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장애인 직원을 호출할 땐 이렇게

by 운틴

내가 근무하는 회사는 부서 간 인사이동이 잦다. 입사해서 근무하기 시작한 지 아직 5년이 안됐는데 벌써 다섯 번째 부장을 맞았다. 다른 비장애인 직원들과 달리 자기소개를 할 때 나는 내 상태를 확실히 부장님께 각인시켜 드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오해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처음 자기소개를 할 때 '저는 귀가 들리지 않아 입모양을 보고 대화를 합니다'라고 말씀드렸다.


이전에 함께 일하던 부장은 직원을 자주 부르지 않았다. 의논할 업무가 있으면 일어서서 움직였고 같이 회의 탁자로 이동하거나 직원의 자리에 가서 이야기를 했다. 사실 오래 앉아서 일하다 보면 허리도 아프고 다리에 혈액 순환도 잘되지 않기 때문에 나이 든 사람은 자주 움직여주면 좋다. 새로 오신 부장님은 젊어서 그런지 스타일이 달랐다. 뒤에서 불러봐야 내가 못 듣는데 청각장애인이라고 말씀드렸음에도 나를 자꾸 불렀다.

부장이 부르면 나는 어차피 듣지 못하니 마음 편히 앉아 있는데 긴장하는 사람은 부장 옆자리에 있는 과장이다. 그는 부장이 불러도 내가 반응하지 않을 거라는 걸 이미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그래서 안절부절못하다가 일어서서 나를 부르러 온다. 뒤에서 내게 오는 사람을 볼 수 있으면 나는 반응한다. 보이지 않으면 알아차리기 어려워 나에 대해 아는 사람은 인기척을 내거나 책상을 두드린다. 그런 다음에 '부장님이 부르신다'라고 알려주는 것이다.


너 다섯 번 이런 식으로 호출되었다. 아직 우리 부서의 업무에 익숙해지기 전이라 호출 빈도도 이전 부장에 비해 훨씬 잦았다. 나는 돌아다니면서 일하는 걸 좋아하지만 이런 식으로 호출되는 건 아무래도 불편했다. 그래서 며칠 전 아침, 출근하는 지하철에서 부장님께 보낼 카톡을 썼다.


‘부장님 안녕하세요.

저를 찾으실 땐 메신저나 카톡으로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제가 못 들어서 주위에 앉아 계신 분들이 긴장하는 것 같아서요.’


이 글을 언제 보낼까 고민하다가 지하철에서 내려 사무실에 도착하기 전에 보냈다. 사무실에 가보니 부장은 이미 출근해 있었다.

잠시 후 답이 왔다.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이렇게 해서 부장 옆자리의 과장은 번번이 나를 부르러 일어나야 하는 고역에서 벗어났다. 부장은 카톡이나 메신저로 나를 찾았고, 다른 일을 하느라 바로 응답하지 못 할 때도 있었지만 내가 갈 때까지 기다려주었다. 부장이 메신저를 보냈는데 내가 미처 보지 못해 몇 초, 혹은 몇 분간 지체될 때는 답답하기도 했을 것이다. 눈앞에 자리에 앉아 있는 게 빤히 보이는데 기다려야 하니 말이다. 하지만 청각장애인 직원이 있는 사무실에서는 그렇게 해주는 게 예의다. 나를 부르는 게 부장의 말을 들을 수 있는 누군가의 일이 되면 안 되기 때문이다. 좋은 부장을 만나야 내 의견을 관철시킬 수 있는데 지금까지 나는 운이 좋았다.


사무실에서 청각장애인과 같이 일할 때 필요한 게 무엇인지 내 글을 통해 다른 사람들이 많이 알게 된다면 더 바랄 게 없겠다. 장애인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은 다 다르기 때문에 개인적인 특성을 조금씩 배려해 주면 업무 분위기는 훨씬 부드러워진다. 내 주장을 조금씩 양보하면서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 주는 문화가 모든 일터에 정착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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