 농아인협회에서 같이 간 통역사 선생님이 수어로 통역해 주셨다. 1919년 3.1운동 후 상하이 임시정부이후 국회의 역사를 듣고 사진을 둘러보았다. 이승만이 입었던 하얀 두루마기와 신익희 선생이 입었던 검은 색 코트가 진열되어 있는 게 특이했다.


다음 일정으로 국회 본관 견학을 했다. 우리뿐 아니라 학생들이 많이 와서 방청석에 나란히 앉아 설명을 같이 들었는데 아쉽게도 회기가 아니어서 빈 책상만 보이고 국회의원들은 없었다. 며칠 전 특검법을 의결했는데 그 때 왔으면 좋을 뻔 했다. 아이들을 인솔해온 어떤 분은 수어를 쓰는 농인을 처음 보는지 자꾸 우리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안내 강사는 앞에 있는데 말이다. 어쩌면 수어로 통역하는 통역사 선생님이 연예인처럼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방송에서는 늘 수어가 나오니 말이다.


국회는 1975년에 준공되었는데 해태를 설치할 비용이 없어 해태제과에서 해태를 기증하면서 100년 후에 꺼낼 와인 100병도 같이 기증하였다고 한다. 2075년에는 우리 중 대부분이 이 세상에 없을 것 같은데 100년 동안 묵힌 포도주 맛은 어떨 지 궁금하다.


4층에서 국회의원들이 앉는 3층 자리를 내려다 보니 이름표가 잘 보이지 않았다. 내가 좋아하는 국회의원은 어디쯤 앉는지 궁금했는데 나가다 보니 좌석 이름표가 붙어 있는 기둥이 있었는데 뒷줄에서 두 번째 구석이 자리였다. 이번 국회의장이 어느 당 소속인지 물어서 모두가 자신있게 대답했는데 국회의장은 무소속이고 부의장은 당적을 가져도 된다고 한다. 임기가 2년인 우원식 의장은 더불어민주당 소속이 아니라는 걸 처음 알았다.


국회엔 울창한 숲도 있고 전망 좋은 카페도 있고 엄청난 장서를 보유한 도서관도 있다. 의원 뿐 아니라 시민들도 이용할 수 있다고 한다. 법안은 그냥 만드는 게 아니라 도서관에서 자료를 찾아서 연구하고 고민하는 과정을 거쳐 만들기 때문에 참고 도서가 많이 필요하다. 국회 안에는 예식장도 있다고 하니 이곳을 이용하고 싶으면 국회의원이 아니더라도 국회와 관련된 직업을 가지면 될 것 같다. 요즘 같은 격랑의 시기에는 때를 맞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국회 견학을 한 번 해보는 것도 좋을 일이다. 12세 이상의 시민이라면 자기가 살고 있는 지역의 국회의원 사무실에 견학 신청을 하면 된다고 한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간식을 나누어 먹었는데 내가 따로 가서 그런지 빵이 모자랐다. 안 주면 할 수 없지 배고픈 걸 참아야지 하고 있는데 옆자리 농인 회원이 빵을 반으로 갈라 나눠먹자고 한다. 너무 좋아서 덥석 받았는데 단팥이 꿀맛이었다. 자주 만나지 못해 서먹한 사이가 국회에 같이 다녀오면서 가까워졌다. 빵 반쪽에 하루의 피로가 감쪽 같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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