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감에 있어 목표를 지향하는 마음이 미치는 영향.
꿈이라는 단어는 참 희망차고 아름다운 단어지만, 막상 그것을 정의하려고 하면 한 없이 난해하고 복잡해지는 것이라고도 하겠다. 흔히 사람들은 큰 꿈을 가지고 살라고 말한다. 왜 큰 꿈을 가져야 할까?
어릴 적, 물론 지금도 나이가 많지는 않으나, 초등학교, 유치원 시절의 이야기다. 나는 '포켓몬스터'라는 세계 제일의 IP를 내세운 애니메이션에 푹 빠져서 살았다. 구구단과 영어단어는 하나도 못 외워도 그 만화에 등장하는 수백 종류의 포켓몬을 다 외우고 다녔을 정도로 애정했던 기억이 있다. 특히 애니메이션의 주인공 '한지우' 에게서 알 수 없는 동경심을 자주 느꼈던 것 같다.
갑자기 애들 보는 만화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이 만화의 주인공에게서 느낀 점이 있기 때문이다. 이 만화에서 '한지우'라는 인물이 주인공을 역임한 세월은 20년을 가볍게 넘는데 일관적으로 지우는 '포켓몬마스터'라는 꿈을 향해서 계속 전진하고 성장한다. 작품이 진행되고, 결국에는 어른의 사정으로 주인공이 교체될 때까지 구체적으로 포켓몬마스터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나오지 않는다. 직업인지, 칭호인지, 개념 자체를 부여할 수 없을 정도로 아무 단서도 등장하지 않았다. 단지 작품 내 등장인물들의 대사에서 이런 것일까? 유추하는 것이 할 수 있는 전부다. 나는 포켓몬마스터를 이렇게 정의한다. '절대 이룰 수 없는 꿈" 근거는 주인공인 한지우의 대사에서 찾을 수 있다. 이것은 지우가 마지막으로 등장하는 에피소드 포켓몬스터: 내 꿈은 포켓몬 마스터에서 지우가 오랫동안 함께 해온 파트너 피카츄에게 한 말이다.
[나는 아직 도전자라고 생각하고 있어. 좀 더 잔뜩 모험해서 포켓몬과 만나고 앞서 일어났던 것 중에서도 헛된 건 없어. 그 라티오스와의 만남도 말이지.
나, 세계의 모든 포켓몬과 친구가 되고 싶어, 그게 분명 포켓몬 마스터라는 걸 거야.
포켓몬스터W: 내 꿈은 포켓몬마스터 11화 지우의 대사 중]
당시 지우는 20년(현실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이루지 못했던 포켓몬 대회에서 우승을 하고 작중 포켓몬 배틀이라는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오른 입장이었다. 그럼에도 본인을 여전히 도전자라고 생각하며 세상의 모든 포켓몬과 친구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작중 포켓몬은 동물의 위치에 있는 생명체인데 지우의 꿈은 세상의 모든 야생동물들과 친구가 되는 것과 다를 게 없는 것이다. 상식적으로 가능할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인간의 수명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으니까. 친구가 된다는 명확한 기준도 없다. 정말 어린아이가 꾸는 허무맹랑한 꿈처럼 들리는 대사다. 단지 이 장면만 본 사람들은 당연히 그렇게 느낄 것이다.
하지만 나를 포함한 수많은 팬들은 이 대사에서 무언가 깊은 울림을 느꼈으리라 믿는다. 지우의 꿈은 애초에 기준이 모호하고 허무맹랑한, 말도 안 되는 꿈인 것이 맞다. 심지어 모든 포켓몬과 친구가 되는 것, 이라는 비교적 구체적인 목표마저 오랜 고민과 갈등을 겪으며 내놓은 답변이다. 정말 이렇게 나열해 보면 저게 무슨 소린가 싶은 평범한 10살짜리 꼬마의 망상 같지만 많은 시청자들이 이 대사에 여운을 느끼는 것은 지우가 그동안 보여준 모습 때문일 것이다. 저렇게 허무맹랑한 꿈을 품고 어색 어색한 파트너와 함께 출발한 말 그대로 풋내기 꼬맹이는 저 허무맹랑한 꿈을 조금씩 구체화시켰다. 꿈을 이루기 위한 -> 친구가 된다. 어떻게 친구가 되는가?-> 포켓몬 배틀이라는 행위를 통해 서로 이해하고 친구가 될 수 있다.라는 자신만의 가치를 성립시켰다. 그리고 그걸 묵묵히 수행했다. 때로는 힘들고 지치는 일도 많았지만 항상 웃으면서 잘 이겨냈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살다 보니 수많은 포켓몬들과 친구가 되고 포켓몬 배틀 분야에서 세계 챔피언이 되었다. 이제 더 올라갈 곳이 없을 정도로 고점을 찍었는데도 지우는 여전히 자신을 도전자라고 칭한다. 포켓몬 마스터라는 꿈을 아직 이루지 못했기 때문에.
아마 지우는 평생, 포켓몬 마스터라는 꿈을 이루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애초에 그건 존재하지 않는 지우가 스스로 만들어낸 개념이니까. 하지만 그 당혹스러울 정도로 거대하고 허무맹랑한 꿈을 좇은 지우는 여행을 출발했을 당시와 비교하면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모했다. 내가 깨달음을 얻은 부분이다. 어른들은 항상 큰 꿈을 가지라고 말한다. 큰 꿈을 가진 사람들이 성공하는 이유다. 커다란 꿈을 꾸면 그 꿈을 이루기 위한 체계적인 계획을 세우게 된다. 그것을 실천할 의지가 있다면 어느 순간 완전히 다르게 성장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그뿐인가, 지우와 같이 평생 이루지 못한 꿈을 꾼다고 해도, 그 사람의 삶은 불행할까? 나는 오히려 항상 설렐 것 같다. 하루하루가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과정이니까,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내가 남긴 흔적들이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인정받으며 빛나고 있을 테니까. 그래서 나는 지우의 마지막 이야기를 아직도 가끔씩 보곤 한다. 나이에 맞지 않게 아동만화를 시청하는 게 꼴사납긴 하지만 이루지 못할 꿈을 향해 웃으면서 달려가는 주인공을 보고 있으면 괜히 힘이 생긴다. 어린 시절 지우를 이상하리만큼 좋아했던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은 기분이다.
아직도 난 지우를 동경한다, 평생을 몰입할 수 있는 커다란 꿈을 만나는 것은 엄청난 축복이니까. 그래서 계속 꿈을 꾸는 연습을 하고 있다. 작은 꿈을 계속 꾸다 보면 언젠가 정말 커다란 꿈을 만나지 않을까 싶어서, 그리고 그 커다란 꿈을 만났을 때 망설임 없이 꿈을 이루기 위한 노력들을 실행할 수 있는 사람이길 바라기 때문이다.
자신이 가진 큰 꿈을 부끄러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오히려 당당하게 말하고 다녔으면 좋겠다.
관객으로서 감상한 세 번째 이야기는 포켓몬스터였다. 날짜를 확인해 보니 7주 동안 글을 못 올렸다. 주변에 소재거리는 많지만 그것을 글로 녹여내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또 작은 꿈을 꿔본다. 스스로와 약속한 수요일 글 올리기를 빠짐없이 수행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