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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깎이 디자이너, 성장할 틈을 찾아서

◎ 1편. 아무것도 몰랐던 나, 그래도 나는 꿈이 있었어요

by Shelby

32살에 첫 입사를 하며 늦게 프로덕트디자이너 생활을 시작했다. 늦게 시작했기에 빨리 따라잡아야한다는 조바심이 컸고, 배움의 갈급함도 컸다. 하지만 연차에 맞는 역량을 키우기는 쉽지 않았다.

나의 성장과정을 조심스레 조금씩 써내려가보고자 한다.



"디자이너로 입사했는데, 내가 왜 마케팅 배너를 만들고 있지?"

첫 입사 후 1년. 나는 ‘프로덕트 디자이너'라는 명함을 받았지만, 실상 내가 하는 일은 프로덕트 디자인과는 거리가 멀었다. 마케팅팀에서 요청하는 이벤트 배너, 홍보용 썸네일, 간단한 인포그래픽 제작, 때로는 제안서 PPT까지. '디자인'이라는 말이 들어가면 전부 내 일이었다.


돌이켜보면 그때 나는 너무 아무것도 몰랐다. 회사 구조도, 직무 구분도, UX라는 단어조차도 모호하게만 느껴졌다. 그저 '디자이너니까 뭔가를 예쁘게 만들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모든 업무를 받아들였다. 그렇게 대부분 내 포지션을 컨텐츠 디자이너로 아는 거 같았다.


하지만 처음엔 그저 바쁘고 정신없던 하루하루가 즐거웠다. 회사에서 쓰이는 콘텐츠를 내가 만들고 있다는 자부심도 있었다. 하지만 점점 시간이 지나면서 의문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게 내가 하기로 했던 UX/UI 디자인인가?'라는 의문.




◉ "고도화는 하지 않고, 구축만 한다"

내가 속했던 회사는 상품 업데이트, 사업확장에 따른 개선프로젝트가 계속있었지만, 항상 엎어졌다. 그럼 지금 사용하는 서비스를 개선하면 좋겠다 생각하고 시안을 짜보았지만…. 개선도, 고도화도 없이 프로젝트는 종료되었다.


그렇게 의욕이 자꾸 사라졌다. 뭔가 성과가 있을까 하면 엎어지고, 그러다 개선이 아닌 다른 사업을 하고 그 사업을 고도화시키는게 아니라 서비스가 종료되고… 왜 개선을 안하고 자꾸 바꾸지… 의문과 고민이 커졌다.


◉ "그래도 나는 하고 싶었다"

'기회는 스스로 만드는 것'이라는 말을 믿었다. 그래서 잡무라도 열심히 했다. 마케팅 요청도 단순하게 처리하지 않고 사용자 시선을 고려해서 배치하고, UX심리분석해서 제안도 했다. 회의에는 자발적으로 참여했고, 피그마로 사내 디자인 파일도 정리했다.


누가 시키지 않았지만, 나는 언젠가 '진짜 UX디자인'을 할 수 있을 거라 믿었다. 그렇게 역량을 증명하고 싶었다.


◉ "2년차, 머리가 커지기 시작하다"

1년이 지나자 점점 보이기 시작했다. 어떤 게 비효율적인 프로세스인지, 어떤 서비스는 왜 불편한지....


나는 이제 단순히 주어진 디자인만 하고 싶지 않았다. 진짜 UX/UI 디자이너가 되고 싶었다. 의견을 내고 싶었고 그저 비주얼만 아닌 사용성 개선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현실은 여전히 녹록지 않았다. 나는 막내였고, 막내의 자리는 변하지 않았다. 회의에서 발언할 수 있는 기회도, 기획에 참여할 수 있는 문도 닫혀 있었다.




◉ "그래서 나는 어필하기 시작했다"

업데이트 예정이었던 핵심 프로젝트에 내가 투입되길 원했다. PM님께 기존 서비스의 불편한 점을 이렇게 개선하고 싶다 문제제기도 직접 찾아가서 의견을 전달드렸다.. 내 진심이 닿기를 바랐다. 그리고 기회가 찾아왔다. PM님이 나를 알아봐주신 거다. 드디어 나도 UX 관점에서 프로젝트를 설계할 수 있겠다는 기대가 생겼다.


하지만 프로젝트는 시작조차 못하고 엎어졌다. 나만의 기획의 방에 아이디어만 남겨둔 채 끝나버렸다.




◉ 마무리: "나는 자리조차 없었다"

그때 깨달았다. 노력만으로는 안 되는 일이 있다는 걸.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내 자리를 만들기 위해, 나는 오늘도 어필하고 정리하고 준비했다. 자꾸 막힌다면 내가 이 길을 뚫어보겠노라고. 물경력이 되지 않기 위해 혼자 GA공부, UX 라이팅 공부, UX 심리학 등. 회사에서 할 수 없다면 혼자서라도 역량을 쌓고 설득하면 될것이라고 생각하고 무던히 노력했다. UX 디자이너로서의 나를 언젠가는 증명해 보이리라 다짐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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