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캥거루족이 뭐야?

by 일송

1. "캥거루족이 뭐야?"

평창 동계올림픽 금메달로 유명한 전 운동선수가 본인의 유튜브 채널에서 한 말이다. 이 발언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캥거루족이 무엇인지 모를 수 있고, 모른다는 것은 당연히 잘못이 아니다. 하지만 그 뒤에 나온 발언들이 정말 아찔하다 못해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가 한 발언을 그대로 옮겨보았다.

"독립을 왜안해?"

"돈이 없어서야? 막 써서야?"

"일을 하는데 왜, 물가가 비싸서?"

"생활비를 아끼면 되잖아"

"아니 그러니까 기본 생활비를 $~%$^&~@#$#"


2. 내면의 선민사상

해당 영상을 보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토록 선민의식이 강한 사람이 있구나, 이토록 겸손하지 못한 사람이 있구나. 경악을 넘어서 분노까지 이어졌고, 이 사람이 한 말을 다시 곱씹어보기까지 하였다. 누군가는 이런 사람을 '솔직하다', '별 생각없이 내뱉는거라 악의는 없다'라고 표현하곤 하는데 개인적으로 동의하지 못한다. 그냥 남들을 무시하고 있는거다. 본인의 마음 속에는, 청년들이 독립하지 않고 부모님 집에 얹혀 사는 것이 '돈을 막 써서, 일을 열심히 안해서' 그런 것이다. 자신은 젊은 나이에 세계 1위 자리에 올랐고, 신체 조건도 좋아서 어떤 운동을 하든 잘하고, 그러한 배경으로 광고도 찍고, 유튜브도 하고, 돈도 많이 벌었기에, "나는 너네랑 달라"가 자리잡고 있는 것이 아닐까.


3. 그가 쟁취한 것들은 그의 능력

홈그라운드 이점으로 봅슬레이 종목 금메달은 주최국에서만 나온다느니, 다른 나라 참가자들은 엘리트 체육인이 아니라 직장이 따로 있는 생활체육인들이라느니 하는 방식으로, 그가 쟁취한 금메달을 폄하하고 싶지는 않다, 그래서도 안되고. 또한 현대의 철저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그가 타고난 재능과 더불어 일반인들은 상상할 수 없는 노력으로 얻어낸 그 이후의 탄탄대로의 삶 또한 당연히 인정받아야 한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다.


4. 244만 원

'24년 기준, 사회 초년생 나이대인 대한민국 20대 후반 직장인 월급 중위값이다. 독립하려면 아무리 작은 방이라도 최소 월세 50만 원으로 시작하고, 식비, 공과금, 통신비 등등 포함하면 아무리 작게 잡아도 월 100은 기본으로 깔고 시작한다. 이것도 최소로 잡은 것이다. 일주일에 한 두번 외식이라도 하면, 독립한 사회 초년생이 매달 모을 수 있는 돈은 최대 100만 원 대다. 이전해도 언급했듯 현재 대한민국은 사실상 노동 소득으로는 평생 본인이 편히 쉴 수 있는 집 하나 마련하지 못한다.


5. 캥거루족은 선택이 아닌 필수

그렇기에 현재 사회 초년생들은 '선택할 수만 있다면' 캥거루족을 해야만 한다. 부모님께는 죄송한 이야기이지만, 같은 집에 살며 조금이라도 더 모아서 결혼자금을 마련해야 될 것 아닌가. 나는 10년 전 신입사원 당시, 대출을 받아 원룸 빌라에서 전세 5천을 주고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30대 중반이 된 최근까지도 빌라 1.5룸을 전전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나 또한 상황이 허락됐다면 부모님 집에 얹혀 살며 조금 더 많은 돈을 모을 수 있지는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6. 그는 자본주의에 의해 평가될 것

개인적으로 그가 아주 좋지 못한 곳을 건드렸다고 생각한다. 끝없이 상승하는 물가, 이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내집 마련, 적어지는 청년 일자리. 대한민국 청년들은 좌절하고, 체념하고, 포기했다. 이런 상황에서 '돈'으로 다수를 무시하게 되면 이는 돌이킬 수 없다. 결과적으로 현재 그의 직업은 유튜버이자 연예인이고, 대중들의 소비가 그의 수입의 원천이 되는 만큼, 이미 물은 엎질러졌고 남은 것은 자본주의가 그를 어떻게 평가할지 그 뿐이다.


※ 참고영상 : https://www.youtube.com/shorts/vi04BxiYwE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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