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지구 시인의 낭독회에 다녀왔다. 시집 <어느 누구에게도 다정함을 은폐하기로> 낭독회다. 지인이 페이스북에서 발견했다면서 알려준 정보로 파주까지 다녀왔는데 시를 잘 모르지만 청각장애인 시인이라고 해서 호기심이 컸다. 얼마 전 김초엽 작가의 북토크도 다녀왔는데 청각장애인 작가의 행사에는 문자 통역이나 수어 통역이 있어 부담없이 갈 수 있다. 통역이 없으면 작가에 대해 아무리 궁금해도 오가는 이야기를 알아들을 수 없기 때문에 내가 갈 수 있는 문학 행사는 한정되어 있다.
옥지구 시인은 자신의 시를 구어로도 낭독하고 수어로도 낭독했는데 수어로 표현할 때 특히 감동적이었다. 음성으로만 듣는 것과 다르게 표정과 손으로 표현되는 감정은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오래 전 외국의 청각장애 시인이 수어를 포함한 몸의 표현으로 시를 낭송하는 걸 본 적이 있다. 몸 동작이 크다 보니 마치 행위 예술을 하는 것 같았는데 옥지구 시인의 수어 낭독도 그랬다. <오디즘>이라는 시는 청각장애인보다 청인이 더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청능주의라는 의미의 제목을 딴 시였는데 얼마 전 나도 오디즘에 대한 글을 쓴 적이 있어서 반갑고 공감이 컸다.
작가는 자신의 청각장애에 큰 의미를 두지 말고 그냥 시인으로 받아달라고 했지만 나처럼 같은 장애인의 입장에서는 그녀의 존재 자체가 고맙고 벅찬 감동이다. 옥시인 덕분에 파주의 출판문화단지를 방문하게 된 것도 고맙고 내가 잘 아는 세계에 대해 글을 써줘서 고맙다. 그녀가 더 좋은 시, 더 많은 시를 써서 청각장애인들의 삶에 대한 느낌을 많이 나눌 수 있기 바란다. 오래도록 지켜보고 싶은 시인을 알게 되어 기쁘다.
오디즘Audism
난 절망한 당신들의 눈빛을 관찰하고 싶어
약오르게 울고 나서야 오, 오디즘
난 그대들이 원하는 일원으로 진실하지 못해
굴복하는 연기를 하기 직전에 난 나를 미운 듯이
오, 오디즘
인공 달팽이관 속에 깔린 노이즈에
거의 죽어가는 유리알들이 무질서하게 움직인다.
극복해야 해, 살아남을 수 있어
글쎄, 당신들의 기준이 내 것이었나
이러다가 더 결핍될지도 모르고
나를 고백하는 지구력이 초라해지고
이게 최선인가요
다른 방법이 없나요
사회적인 천사들, 나를 하대하는 그대들의 눈빛은 아름답지
그토록 은은하게 사악할 줄도 몰랐지
오, 오디즘, 오디즘
너 지금 어디쯤이니
뒤돌아서 가늘어진 비명으로
나만 아는 곳에서 가시꽃이 피어난다
소리 세포는 이미 영면에 든 지 오래되었다
'청' 완벽주의자들이 흘리는 눈물을 딱딱해진 내 손으로
열광적으로 닦아주느라 눈물덩어리가 부담감으로
힘껏 나를 가엾게 여기는 것들을
목을 잠기게 하는 영광으로 돌려줄 테니
오 오디즘, 오디즘
* 오디즘Audism 청인이 우월하다고 믿고 농인에게 청인처럼 행동하라고 하는 청능주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